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동산업 조원자 이사
“소비자 삶의 질을 높여 주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 타일 디자이너로서 비전을 심어주는 선배 되고 싶어”
그 어느 때 보다 어려운 타일 업계에 ‘타일 디자인 경쟁력 갖추기’라는 특명이 내려졌다. 값 싼 저가품에 저울질 당할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갖추어 저가품과의 경쟁이 아닌 세계 제품과의 경쟁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타일 디자이너로 20년 동안 한 길만을 걸어 온 조원자 이사를 만나 타일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현장에서 흙과 함께 일하는 것이 뿌듯하다는 조원자 이사는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도 흙먼지와 함께 타일 디자인을 하겠다고 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물을 보더라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자세히 관찰, 디자인에 응용하는 습관은 이미 오래전에 몸에 배어버렸다. 조원자 이사는 “타일 디자인은 어려운 점도 많지만, 재미있어요. 그런데 제가 이런 인터뷰를 해도 될까요?”라는 겸손한 말로 인터뷰를 시작하였다.
디자인 분야는 다양하고, 재밌는 분야가 많다. 보다 우아한
분야를 선택할 수도 있었는데 타일 디자이너를 선택한 이유는?
처음부터 세라믹 타일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 중반,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다니면서 (주)삼현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평생 직업이 되어 버렸다. 그 당시에는 타일 디자인에 대한 부분이 전무하였기 때문에 가르쳐줄 선배도 없는 상황이라 거의 공장에 살다시피하며 밤낮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상황이 나를 자극하여 더욱 도전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흙먼지가 날리는 현장 속에서 뒹굴며 생산과 디자인을 동시에 배워 간다는 것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매료되었다. 또 무한한 가능성이 시작되는 단계에서 이 분야의 ‘TOP´이 되겠다는 의지 때문에 더욱 열정을 쏟은 것 같다.
디자인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점은 무엇인가?
제품을 디자인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기업적인 측면이고, 디자이너 눈으로 본다면 소비자의 생각과 눈높이를 이끌어 줄 수 있는 즉 소비자 삶의 질을 높여 줄 수 있도록 선도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에 대한 영감은 주로 어디에서 얻나?
대부분 일상생활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주위 환경을 주의 깊게 관찰하다 보면 그 안에 많은 모티브들이 잠재되어 있다. 산책로에서는 사계절 섬세한 컬러를 보여주는 나뭇잎이나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는 돌을 응용할 수도 있고, 백화점 쇼핑을 가서는 패션 디자인 트렌드나 패턴, 컬러 등의 정보를 얻고, 백화점 내의 인테리어나 숍 분위기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리기도 한다. 실제로 이번 2007 경향하우징페어에 전시될 메인 디자인 중 하나는 명품백화점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국내에서는 해외 유명 박람회 등에 의지하는 경향이 많은데 이러한 전시 뿐 아니라 패션쇼나 직물, 가구 전시회 등 다양한 전시회를 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타일디자인은 다른 디자인보다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것으로
안다. 어떠한 것들이 있나?
타일 디자이너는 디자인에만 신경을 쓰면 안 된다. 현장을 정확히 파악하고, 직접 생산하는데 뛰어 들어야 완성도 높은 제품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전부터 디자인을 주면 공장에서 테스트를 하는 방식이 아닌 디자이너가 공장으로 직접 가 테스트를 진행하고, 컬러와 디자인을 수정할 수 있도록 취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디자이너가 제작한 디자인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몸으로 직접 뛰기 때문에 완성도 높은 제품이 나올 뿐 아니라 생산현장에서 부딪히면서 유약이나 원료 등에 대한 정보를 얻어 새로운 시도와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또 관련 관계자들과의 유대관계도 넓힐 수 있다.
타일디자인을 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처음 타일 디자인을 시작했을 때 회사는 디자인에 대한 비중도 없었던 터라 디자이너는 거의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의 해외연수도 디자이너 보다는 생산, 연구 분야 사람들을 보낼 정도였다. 하지만 생산자나 기술자들이 디자인하는 것은 한계가 있었고, 나중에서야 본격적으로 디자이너에게 지원을 해주어 해외연수를 받을 수 있었다. 연수 또한 쉽진 않았다. 연수를 받았던 이탈리아 측이 한 가지 디자인을 가지고 일주일 동안 시간을 끌며 지체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배우기 위해 이탈리아 디자이너들과 자주 싸웠던 기억이 난다.
일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였나?
해외 유명 타일 박람회를 가보면 예전에 비해 국내 디자인이 흐름에 뒤쳐지지 않고, 비슷한 추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 만큼 국내 디자인이 성장했다는 의미고, 그동안 노력해 온 결실이란 생각이 들어 뿌듯하다. 앞으로도 뒤쳐지지 않고 오히려 선도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번 경향하우징페어에서 선보이게 될 신제품을 소개해 달라.
또 가장 애착이 가는 신제품은?
이번 신제품은 전반적으로 자연을 모티브로 한 내추럴 스타일의 메탈 제품을 선보인다. 기존에는 자연의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왔다면 이번은 자연의 이미지를 인위적으로 재구성해 공간의 변화를 주었다. 특히 ‘euro’는 패션매장 인테리어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된 제품으로 거실 벽이나 고급 욕실 등에 적용 가능해 기대되는 제품이다.
국내 타일 디자인의 비전과 방향은?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고 싶지만 사실 시장의 한계가 있어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탈리아나 스페인 경우는 세계가 주 무대이기 때문에 수요 창출의 기회가 많아 새로운 설비나 개발 시도가 가능하지만 국내 산업은 수요가 작기 때문에 새로운 시도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국내 타일 산업도 디자인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세계를 겨냥한다면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어떤 디자이너가 되고 싶은가?
자신만의 철학이 있다면?
후배 디자이너에게 타일 디자이너로서 비전을 심어 줄 수 있는 디자이너가 싶다. 어떠한 조직이나 그렇겠지만 어떠한 팀장이나 리더를 만나냐에 따라 진보적인 발전을 이루느냐 아니면 그 자리에 멈추느냐의 성패가 갈린다. 예전에 내가 이끌어 주는 리더를 만났기에 열정을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의 내가 있는 것처럼 세계 시장에 맞서 디자인을 함께 고민하고, 경쟁할 수 있도록 끌어줄 수 있는 선배 디자이너가 되고 싶다.
김현정 기자
<사진 / 이번 경향하우징페어에서 선보이게 될 신제품 ‘euro’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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