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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부
  • 등록 2007-02-06 16: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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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헵번Tony Hepburn의 스케치북

최석진_도예가

빛을 쏘아 눈에 보이지 않는 곳을 드러내는, 방사선 촬영 같이 보이는 「Hospital Drawing」 시리즈는 토니 헵번의 최근 작품들이다. 이 일련의 드로잉은 그가 병원에서 부인을 간호했을 때 제작한 것으로 그의 마음에 새겨진 인상들, 삶과 죽음의 깊은 사색들이 흰 종이 속에 무겁게 스며들어 있다.

병원의 침대를 경계로 윗부분에는 수술실의 마스크, 금속 의료 기기 같은 차갑고 신비한 도구들이 채워져 있고 아랫부분에는 이와 대조되는 향기로운 꽃들이 난무한다. 그의 부인은 꽃을 사랑했다. 집안 어디에나 꽃이 보이도록 했다. 인간으로 짊어져야 할 필운의 절망과 동시에 삶, 기쁨, 사랑의 이미지를 보인다. 한 손에는 희망 그리고 다른 한 손에는 인간 존재의 실제들을 매만지며, 곧 시들 그러나 아름다운 꽃들과 강건한 도구들 사이에서 혼란스럽게 동요한다. 그는 부인이 아프게 되면서 그가 이전에 몸담았던 가족과 예술의 세계와는 다른, 통제와 질서가 있는 병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는 이런 주제들에 대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와 같은 드로잉을 만들어야 했다.

헵번은 자신의 드로잉에 대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에 대한 반응"이라고 표현한다. 때로는 입체 조소의 스케치로 그리기도 하지만 드로잉 자체가 그의 언어가 되기도 한다. 삼차원의 입체물이나 이차원적 평면의 드로잉은 들숨과 날숨의 호흡처럼 그가 숨쉬고 표현하는 방식이다. 예술적 과정에서 동질의 중요성을 갖는다.
헵번은 때로 평면이 입체보다 더 어렵다고 표현한다. “도예 조소를 만들 때는 흙 반죽, 번조와 시유 같은 복합적인 신체적 움직임을 동반한다. 그러나 드로잉을 할 때 나는 오로지 흰 종이와 대면한다." 헵번이 생각하는 가장 최고의 드로잉은 생각을 강제하지 않는 가운데 예술가의 순수한 의식으로 종이 위에 자유자재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는 항상 그림을 그린다. 시간이 없을 때나 여행을 떠날 때 가장 먼저 준비하는 것은 양손바닥을 합친 크기의 작은 스케치북이다. 1970년대부터 시작한 그의 스케치북은 일 년에 30권 정도를 소비하며 현재 수백 권이 넘게 모아졌다. 그는 이것을 움직이는 작업실이라고 부른다. 그의 작은 스케치북에는 그의 계획, 아이디어, 스케치들이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차곡차곡 쌓여 있다. 연필이나 볼펜, 색연필로 그려진 스케치 중에 5퍼센트 가량이 입체 조각으로 만들어진다. 밑그림에서부터 번조온도, 유약순서 등의 세세한 작업과정들, 그리고 작품의 형태가 서서히 다른 모습으로 진화되어가는 모습들은 마치 앨범같이 그의 내면의 여행을 보여준다.
헵번은 많은 책을 읽는다. 일 년에 50권정도, 그의 직감으로 선택한다. 매일 아침일찍 일어나 차를 마시며 책을 읽는 두어 시간은 그의 정신을 항상 깨어있게 자극한다. 크랜부룩의 신입생들이 학교에 입학하여 갖는 처음 모임에서 헵번은 학생들에게 그의 감동으로 택한 책에서 발췌한 글을 읽어 준다. 학교 도서관에는 그가 학생들에게 읽기를 격려하며 선정한 책들이 자주 바뀌어 진열되어 있다.

헵번의 작업실은 3년 전에 새로 지은, 앞면이 유리로 된 건물의 일층 동쪽 끝에 있다. 아침에 학교에 나오면 작업실 문을 열어둔다. 학생들은 그가 무엇을 하는지 보며 언제나 그와 만날 수 있다. 그의 작업실 공간에서는 방에 가득 찬, 힘 있는 기운을 느낀다. 두 벽이 유리창으로 되어 미시간주의 키 큰 나무들이 벌이는 계절의 변화를 감상할 수 있다. 이미 완성했거나 작업 중인 테이블 위에 작품들은 그의 손길로 자주 이곳저곳으로 옮겨져 있다. 학생들은 그가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그의 에너지를 받는다.

