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도예의 새로운 흐름Ⅲ
글+사진 다이쵸 토모히로大長智廣 일본 아이치현도자자료관 학예연구원
번역 김우정 홍익대학교 대학원 도예전공
5. 소재가 가진 가능성을 살려주는 것과 동시에, 작품으로서 공간 처리를 시도하는 경향
야마시다 마사토시 山下眞人
야마시다 마사토시는 최근 자기磁器로 만든 얇은 봉을 여러 개 세운 작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실제로 이 작품들 하나하나에는 철사로 된 심芯을 사용하였지만 얇고 긴 형태에 자기라는 소재감이 조화를 이뤄 매우 매력적으로 완성도를 느끼게 한다. 자기라는 소재는 불속에서 변형되거나 흙의 맛이 강하게 나타나는 도기陶器와는 다르게, 작가 개인의 창작의식을 직접적으로는 반영하기 어려운 성질을 가지고 있다.
야마시다의 이 작품들은 우선 기술적인 어려움, 즉 도자로 이런 것도 가능할 수 있구나 하는 놀라움이 관람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도기와 비교했을 때 애매함이 배제된 자기라는 소재의 특성을 작가의 표현영역 안에서 전개한 것이다. 또한 수직으로 세워진 얇고 긴 봉 각각의 길이와 상호간의 거리감 등에 의해 조형작품으로써 수준 높은 공간처리를 느낄 수 있다.
좌,「WORKⅢ」 2005년 작 우,「WORKⅢ-Ⅵ」 2004년 작
6. 입체물의 구조와 구성의 근원적 성립을 해명하여 시도하는 경향
가메이 요이치로 龜井洋一郞
가메이 요이치로는 근래에 자기磁器로 캐스팅하여 제작한 작은 큐브를 여러 개의 조합을 통해 입체물이 성립되는 구조와 공간의 가능성을 추구하는 작품 제작을 하고 있다. 입체물이란 빛과 그림자의 관계에 의해 성립되는 것이며, 특히 도자에서의 입체물이란 빛과 그림자에 공간성이라는 요소가 부가되는 독특한 구성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가메이는 큐브를 조합하는 것으로 도자 특유의 구성적 가능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큐브를 규칙적으로 쌓아올리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서는 알아차리지 못하게 내부에서 쌓는 방법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밖에서의 빛이 작품의 내부에 이르렀을 때 평행한 눈 위치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사각이나 삼각형의 그림자를 만들어 낸다.
가메이의 작품은 도자가 입체물이라는 것을 객관적으로 받아들이고 그 구조나 성립요소를 검증하여 빛과 그림자의 관계 그리고 형形의 구조를 작품화 하는데 특징이 있다.
「Lattice receptacle 05-A(1)~(4)」 2005년 작
마스다 토시야 增田敏也
마스다도 가메이와 마찬가지로 도자로 입체물의 구조를 표현하는 작가이다. 그러나 가메이가 도자에서 입체라는 것의 의미를 검증하여 표현으로 연결시킨 것과 달리 마스다는 도자라는 소재와 도예의 제작기술을 사용하여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된 입체물의 윤곽을 표현하는데 특징이 있다.
그것은 작가 자신의 개인적인 관심은 물론 과거로부터 계속되어온 도자와 현대적 모티브를 표현함으로써 일체화하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즉, 어떠한 모티브에 흥미를 가지고 표현하는 데 있어서 있는 그대로의 형태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구성이나 구조를 검증하고 입체물로써 도자가 성립되는 데 필요한 조건들을 파악한다. 이후 모티브가 되는 형形의 이미지와 도자와의 입체성과를 연결시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우,「Anachro CG-REFUSE TRUCK」 2005년 작
좌,「Anachro CG-PowerShovel」 2005년 작
7. 현대 미술과의 관계성을 보여주는 경향
히노다 다카시 日野田崇
히노다 다카시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를 모티브로 제작하고 있다. 이와같이 애니메이션을 예술작품에 사용하는 작가는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작가로는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나라 요시토모奈良美智 등이 있다. 히노다의 경우는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에 현대 일본에 잠재해 있는 사회성을 상징적으로 대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수법 또한 현대 미술의 다른 작가와도 공통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흙과 유약, 소성이라고 하는 도자 특유의 기법에 의해 제작되고 있는 점에서 다른 작가의 것과는 다르다. 히노다는 구운 흙으로부터 육체성이나 관능성을 느낀다고 한다. 그것이 최종적으로는 히노다 자신의 흥미의 대상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 형태로 표현되어지는 것이다. 히노다가 도자를 제작하기 시작한 것은 우연이었다고 하지만 소재나 그 성질에 대한 호기심에 의해 표현의 형식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할 때, 현대 미술과의 경계에 위치하면서도 도예의 가능성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하는 구세주」 2004년 작
윤희창 尹熙倉
윤희창은 일관되게 「거기에 있는 것」이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제작하고 있다. 윤희창의 작품은 도자로 제작된 직육면체 등의 단순한 형태지만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 하나 하나가 각각 완성된 것이 아닌, 또 강렬하게 작가의 개성을 주장하는 것도 아닌, 작품이 놓여진 장소나 환경과 조화를 이루면서 미미한 공기나 분위기의 변화를 노린 것이다. 일본에서 도자는 전통적으로 생활과의 관계에서 생겨난 것으로, 사람들은 도자에서 무의식적으로 생활과의 연관성을 찾는다.
현재 일본에서는 종래의 도자표현에 포함되지 않는 작품을 주변 영역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도자와 순수미술과의 사이에 위치하는 작품을 가리키는 말이다. 앞에서 본 히노다의 작품이나 윤희창의 작품 등은 이러한 구분에서 볼 때 주변 영역에 위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윤희창은 도자라는 표현매체를 이용하여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장소에 전시를 함으로서, 평소에 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분위기의 변화를 유도하면서 사람과 환경과의 관계성의 변화를 암시하고 있다.
일본의 도예는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역사는 생활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져 왔다. 그 때문에 도예와 관련된 여러가지 기성의 개념이 생겨났다. 그리고 현재의 작가는 도예에 관련된 기성의 개념을 재확인하고 도예라고 하는 장르가 가진 특유의 요소 즉, 흙을 이용해 성형, 장식, 소성하는 제작과정이나 기器라는 형식, 도자기에 담겨진 생활이란 기억 등의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하나 검증하면서 표현의 방향성을 찾아내고 있다.
특히 1980년대 무렵은 도예가 가진 태생적 제약에 구애받지 않고 방만하리만치 자유로운 제작의 시기였다. 그러나 현재는 도예가 독자적 표현영역을 만들어 가고 있는 이유를 의식함으로 인해, 일본의 도예 영역에서 다양하면서도 어떠한 방향성을 가진 전개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위,「Metamorphose-‘X’matt」 2005년 작
아래, 「Metamorphose-자연스러운 형태 ‘U’matt」 2005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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