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찬규 KBS스페셜<도자기> 프로듀서
진행+정리 김태완 본지 편집부장
지난 2005년 공중파 방송으로 반영돼 도예계 뿐만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도자기의 세계사적 중요성을 일깨워준 KBS스페셜<도자기>가 지난해 말 DVD로 발매 판매를 시작했다. KBS스페셜<도자기>는 시간으로는 정착문명을 열었던 BC8000년부터 현재까지, 공간으로는 5대륙 30여 개국의 광대한 촬영지를 아우르는 진정한 의미의 인류문명에 관한 탐사보고서다. 국내외 석학들의 자문과 증언 인터뷰, 이를 토대로 한 실험과 재연, 철저 한 고증을 거쳐 컴퓨터 그래픽으로 복원한 역사의 도시들까지, 3년여의 제작기간과 12억 5천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한국방송 다큐멘터리로는 유례가 없는 규모와 내실을 다진 6부작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이에 본지 편집부는 이 다큐멘터리의 연출을 맡았던 윤찬규 프로듀서(현 KBS춘천방송총국 편성제작팀)를 만나 기획의도와 촬영당시 겪은 사건, 추후 관련 프로그램 개발 계획 등을 직접 들어보았다.
KBS스페셜<도자기>의 다큐멘터리를 기획한 당시 의도와 취지는.
“오랜 기간 함께 호흡을 맞춰온 조대현 팀장의 제안으로 프로그램 기획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도자기는 세계를 넘나드는 무역상품임과 동시에 문화상품이다’라는 생각에 동의하고 3개월간의 자료조사를 통해 시노십스synopsis를 만들었습니다. 자료조사는 우선 국내 관련 서적 중 역사적 문명교류에 대한 것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일본과 영국 미국의 관련 서적으로 보강조사를 진행한 후 일본과 중국, 유럽으로 답사를 떠났습니다. 일본과 유럽에서는 관련 전문인을 찾아 연구방법과 자문을 구하고 중국에서는 현장 확인 작업을 했습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도자기가 단단하면서 가벼운 그릇이라는 ‘과학적인 측면’과 예술가들의 손길로 만들어진 문양과 모양이 꿈과 실현으로 완성된다는 ‘문화적 측면’, 기술발현에 의해 상품으로 유통되는 최고의 무역상품이었다는 ‘상업적 측면’ 등의 사실들을 깨닫게 되면서 더욱 많은 가치와 흥미를 느꼈습니다.”
탐사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중동지역 촬영 중 이라크 바그다드에 들어간 일입니다. 당시는 이라크전쟁 발발 후 1주년이 된 시기였기 때문에 긴박한 상황이었습니다. 바그다드에 해지기 전까지 도착하기 위해 새벽2시에 움직이기 시작해 긴장감이 감도는 전쟁의 현장을 180km의 속도로 달려야 했던 기억, 숙소 바로 옆 호텔에서 벌어진 자살차량폭탄 테러, 사마라 바빌론 우우루 유적지에서 경호를 받으며 긴장상태로 촬영했던 기억이 가장 많이 생각납니다.”, “탐사와 직접 관계된 일중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의 도자기가 우수한 도자제작기술 뿐 아니라 각국의 귀한 보물로도 사용됐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입니다. 특히 중국도자기가 이란의 알다빌지역의 슐탄(황제)이 알라에게 바치기 위한 보물에 도자기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과 이집트 푸스타트 초기 교역품 중 중국도자기가 포함되어 있어 한 쓰레기 창고 안에 도자파편이 가득 쌓인 것을 확인한 장면, 아프리카로 건너간 이슬람인들이 이슬람식 도자타일 구현을 위해 도자조각을 건물과 무덤에 에 박아놓은 장면 등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해외탐사를 통해 느낀 한국도자문화의 위상을 설명한다면.
“과거 어떠한 시기에는 중국과 대등한 도자기 기술을 갖고 우수한 도자기를 생산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현재 OECD국가 중 아직도 플라스틱용기를 쓰고 있는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국민 스스로 생활수준을 높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입법화가 추진돼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 물론 방송과 대중매체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 자문을 구하러 갔을 당시 한 일본 학자는 저희 탐사계획에 대한 설명을 듣고는 “당신들이 해낼 수 있겠느냐?”라는 의문을 갖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성공적인 결과를 이뤄냈죠. 아직까지 이와 같이 도자기가 세계사적으로 얼마나 인간에게 큰 영향을 주었는가를 통시적으로 엮어낸 프로그램은 없습니다.”
<도자기>다큐멘터리를 보는 도예인들을 위한 감상포인트가 있다면.
“도예인이라면 각 시대별, 장소별 도자기의 기술적인 부분에 관심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 프로그램은 HD급 화질로 만들어 각 도자기들의 형태와 문양, 기법 등의 이미지를 더욱 구체적으로 찾아 연구하는 것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밖에 흙이라는 흔한 재료를 통해 이뤄낸 각국 시대별 도공들의 드라마틱한 삶과 노력, 도자기가 갖는 산업적 부가가치에 대한 깨우침 등을 포인트로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현재 제작중이거나 계획 중인 도자관련 다큐멘터리는.
“고려청자에 관련한 프로그램 계획안을 갖고 있습니다. 고려시대 효종이 죽고 문화예술을 사랑했던 북송의 휘종이란 왕이 조문사절을 보내 우리 도자지역을 거쳐 개경까지 올라오며 청자의 미를 향유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이 일화를 배경으로 한 북한의 청자 그리고 한반도와 일본, 중국을 교역상품으로 이동한 청자삼국지, 신안 앞바다에 수장된 고려청자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 입니다. 욕심으로는 첨단 영상장비와 그래픽을 동원해 당시를 생생하게 복원해내고 싶은 생각입니다. 북한과의 협조문제가 가장 큰 어려움이지만 프로그램이 완성된다면 청자를 매개로한 남북한의 문화와 역사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1 이란의 동서교통 요충지인 ‘밤’시 2 중국 시안의 황토고원 3 윤찬규 프로듀서 4 이란 케르만 생산지에서 출토된 중국모방 청화자기 파편 5 포르투갈 상인의 거실 6 케르만 바자르의 목욕탕. 당시 도자문화 배경을 살펴볼 수 있는 현장이다. 7 이란 유리박물관의 유리그릇들 8 인도 코친 주타운 유대교회당 바닥에 장식된 청화타일 9 이란 케르만의 한 모스크 정문에 장식된 청화타일 10 인도 코친 포르투갈 상인의 정원에 놓인 도자타일장식 의자
11 이란 타브리즈 지역 공방의 기름가마 12·13 인도네시아 카소간 노천소성 14 중국 한시대의 마왕태 무덤에서 출토된 도용 15 스리랑카 국립박물관 소장. 네덜란드 동인도회사에서 주문생산한 중국청화자기 16 중국 월주요 17 이란 국립박물관의 러스터채 도자유물 18 이란 타브리즈 지역 공방의 흙수비 과정
19 이란 국립박물관에 소장된 중국모방청자 20 터키의 쿨링버틀 21 인도네시아 카소간의 옹기공방 22 터키의 한 박물관 앞 대형항아리 23 인도네시아 반턴의 중국이주민들이 만든 용가마 24 이란 국립박물관 내부 25 이란 케르만 바자르의 건물벽 청화타일 26 이란 알다비콜렉션의 유물
<본 사이트에는 일부 사진자료가 생략되었습니다. 더 많은 자료를 보실려면 월간도예를 참조바람.>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