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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와 서사적 회화성의 만남
  • 편집부
  • 등록 2006-10-10 14:3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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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용 도예전
2006.7.12 - 2006.7.25 공예갤러리 나눔

도자와 서사적 회화성의 만남

글 윤두현 _ 영은미술관 큐레이터

무시유와 시유의 적절한 대치로 얻어진 투박하면서도 묵직한 기면의 질감과 간결한 조형성이 어우러진 색다른 긴장미의 ‘다탁 시리즈’는 이번 전시의 백미다. 일면 실용적이라기보다 둔탁한 장식성이 두드러져 보이는 작품들은 편리성과 타협하지 않는 작가의 우직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작가의 도예에 대한 유연한 듯하면서도 완고한 신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세용은 다양한 형식실험 및 재료연구와 더불어 회화성을 도입한 청화백자 등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업세계를 지속적으로 모색해 왔다. 특히 작가의 회화적 요소 도입은 그의 형식적 다변화가 공허함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미적 우물이다. 다른 한 편으로 ‘다탁 시리즈’는 작가 특유의 형식실험이 보다 다채롭게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이세용의 작업은 형식적 다변화와 회화성 도입이라는 두 축에 근거하고 있음을 우리는 유추할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두 축이 도예의 본질을 놓지 않으려는 작가의 굳은 의지 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전시를 구성함에 있어 이러한 의미를 제대로 조명하기에는 작품들의 양적인 강요가 다소 부담스러웠다는 것이다
환언하여, 작가의 작업 안에서 추구되고 있는 회화성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서 이세용의 회화성은 이전의 그것에 비해 미묘하면서도 극적인 변화를 보여준다. 이전까지 작가는 들꽃, 뱀, 곤충 등과 같은 민화적 도상을 차용해 다소 소박하면서도 경쾌한 회화성을 보였다면, 이번에는 아버지의 하반신이 그려진 벽면 한 쪽의 걸개그림이나, 기면 위 유년의 거리풍경 등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지극히 작가의 내면적인 기억에 근거한 서사적 회화성으로 전환되고 있다. 요컨대 이전의 회화성이 형식실험의 연장선에 이루어진 것이었다면, 현재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작가의 내면적 성찰이 담지 된 회화성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그의 청화백자를 보면서 누군가 다소 애틋한 감정을 느꼈다면 바로 그와 같은 내면적 서사성에서 기인된 것이었으리라. 이와 더불어 ‘다탁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합 시리즈’를 비롯한 그의 작품 전반에서 보이는 것처럼 무시유와 시유를 대비시킬 뿐만 아니라, 기형에 있어서 손의 느낌을 강조하는 특유의 조형성이 그의 회화성을 보다 서정적인 영역으로 이끄는 촉매제의 역할을 절묘하게 수행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세용 작품이 갖고 있는 특별한 매력이란 곧 현재진행형으로서 수행되고 있는 장인적 연마와 예술적 성찰의 유기적인 조화라고 규정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적지 않은 전시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시간 간격에 떠밀리며 밤낮을 작업에 매달렸을 작가의 전시장을 찾는 일이 늘 유쾌할 수만은 없다. 전시장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작품들 그림자에는 내공을 위한 충전의 시간을 채 갖기도 전에 그렇듯 강박의 늪으로 내몰려야 하는 생활인으로서의 고단함이 서려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꽃이 우리에게 그러하듯 그 작품이 가슴 한켠 어떤 형식으로든 작은 울림 하나를 들여놓게 될 때 그것은 고단함의 골목에서 발견하는 작은 촛불이 된다. 이세용의 이번 전시는 적어도 필자에게 있어서는 그와 같은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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