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eramic Art : Issue
전통과 현대의 만남,
중국 ISCAEE
International Society for Ceramic Art Education and Exchange
학회 참관기
글+사진 곽수령 _ 도예가
지난 10월 15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북경의 청화대 미술대학Tsinghua University Academy of Art & Design에서 ISCAEEInternational Society for Ceramic Art Education and Exchange 국제도예교류행사가 열렸다. ISCAEE는 매해 소속국가별로 순회하며 개최되는 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각 나라의 문화와 도예를 교류하는 장으로 마련돼 도예 관련 대학의 교수와 학생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중국을 비롯해 한국, 일본, 터키, 영국, 미국,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등 8개국이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서울대를 비롯해서 강남대, 경성대, 서울산업대, 이화여대, 중앙대가 참여했다. 프로그램은 세미나와 워크샵, 전시회, 답사로 진행됐다.
세미나
일본 동경예술대학의 도예과 교수인 시마다 후미오Shimada Fumio의 주제 발표는 월주요 청자가 일본에 준 영향 관계에 대해 논하며 30년대 월요 절강성현의 조사에 대한
내용과 월주요와 고려청자의 기형, 유약, 문양, 등을 비교 설명했다. 또한 노보리 가마와 용요, 등요 등의 가마에 대한 비교 설명과 한중일 3국 청자에 대한 연구도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국 워싱톤Washington의 타코마 커뮤니티 대학Tacoma community College의 릭 머피Rick mahaffey 교수는 미국 가마의 소성법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연료와 미국의 환경오염에 대해 논했다. 그는 디젤에 식물유를 섞은 대체유를 사용을 함으로써 환경오염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가마 형태와 구조, 공기와 결합되는 문제 등 기술적인 부분에 대해 언급했다.
영국 웨스트민스터대학교University of Westminster의 교수이면서 한국의 2001년 세계도자기엑스포에서 화이트 입체 타일이 놓인 실내를 걷는 퍼포먼스 작품을 선보인 바 있는 카럴 토우미Clare Twomey는 작가와 도자 산업체들 간의 협력으로 도자를 발전시켜 나가는 관계에 대해 언급을 했다. 그는 자신의 활동범위를 국한시키지 않고 TV를 통해서 혹은 웨지우드사와 빅토리아와 알버트 뮤지엄을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 서울대학교의 신광석 교수는 서울대학교 동문의 작품에 담긴 조선 백자에 대한 생각과 이미지에 대한 강연을 했다. 작품이 소개되는 동안 한국적 선율이 느껴지는 배경음악BGM이 흐르도록 연출해 참석한 많은 관람객들을 만족시킨 좋은 강연이었다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강남대 이왕용 교수는 4, 5축 가공의 기계 시범Machining Demonstration을 통해 도구사용에 능숙한 도예가들이 디지털 도구를 사용했을 때의 장점에 대해 강연했다.
그 이외에 중국 청화대의 정녕鄭寧 교수의 경덕진 답사기, 터키의 제하라 코바닐Zehra Cobanli의 중국 송대 도침에서 발상되어지는 쿠션오브제, 동경예대의 숩리 테이모레Subri Teimore의 이란 전통옹기 강연 등도 진행됐다.
워크샵
워크샵에 참여한 작가들은 자신의 물레 작업 숙련도를 선보이며 자신이 선호하는 형태와 제작방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학생으로서 물레작업을 할 때 간과할 수 있는 여러 가지들에 점들에 대한 설명을 했다. 독특함이 느껴지는 영국의 애쉴리 하워드Ashley Howard의 물레 성형은 판작업과 물레 작업이 동시에 이루어져 굉장히 빠르게 완성 되어졌다. 그의 작업 광경은 하나의 퍼포먼스를 연상시키는 듯 해 관객들의 큰 관심을 모았다. 한편 동경예대의 시마다 후미오 교수의 물레 작업 스타일은 상당히 부드럽고 여성스러운 감수성이 느껴졌다. 특히 기물의 뚜껑형태를 다듬어낼 때의 모습은 손끝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섬세함이 이전보다 많이 희어져 버린 머리카락과 함께 도자기에 대한 애착과 마음의 연륜으로 함께 묻어났다.
