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이후종 박사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조셉슨 볼텍스 이용, 테라헤르츠파 발진기법 세계 최초로 개발
미국·일본·유럽 등의 선진국, 국내 기술개발의 성공배경과 후속연구 방향에 큰 관심 쏟아
이후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고온초전도 물질을 이용해 세계 최초로 테라헤르츠(THz)파를 발진시키는 기법을 개발했다. 이후종 교수 연구팀이 조셉슨 접합에서 조셉슨 볼텍스를 이용한 THz 발진에 성공함에 따라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들은 연구자체의 시발이 늦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기술 개발에 성공한 배경과 후속 연구 방향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후종 연구팀의 연구결과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간하는 물리학 분야의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레터(Physical Review Letters)’에 지난 1월 발표되었으며, 이후종 교수는 오는 3월 일본 센다이와 쯔꾸바에서 열리는 THz 발진 관련 국제 학술회의에 주요 발표자로 초청되었다. 국내 고온초전도 소자 응용 분야의 위상을 국제적으로 한 단계 높인 포스텍 물리학과의 이후종 교수를 만나 연구를 시작한 계기와 기술개발의 성공 배경 및 후속 연구 방향에 관해 들어본다. 이후종 교수는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서 학사학위를 받았고 미국 Ohio State University 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선진 각국에서 연구에 주력하고 있는 테라헤르츠파 발진 기술개발에 성공하셨는데, 연구 개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본은 문부과학성 자문기구인 과학기술학술심의회가 2005년 발표한 ‘일본정부 제 3기 (2006-10) 과학기술 기본계획을 위한 보고서’를 통해 ‘일본을 먹여 살릴 꿈의 10대 기술’ 중 첫 번째로 ‘테라헤르츠파를 이용한 계측분석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이처럼 테라헤르츠 발진 기술 개발은 선진 각국에서 주목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테라헤르츠(THz)파는 의료영상, 안전검사 분야뿐 만 아니라 고속통신, 고속 양자 컴퓨팅 제어, 전파 천문학 등에서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발진 기법은 다른 대역의 전자기파에 비해 상당히 미비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수백 GHz(1GHz: 1초에 10억번 진동하는 전자기파) 이하의 주파수 대역은 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전자공학적 기법으로 발진이 가능하고, 수십 THz(1THz: 1초에 1조번 진동하는 전자기파) 이상의 주파수 대역은 양자광학적 방법으로 발진이 가능하지만, THz 주파수 대역은 양대 기법으로는 발진이 용이하지 않은 특이한 영역입니다. 이런 이유로, 초전도체를 이용한 테라헤르츠파 발진의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예측에 이어 이에 대한 활발한 확인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우리 연구팀에서는 2001년 NRL(국가지정연구실) 과제를 시작하면서 고온 초전도 물질을 이용한 테라헤르츠 발진 기법 연구에 뛰어들게 되었습니다. 2006년에는 포스텍의 중점연구과제로 선정되어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조셉슨 접합을 이용한 테라헤르츠파 발진 기법에 성공하셨는데 조셉슨 접합을 이용한 연구 결과에 대해 설명해주신다면?
일반적으로 접합 소자는 두 금속 전극 사이에 얇은(1 나노미터 정도) 부도체가 삽입된 것으로서, 투과 현상에 의해 전자가 부도체를 통과해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을 투과 전도라고 부릅니다. 조셉슨 접합의 특징은 일반적인 금속 전극 대신 초전도 전극을 사용하며, 이 경우 전기 저항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 초전도 투과 전류가 흐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조셉슨 접합은 비선형적인 전도 특성을 지녀 신호입력을 증폭시킬 수 있는 능동소자를 만드는 데 사용될 수 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비스무스계 고온초전도 단결정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조셉슨접합을 초미세 가공하여 원하는 소자 구조를 만듭니다. 여기에 외부자기장 하에서 발생되는 조셉슨 자기 볼텍스를 투과 전류를 이용하여 조셉슨접합 내에서 초고속으로 이동시킴으로써 테라헤르츠 주파수의 전기장의 발진을 유도하며 이를 조셉슨접합 끝의 경계면에서 테라헤르츠파로 전환하는 기법을 개발한 것입니다.
연구·개발의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십시오.
비스무계 고온초전도체의 선천성 조셉슨 접합에서 조셉슨볼텍스를 이용한 THz파 발진의 개념은 수년전부터 이론적으로 정립되어 있었으나 실현되지는 못하고 있었습니다. 후발주자인 우리 연구팀이 국내의 어려운 환경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의 유수한 연구그룹을 앞질러 THz파를 발진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연구의 성공 발표를 계기로 국내 고온초전도 소자 응용 분야의 국제적 위상이 한 단계 높아질 것입니다.
후속 연구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THz파 발진에는 성공했지만 이것을 응용하려면 출력을 높여야 합니다. 향후 연구는 출력을 높이는 것에 중점을 둘 생각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출력 증폭을 실험적으로 확인함으로써 출력향상의 방향을 제시할 계획입니다. 이후 연구 결과를 상용화하는 것은 전자공학 분야의 연구자나 엔지니어들의 몫이 될 것입니다.
테라헤르츠 발진 개발의 성공으로 초전도에 대한 정부나 젊은 연구 인력의 관심이 높아졌습니까?
초전도 분야에 대한 관심은 고온초전도체 연구에 대한 열기가 식으면서 계속 줄어들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개발의 성공으로 초전도 연구 환경이 크게 개선되리라고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저희 연구팀이 선천성 조셉슨 접합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때 국내에는 연구자가 전무한 상황이어서 선진국과 같이 상호 정보를 교환하며 공동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비록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발진 개발에 성공했지만, 초전도 연구 분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선진국에 비해 극히 미미한 상태에 있습니다. 후속 연구가 계속 이루어지려면 초전도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지원이 절실합니다. 특히 초전도 물성에 대한 기초 연구와 이를 이용한 전자소자의 개발에 기본적인 지원이 계속되어야 합니다. 초전도체는 21 세기에 다양한 응용 가능성이 예견되고 있는 소재인 까닭에 전 세계적으로 응용과 이를 뒷받침할 기반 연구에 계속적인 연구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고온 초전도체를 연구하는 후배 연구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최근 국내의 초전도 연구에 대한 관심은 마치 고온초전도체가 발견된 1986년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초전도 분야에 대한 전체적인 연구 지원이 감소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국내에서는 연구자들 이러한 어려움을 어느 정도 스스로 극복해 나가는 수 밖에 없겠습니다. 시류나 유행에 너무 휘둘리지 말고 한 우물을 파는 자세로 한 분야에서 국제적인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초전도체 연구에 대한 국가적인 차원의 지원 필요성을 연구비 지원 기관에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가는 것도 병행해야 할 것입니다. 정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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