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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윤경혜
  • 편집부
  • 등록 2006-11-03 16:4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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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작가 윤경혜

 

화사하고 알록달록한 색으로 배합된 다각형의 합이 보는 이의 시선을 멈추게 한다. 이를 응시한 채 가까이 다가서면 그 색은 다시 여러 가지 문양으로 퍼진다. 화려한 단면 속에 다른 단면으로 옮겨지고 연이어 쫓다보면 출구없는 미로 속을 탐험하고 있는 듯 하다. 그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은 탐구의 시선을 무심코 던지다간 갇히기 십상이다. 마블링의 우연한 효과를 나타낸 듯 계산된 구성을 가진 듯 한 물음표를 들고 젊은 작가 윤경혜(31)를 만났다.

 

젊은 작가 윤경혜의 작업실을 찾아갔던 날은 비가 내렸다. 회색빛 풍경이 단조롭게 느껴지던 날,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야 잃어버린 색고유의 모습을 찾은 듯 했다. 서울 홍익대 부근 옛 기찻길 옆에 위치한 작업실에는 5명의 공동소유인 곳으로 저마다의 사람 색이 있었다.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 도예 전공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이지혜, 이주희, 차영미, 유지영 그리고 윤경혜다. 한 공간에 다시 독립적인 공간을 나누어 공유와 소유의 개념을 함께 가진 이곳은 작지 않은 규모의 작업실이다. 도자작업에 따르는 부수적인 물품들로 5명의 짐을 충당하기엔 다소 벅차지만 곳곳에 정리정돈된 여백에서 보여지는 여유로움도 있다. 이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과 의견교환은 공간을 이루는 요소 중 하나로 서로가 선생이 되었다가 학생이 되는 이들은 물어보고 조언해주고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참 좋단다. 그 속에 자리한 윤경혜의 작업공간은 그의 화려한 작품과는 달리 차분한 분위기다.
 
도예가 길 선택 후 의심없어
윤경혜는 경기대학교 공예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많은 고민을 하며 지내온 과거를 기억한다. “학부를 마치고 제가 앞으로 손에 쥐어갈 일이 무엇인지 찾았어요. 그때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할 것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쉴새없이 드는 생각은 흙작업에 대한 고찰이었어요. 또한 제가 생각하는 작가, 도예가란 무엇인지도요. 그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미치지 않으면 미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고 그게 곧 나인걸 알았다”고 전한다. 그 후 홍익대 대학원에 들어가 흙작업을 하며 그간의 부재된 즐거움을 만끽했다. 흙작업만큼 맘이 편하고 자신감있는 일이 없었으며 그렇게 자신의 결정을 거듭 확인해나갔다. 대학원을 준비하고 학업을 진행하는 데는 생활도예가 김선미의 도움이 컸다. 한때 그의 작업장에서 물레일을 도우며 전문 기술 습득 외에 자신감과 세상사를 대처하는 긍정적인 사고방식에 관한 습득도 배웠다. 이러한 긍정적인 사고는 지금도 작업을 하는 그에게 많은 힘이 되기도 한다.

오방색의 꿈을 담은 작업
윤경혜의 작품에 주로 등장하는 주제는 <색>이다. 색은 색채학적인 관점에서 사람의 심리와 지능을 관여하며 한국의 오방색은 건강과 해악으로부터 사람을 지키고 권능을 부여하는데 있었다. 그가 추구하는 오방색은 색자체가 지닌 힘과 능력이다. 이것을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동감하고 향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것이 색으로 작업하는 이유다. 윤경혜는 유난히 색에 집착한다. 꽃이나 하늘, 자연물, 인공물, 새벽과 아침, 점심, 저녁, 사계절 공간의 색은 똑같은 듯 하지만 다르다. 그는 “오묘한 감정에 따라 색이 달리 보이는 것처럼 내면에 존재하는 색을 담고 싶었다.” 고 말한다.

폴리머클레이 기법 이용한 연구
작가가 원하는 색을 나타내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다양한 색흙들이 필요하다. 한가지 색을 만들기 위해선 세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작업에 필요한 색흙과 색흙들을 조합하는데 사용하는 색흙물, 구상 후에 보완될 색물이다. 여타 작업과는 달리 준비시간이 길고 오래 준비하는 만큼 고되기도 하다. 색흙을 말고 피고 자르는 기법은 폴리머클레이polymerclay에서 힌트를 얻었다. 폴리머클레이는 폴리머polmyer와 클레이clay의 합성어로 PVC(폴리비닐 클로라이드)라는 일종의 인조 플라스틱을 지칭한다. 일정 온도에서 구워지면 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분자간의 결합으로 수축되지 않은 고체로 변한다. 그는 “지금은 악세사리나 인형, 애니메이션 등을 만드는데 보편화됐지만 4~5년 전만 해도 국내에는 폴리머클레이 관련 자료나 도서들은 거의 전무한 상태였어요. 당시엔 조언을 구할 곳도 없어 외국서적 사이트에서 주문한 자료를 바탕으로 폴리머클레이에서 쓰이는 기술과 기법을 독학하며 집중적으로 탐구했어요.”라고 전한다. 익숙치 않은 터라 실패도 많았지만 새로운 기법의 가능성을 거듭 발전시켜 나갔다. 각기 다른 색흙으로 조합된 색흙들을 모아 새로운 또 하나의 개체와 군집으로 표현해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건조속도에 맞춰 작업을 완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색마다 다른 건조속도로 건조와 번조 후에 갈라지는 문제였다. 녹색계열은 건조속도가 빠른 반면 황색계열은 건조가 더딘 편이라 이 계열의 색이 조합을 이룰때는 건조기간만 일주일이 소요된다. 습도조절을 적절히 하며 건조의 균형을 맞줘주는게 현재의 방지책이다. 점차 석고틀을 이용해 조합된 색흙들을 먼저 붙인 후 몰드 안쪽에 기본 틀의 역할이 될 흙을 전체적으로 붙여 천천히 형태를 고정시키는 방법으로 변화해나갔다. 지금은 산화물을 단계별로 테스트하며 또 다른 기법의 연구가 한창이다.
도예는 타고 난 업
윤경혜는 초기엔 화려하고 채도가 높은 색흙으로 작업하는 방법을 추구했다. 그러면서 무언가 늘 모자란듯 느껴져 완성도 높은 조화로운 색을 찾기위해 주력해왔다. 그는 눈에 직접 보이는 색뿐만 아니라 마음에 그려지는 미묘한 색을 통해 우리의 생활 속에 녹아있는 전통적인 색감, 즉 한국의 색으로 시각을 전환하게 된다. 단아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조화로움에 한국적인 색의 모티브를 가진 작품을 탐구하고 있다. 꽃담, 단청, 자연염색한 우리의 아름다운 한복의 ‘색’으로 말이다. 윤경혜는 한층 부풀어있는 모습이다. 현재 한복의 단청색을 이용한 작업구상이 여느 때보다 가까이 그리고 더 선명하게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첫 개인전을 위해 좀 더 웅크리기로 했다. 미숙한 상태에서 단순히 나를 알리는 전시보다 더 나은 작품성을 갖추고 보는 이들 앞에 섰을 때 그들의 인식 속에 각인될 점을 크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힘들고, 실패하고 주저앉으며 더디게 나아가는 이 모든 고됨이 내가 하고 싶은 직업의 타고 난 업이다. 이것이 싫으면 업業을 버려야한다”고 윤경혜는 말한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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