2006년, 지난해는 헵번의 ‘40주년 교육 기념’해 였다. 1976년부터 1992년까지는 알프레드 대학Alfred University에서, 그리고 1994년부터 크랜부룩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가르쳐왔다.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과, 작업실에서 자신의 예술과 함께 한 긴 시간만큼, 예술과 가르침에 깊은 열정을 가졌다.
그는 스스로 학생들을 가르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학생들과 대화하며 전달한다고 표현한다. 학생들도 질문을 받고 대답하는 가운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깨우친다. 또한 그는 제자들이 졸업하더라도 떠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자로부터 하루 평균 다섯 통의 이메일을 받는다. 그의 학생에 대한 보살핌과 관심은 학생들과 깊게 연계되어 있다.
지난해 2월, 헵번의 ‘40주년 교육 기념 파티’가 열렸다. 행사는 대학원생들에 의해 약 한 달간 비밀리에 준비되었다. 미국 전역에 흩어져 있는 그의 제자, 친구들이 모였다. 학생들은 각자 역할을 분담하여 공항에서 미시건주로 오는 그의 제자들과 친구들을 기다려 미리 준비된 호텔이나 학교 손님을 위해 마련된 방에 모셨다. 약 150명의 참석자들은 미리 연락 받은대로 한 페이지가량의 편지나 에세이 또는 오래된 잡지 한 장, 또는 작은 기념물 등 각자 헵번에게 보내는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 저녁 6시, 헵번을 축하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소리없이 학교 리셉션장으로 쓰이는 밀즈 하우스Mills House에 모였다. 미리 준비한 대본대로, 우연을 가장한 채 헵번을 파티 장소로 이끌었다. 그가 커다란 유리문을 여는 순간, 모두는 그에게 뜨거운 환호를 보냈다. 그는 마치 키 큰 나무처럼 제자 모두에게 길고 긴 자취를 남기고 있었다. 그날 저녁은 참석한 사람 모두에게 잊지 못할 감동이 새겨졌다.

2006년 졸업생 에디 랑훠드는 졸업 작품집에 모두가 공감하는 짧은 글을 썼다. “나는 지금까지 모든 학생은 아래쪽에서 고개를 들고 봐야 하는 높은 곳에서 설교하는 선생님들을 대해 왔다. 그러나 토니 헵번은 달랐다. 우리를 관찰하고 우리의 자세를 감지하고 우리가 최고의 정점 즉 우리 스스로 깨우쳐서 변화할 수밖에 없는 그런 시기를 찾도록 도와준다. 그는 한 사람에 대한 선생님이 아니고, 대학원생 16명 또는 과거 40년을 돌아본다면 몇 천 명에 대한 선생님이다. 그와 같은 사람은 없었다. 그와 나눈 통찰력, 그의 동행에 감사하면서..."

토니 헵번Tony Hepburn은 A.T.D. 런던 대학과  N.D.D. 캠버웰 컬리지 오브 아트를 졸업하고 현재 미국 크랜브룩 미술대학원에서 도예과 학과장을 역임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현재 클레이아크 김해 미술관을 비롯해 이천 세계도자센터, 서울 현대 미술관, 로스엔젤레스 카운티 뮤지엄, 영국 빅토리아 앤 알버트 박물관,  맥신 앤 스튜어트 후란켈 화운데이션, 이태리 인터네셔널 세라믹 뮤지엄, 이태리 크랜불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 미술관, 일본 가나자와 아트 미술관, 오크랜드 뮤지엄 오브 아트, s-Hertogenbosch, 유러피안세라믹 아트 센터, s-Hertogenbosch 현대미술관, 아칸사스 아트 센터, Stoke-on-Trent, 시티뮤지엄 오브 아트, 브리티시 카운슬 콜렉션, 아보트 홀 박물관, H.R.H. 퀸 엘리자 베스 II 등에 소장돼있다.

필자 최석진은 이화여자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2003년 버지니아주의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에 초빙교수로 미국에 건너가 ‘한국전통 도자 표현기법’을 가르쳤다. 그간 아홉 번의 개인전과 100여회가 넘는 그룹전을 가졌으며 버지니아, 텍사스, 워싱턴 그리고 미시간 등 여러 곳에서 “한국 전통도예” 작업시범과 강의를 해왔다. 현재는 미국 현대도예 연구를 위해 미시간주의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에 재

학 중이다.

 

 

