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작가 /김갑선
“당신의 그림을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하겠는가?”라고 물었을때 앙리 마티스는 “즐겁거나, 즐겁지 않거나 둘 중의 하나겠지요.”라고 답했다. 마티스에게 예술은 위대한 그 무엇이 아닌 그저 그의 작품을 보는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이 질문을 젊은 작가 김갑선(30)에게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흙작업의 개념이 별반 없었던 군산대학시절 단지 흙덩이로 도자기를 만들어 쓰여진다는 것이 흥미로웠으며 투박한 흙으로 어떠한 형태도 조형적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적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부터 김갑선은 작가의 꿈을 갖게 되었다. 학생으로서 처음이자 마지막인 전시회 작품을 준비하며 세상의 고민을 혼자 끌어안듯 ‘창작의 고통이란…!’하고 외치며 하루 종일 작업실에 박혀 그야말로 머리채를 쥐어잡았었다. 그 이후 그에게 찾아온 고민의 시간은 더욱 컸다. 두 번째 전시회까지는 현실과 작업과의 타협의 시간이었다. 사람과 사이, 사람과 사회,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소통되지 못하고 많은 시간을 흘려보내야 했다. 그럼에도 흙은 늘 그의 손에서 멀어지지 않았다. 작업은 마티스가 그랬던 것처럼, 김갑선에게 위대한 그 무엇이 아닌 보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 즉 그 자신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의 작업실 여기저기엔
잠을 자고 있는 말들이 있다.
말은 서서 잠을 잔다. 그래서 꿈도 서서 꾼다.
부채꼴 모양 작업실 다각적인 감각 생성
전라북도 전주에 위치한 김갑선의 작업실은 돼지 막사로 쓰여졌던 돈막골을 개조한 곳이다. 이곳에는 5~6명의 작가들이 모여 저마다 다른 성격의 작업공간 속에서 그들만의 세계를 펼치고 있었다. 부채꼴 모양의 작업실에는 김갑선다운 요소가 처음 한 번에 들어오기보다는 조금씩 드러난다. 여러 가지 색의 안료로 채우다만 시멘트 벽돌담을 비롯해 80년대 초등학교 교실에서 보아왔던 오르골, 초록빛의 날개를 가진 구형 벽걸이 선풍기에서 색채에 대한 그의 갈망이 느껴진다. 무미건조한 회색빛의 아날로그로 남을 수 있는 곳에서 드러나는 색채의 발견이 재미나다.
그는 첫 개인전에서 겉과 속이 다른 양면성을 지닌 가면을 소재로 인간의 소망과 감정 등 내면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하는 자유의지를 담았다. 인간의 다양한 내면세계, 즉 자아의 이중적 내면을 가면에 나타나는 상징적 기호인 새, 눈, 기하학 무늬 또는 색깔의 변화와 조합으로 표현했다. 그의 색채 표현의 전환점과 같은 시기였다.
타재료 접목으로 다양한 형태 색채표현
김갑선은 지난 5월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2006 아트 서울 2006 Art Seoul>을 통해 두 번째 개인전을 가졌다. 당시 전시장의 「말」들은 구석한켠에 서있거나 의자에 앉아 있기도 하며 테이블 위의 소품들과 나란히 함께한 모습으로 그의 일상 속에 어우러져 있었다. 그에게 「말」은 일반적인 남성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그는 말에게서 여성의 아름다움을 보았고 그 아름다움이 여자, 어머니의 모습으로 이어지게끔 나타냈다. 다양한 표정과 여러 색깔을 지닌 서른 여덟마리의 말은 몸통, 다리, 머리 형태로 분리되고 테라를 이용해 구슬, 동선, 은선 등 타재료의 사용을 더했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선과 손의 어울림의 색감으로 마무리한다. 도조의 표현기법과 여타 재료와 조화됨을 작품에 적용한 것은 작지만 실험적으로 나아가고 싶은 그의 단면이기도 하다. 소통과 빈 공간의 의미를 반영하는 타재료의 접목으로 작품의 긴장감을 고조시키기도 한다.
재료한계 벗어난 도자 작업 계속
김갑선은 맞은편 작업실에 있는 서양화가 김충순에게 작업적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흙에서 방향성을 못 찾거나 흙만으로 작업하기 두려울 때 그림을 그린다. 캔버스의 소재는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친숙한 기물위로 쏟아내는 경우가 대부분. 그에게 그림은 어떠한 완성된 형태를 갖춘 모습이 아닌 선, 면, 색채 등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제한을 두지 않는 행위이다. 원하는 재료를 쓰기 위해 재료에 대한 연구도 뒤따랐다. 이를 통해 재료의 한계에서 벗어나 흙만 가지고 표현하고자 하는 생각들을 많이 버리게 됐다고 한다. 그는 “제 스스로 어디가서 작가라고 하지 않아도 몸에 배어있어 자연스럽게 작가다움이 뭍어나는 작가가 되고 싶어요. 그건 삶과 직업, 인생에서 작업만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죠. 지속적인 노력과 경험으로 진정한 전업작가로 인정받고 싶어요”라며 털털한 웃음을 지었다. 자유롭게 일상과 이상을 넘나들며 색채의 언어를 구사하며 다양한 묘법을 선보일 그의 모습을 마음속에 그려본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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