폴 코투라의 조용한 운율이 담긴 그릇들
글+사진 최석진 _ 도예가
폴 코투라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2005년 볼티모어 NCECANational Council on Education for the Ceramic Arts에서 열린 화이트 온 화이트White on White전에서였다. 백색의 사각 컵과 원형 접시를 백토와 조합토로 성형한 후 사각 나무 접시 위에 포개 놓은 작품이었다. 기에 부어진 조명으로 표면에 어른거리는 잔잔한 빛과 그림자는 백색 감성의 하모니를 노래하며 필자로 하여금 작품 앞에 한참 동안 머물게 했다. 일순간, 작품을 둘러싼 그의 조용한 흰빛 공간 감각에 동화되어 깊이 호흡했다.
필자가 미시건주로 이사한 후 우연히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는 폴 코투라를 만났다. 그가 바로 필자가 인상적으로 감상한 작품의 작가라는 것은 그를 만나고 몇 개월이 지난 후였다.
지난 달, 필자는 집에서 10여 분간 떨어진 곳에 위치한 그의 갤러리의 빛이 쏟아지는 이 층 창가에서 점심시간이 한참 지나도록 그와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와의 대화에 앞서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본질을 묻는 필자의 질문에 코투라는 관능, 갈망, 억제, 평화 그리고 평화를 향한 복합성이라고 했다. 일관된 속도로 시를 낭송하듯,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표현하는 그의 설명들은 무척 아름다웠다.
코투라는 어렸을 때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첫 번째 스튜디오는 어머니의 장소였다. 부엌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리고 다시 오리거나 붙이곤 했는데, 그 방에는 어머니가 음식을 만들 때 나는 식물성 향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차 있었다. 그가 자라 성장한 미 중부의 활기찬 도시, 디트로이트는 산업 공장에 둘러 싸여 있었는데 대학에 진학한 후 코투라는 자연히 오브제와 산업적 디자인 요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대학에서는 광고와 드로잉을 전공 했으며, 선택 과목으로 도예를 택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피와빅Pewabic갤러리에서 매니저로 일을 시작했는데 그가 있었던 세계는 다양한 예술가와 그들의 작품이었다. 그림과 조소 등 모든 예술을 포함하는 작품들에서 그는 작품의 실제적 크기, 공간을 초월하는 커다란 영감을 받곤 했다. 그는 자신의 감각을 표현하는 것을 만들고 싶었는데, 3년 후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는 알프레드 대학원에 진학하여 기초 지식부터 도자예술을 배웠다. 당시 점토로 하는 모든 것에 관심이 있었다. 드로잉으로 오브제를 복사하듯, 머릿속에서 고안한 것을 다시 점토로 재창조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졌었다. 기를 만드는 동안, 실용적인 형태의 사회적 암시 그리고 그릇으로서 추상적인 언어의 다양한 표현이 가능한 점토의 특성에 매료되었다.
그의 작품은 정찬 저녁식사에 이용하곤 한다. 그에게 음식은 예절, 약속, 모임 등 사회적 코드를 말하며 자신이 인지한, 어렸을 적 기억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또한 그릇을 통해 반복적인 일상을 축하하며 매일 대하는 음식의 힘, 음식을 대하는 본질을 생각한다. 자신의 표현 방법에 대해 “규칙, 매너, 법 같은 억제의 아이디어 즉 상호간 사려 깊은 작용을 할 수 있도록 구조물로 경계 짓는다.”, “내 그릇에는 역사적이며 형식적이고 또한 개인적으로 다양한 참고 사항이 있다.”라고 설명한다.
그는 코일링과 핀칭 등 핸드빌딩으로 성형한다. 번조 시 점토와 유약이 서로 유착되어 생성되는 하모니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자신이 만족한 검은 색을 만들기 위해 캔버스에 칠을 하듯, 작은 접시에 자신이 발견한 다섯 가지의 유약을 바르기도 한다. 스스로 경험한 표면의 질감, 색감이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미묘한 감각을 그의 공간으로 이동한다.
코투라는 종종 유리와 나무, 천을 같이 이용한다. 유리는 본인이 직접 디자인 한 후 유리 작가에게 의뢰한다. 빛에 반응하는 다양한 재료 즉, 유리의 투명성과 도자 표면의 색감 그리고 금속에서 빛의 즉각적인 반사와 같은 물질의 복합성으로 화음을 만든다. 12살 때 클래식 기타와 현대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고 연주했으며, 음악 감상을 하면서 음악을 해석하는 것을 즐긴다고 하는데, 그는 작품들 속에서도 음악을 듣는다.
그는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둔다. 학생들로부터 현 시대를 이해하며 많은 에너지를 받기도 하는데, 이 에너지를 다시 학생 에게 되돌려주어 학생 개개인에게 영향을 미치기를 원한다. 그가 항상 학생에게 바라는 것은 점토와 교류하며 자신이 선택한 유색과 형태 감각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또한, 학생들이 기능적인 작품이든 조소 작품을 할 때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를 발견하며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의 작품에서 기술상의 실수에 대해서는 학생이 미리 인지하고 있지 않았던, 본능의 일부분 이라고 생각하며 존중한다고 한다. 실수는 알지 못했던 또 다른 방향으로 안내하기 때문이다.
코투라 자신은 학생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배우는 손재주와 스스로 발전시킨 기술 그리고 끊임없이 자신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미국 내 영향력 있는 도예가 중의 한 사람인 토니 헵번Tony Hepburn은 폴 코투라를 가리켜 현재 미국에서 디자인계와 실용적 도자기를 만드는 가장 창조적이고 지적인 작가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만년 동안 점토로 기능적인 그릇을 만들어 왔지만 그는 여전히 우리가 기능성 그 자체를 다시 생각하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그의 작품은 도전적이며 동시에 우아하다.” 또한, 코투라의 작품들은 “사용하는 사람이나 감상하는 사람 모두에게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느끼게 한다.”라고 평하고 있다.
코투라는 갤러리를 운영하며 더욱 깊이 예술과 작가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이 경험들은 그에게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로 그리고 자신의 작품 세계로 전염되어 창작 생활에 연료가 되었다. 코투라는 미시건주 훠른데일에서 1993년부터 2005년까지 ‘레볼루션 갤러리’를 운영하였고 지난 4월에 ‘폴 코투라 프로젝트 갤러리’를 개관하였다.
폴 코투라(Paul Kotula)
MFA 알프레드 대학, BFA 웨인 스테이트 대학
2007 29th Scripps National
2005 화이트 온 화이트, 웨인 스테이트 대학
2004 개인전, 클레이 스튜디오
1992, 90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 Visual Artist 수상
현, 컬리지 오브 크리에이티브 스터디스 강사
폴 코투라 프로젝트 갤러리 디렉터 www.paulkotula.com
필자 최석진은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버지니아 박물관 초청 레지던시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개인전은 국내외에서 8회 가졌다. 이화여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강사를 역임하고 현재 미국 크랜불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 재학 중이다.
< 더 많은 사진자료는 월간도예를 참조 바랍니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