마틴 맥윌리엄
Martin McWilliam
 
용기와
용기가 아닌 것,
그러나 용기인 것
Vessel and Non-vessel but Vesse

민은주 _ 통인화랑 큐레이터

마틴 맥윌리엄(1957~)은 독일에서 거주하며 작업을 하는 영국계 도예가이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코트랜드계 아버지와 독일계 어머니 사이에,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 타운에서 출생하였다. 영국과 남아프리카를 오가며 성장을 하였고 지금의 독일인 아내를 만나 브레멘 근교로 이주하였다. 그가 독일에서 거주하는 20여년 동안, 독일은 통일이 되었고 소련은 붕괴되었으며 많은 사회주의 국가들이 독립을 하였다. 이러한 다문화적인 개인적 환경과, 다원주의적 사회의 변화는 마틴 맥윌리엄의 작품의 개념이 본질을 향해 축소 되어가는 과정과 나란히 하고 있다. 작가는 그의 작품을 「Vessel and Non-vessel but Vessel(용기와 용기가 아닌 것, 그러나 용기인 것)」 이라고 정의하며, 사물의 본질을 탐구해 나가는 과정을 단순한 사물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 「Pots in Essence(집약된 그릇)」는 그가 지난 20여년간 탐구해 오던 작업의 모티브이며, 소재이며, 결과이며, 풀어나가야 할 과제이다.  
마틴 맥윌리엄의 작품은 두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는 그가 무엇을 제작하는가 하는 ‘형태’에 대한 것이고, 또 하나는 그가 어떻게 제작하는가 하는 ‘방법’에 대한 것이다. 마틴은 3차원적인 입체물을 시각적 원근법을 사용하여 2차원적인 평면으로 나타낸 후, 그 2차원적 오브제에 색감과 명암을 조정하여, 다시 3차원적인 입체로 보이는 효과를 더하고 있다. 그의 작업들-항아리나 병, 그릇 등 부피를 포함하고 있는 오브제들-은 캔버스에서 오려낸 듯한 납작한 형태를 하고 있으나, 입체를 이루는 최소한의 공간을 형성하고 있어 입체(3차원)로 보기에는 평면에 가깝고, 평면(2차원)으로 보기에는 양감과 공간감을 포함하고 있어 입체에 가깝다. 또한 평면에 가까운 형태에, 마치 드로잉에 명암을 주어 입체감을 표현하듯, 기물에 어둡고 밝음을 채색하는 「Trompe-I’oeil(트롱플레, 실제인 듯한 표현기법으로 눈속임을 가르킴)」 효과를 더하였다. 대상의 원형에서 형체·비례·원근·명암·양감量感·질감質感·동세動勢 등을 관찰하여 단일 재료로 형태를 창조해낸다는 점에서 그의 작품은 회화성 보다는 소묘적 요소가 더 강하여, 도자소묘Ceramic Drawing이라 불릴 만큼 간결하며 집약적이다.

마틴의 모든 작품들은 드로잉으로부터 시작된다. 작가는 작품을 종이에 드로잉 한 후, 그것을 기본으로 하여, 종이로 작은 모형을 제작한다. 이러한 ‘종이모형’ 작업은 그에게 더 나은 형태를 제안하기도 하며,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를 가져다주기도 한다. 적합한 모형이 완성되면, 그것을 개별적 구성 요소로 분해하여 본뜨는 작업을 한다. 그의 ‘종이모형’ 작업의 다음 단계는 ‘도자스케치’ 작업인데, 스케치 작업은 두 장의 클레이 판을 이용하여 주로 소형으로 제작되며, 구체화 된 아이디어를 도자로 형상화 하는 작업 단계를 말한다. 도자 스케치 시리즈를 그의 작품의 구상과 변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견본의 역할을 하는 한편, 그 자체만으로도 그의 작품의 특징을 함축적으로 포함하고 있는 작은 오브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마틴의 작품은 주로 자기토stoneware clay를 이용한 판 성형으로 이루어지며, 두꺼운 판에서 오려진 구성 요소들을 조립하고, 세심하게 이어주고, 균형과 비례를 조절하고, 착시적 효과를 주는 까다로운 과정들을 거친다. 주로 유약을 사용하지 않으며, 장작이나 갈대 등을 이용한 오름가마nobori-kiln의 순박하고 고전적인 질감을 주고있다. 카오린 슬립Kaolin Slip과 산화성 실리카oxides silica를 부분적으로 사용하여 소성 중에 생기는 색채와 명암을 의도적으로 유도하는데, 이러한 색감은 그의 평면에 가까운 작품들이 입체적으로 보이게 하는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마틴 맥윌리엄은 그의 트롱플레 작업이 발전해 가는 과정을 단계별로 보여주는데, 분해, 조립, 변형, 왜곡, 회전 등을 포함한다. 최근 그가 보여준 입방체를 사용한 기器의 변형은 마치 항아리 등이 직육면체 공간 안에 놓여 있는듯 한 착시錯視와 투시妬視효과를 주고 있어 기존의 작업에 외부 공간의 이해를 더하고 있다. 마틴 맥윌리엄의 작업은 현대도예의 흐름과는 무관하게 흐르고 있다. 도자가 현대미술의 영역에 포함되면서 용기vessel라는 고전적 형태는 사라지고, 장식과 기법의 발달로 원시적 질감은 감추어 지고 있으나, 마틴의 집약된 그릇pots in essence들은 이러한 용기가 가지고 있는 본질적 형태와 질감의 균형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그가 평생 도자의 원형을 찾아가는 동안, 아이러니 하게도 그의 작품은 가장 현대적인 작품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Vessel and Non-vessel, but Vessel(용기와 용기가 아닌 것, 그러나 용기인 것)」 그리고 공간의 범위를 넘나드는 작업들을 통해 작가는 오늘도 우리들의 감각과 지각과, 개념과 관념을 통한 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것은 그가 사물을 이해하는 방법이며 소통하는 방법이다.

 

 

< 더 많은 자료는 월간도예를 참조바랍니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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