답 사
세미나와 워크샵일정을 마치고 경덕진으로 답사를 떠났다. 답사에서 가장 인상깊은 것은 경덕진의 도공들이 아직도 그들만의 방식을 고수하며 막대기를 돌리는 모습에서 시공을 초월하는 예술적 경지를 느낄 수 있었다는 점이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물레로 그릇을 뽑아내는 그들 주변에서 관람객들의 번쩍이는 후레쉬가 터뜨려지곤 했지만 그들은 아무런 표정의 느낌없이 작업했다.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대중들을 대하고 또 어떻게 그들의 시선들을 감당하고 있을 지가 궁금했다. 이미 상업화 되어버렸고 앞으로도 빠른 속도로 그렇게 변해갈 도시이기에 ‘1000년의 성취를 기념한다’는 취지로 국제 행사를 치러 내는 경덕진시 정부 관계자들과는 너무나 상반된 것 같았다. 무표정의 그들을 대한 필자는 너무나 빠르게 바뀌어가는 경덕진의 모습에 반대기를 들고 싶은 것은 아닐까 하는 편치 않은 마음을 내내 지울 수가 없었다. 일행은 중국의 유명한 도자 산지인 예릉醴陵과 장사長沙지역의 3개의 산업체 공장을 견학했다.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작품의 운송은 정말 민감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이나 상품 마케팅부분에 있어서는 경험 많은 산업체 직원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도 참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예가들도 산업과 작가 혹은 산학이 협력했을 때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관련한 방안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덕진의 ‘락천도사樂天陶社’라는 한 레지던스 스튜디오에도 방문했다. 이곳엔 유명한 영국 도예가 다케시 야수다Takeshi Yasuda가 디렉터로 있다. 이 스튜디오는 1985년 홍콩에서 시작해 2002년에는 상해의 한 예술거리에 위치해 있다가 2005년 경덕진에 안착했다. 스튜디오는 북경 이화원의 정취가 느껴지는 명청원明淸園 레스토랑과 바로 인접해 있는 조각 공장 안에 자리해 있었다. 보통의 레지던스 작업장이 그러하듯 좋은 교류와 만남의 기회를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떠올랐는지 방문자들의 호기심을 자아냈다. 우리 일행이 그곳을 방문했을 때 뭔가 낯익은 느낌의 작업이 제작되고 있었다. 알고 보니 우리 옛 선조들의 혼이 담겨 있는 ‘토우’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키가 1m 정도인 토우 조각상들이 제작되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원형을 제작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캐스팅으로 떠내고 또 구석에서는 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는 작업자들의 모습이었다. 마치 전시회를 앞두고 머릿속에서 분주하게 다음 작업을 그려내는 나와 동료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매우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작업은 한국 부산의 모 공원의 페스티발에 사용될 계획이라고 했다. 한중 합작 프로젝트라고는 하지만 우리 조상들의 정수가 담겨 있는 토우 제작을 외국인이 하고 있는 모습은 씁쓸한 마음을 갖게 했다. 만약 어떤 나라의 혼과 정신이 느껴지는 작품을 한국인이 모방해서 제작하고 있다면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답사에서 돌아오는 기차에서도 처음의 호기심들이 서로에 대한 친근감으로 녹아 들어가는 담소를 나누며 그렇게 중국을 갈지之자로 횡단하고 무사히 북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북경에 돌아온 날 청화대학에서 마련한 만찬자리는 내년 영국에서의 만남을 기약하며 15일간의 짧지 않았던 중국에서의 만남을 아쉬움으로 달래는 자리였다.
함께 이번 행사에 참석한 이들은 각기 외국어 구사의 부족함을 토로했으며 전해만 들어오던 곳을 직접 방문해 그곳의 풍광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이야기 나눌 수 있었다는 것에서 크게 만족해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에서 동아시아의 허브 국가인 ‘한국’과 동서양의 허브 국가인 ‘터키’가 한중일과 동서양간에 자연스런 관계를 위한 윤활유 역할로 주체가 됐다는 것은 큰 성과였다고 생각된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앞으로 한중일 도자교류와 세계 도자교류행사가 다양해질 수 있는 점으로 봤을 때 한국도예계가 해야 할 일들이 많음을 느끼게 된 좋은 기회였다.
올해 행사에 이은 다음 행사는 2007년에 영국, 2008년에 케냐, 2009년에는 독일에서 순회해 열리며 한국에서는 2010년에 개최될 계획이다.
필자 곽수령은 제주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중국 청화대 미술대학 도예학과 석사를 마쳤으며 현재 청화대 미술대학 도예학과 박사과정 중에 있다.
1 영국의 University of Westminster의 Clare Twomey,
전시장 내부의 철판으로 된 벽면에 타일을 붙이는 모습
2 청화대학 천진하이(淸華大 陳進海) 교수 작품, 흑색 투구, 승리의 의지를 상징하는 듯한 투구형태의 작품
3 Washington 의 Tacoma community College Rick mahaffey 강연
4 동경예술대학 도예과 교수 Shimada Fumio의 물레 성형
5 경덕진 도요지 답사(사진촬영중인 영국의 Magdalene Odundo교수)
6 학회 참가자들
7 경덕진의 한 레지던스 스튜디오의 작품.(새처럼 날고 싶은 작가의 의지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옷에 부 착된 피스들은 종이학 크기의 새다)
8 호남성 장사(湖南省 長沙) 지역의 대량 도자 생산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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