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동경 테이블웨어 페스티벌 참관기
개성 넘치는 테이블웨어와 식공간으로의 초대
글+사진 최재일 도예가
<제15회 동경 테이블웨어 페스티벌>이 8가지의 다양한 테마로 지난 2월 3일부터 2월 12일까지 열흘간 일본 동경 도쿄 돔에서 개최되었다. 요미우리 신문사와 (주)도쿄 돔이 주최하고 일본도자협회와 덴마크대사관, NHK 등이 후원한 이번 전시는 전문가와 아마추어 생활공예작품들이 조화를 이루며 펼쳐낸 창의력 넘치는 역작들이 다수 전시된 자리였다. 8가지의 다양한 주제로 나뉘어진 이번 이벤트는 《테이블 셋팅의 식공간 제안》, 《유리&크리스탈 ‘채색의 식탁’》, 《서양 그릇전》, 《해외특집전‘로얄코펜하겐’》, 《제15회 테이블웨어 공모전 수상작 전》, 《특별 이벤트》, 《전시 판매전》으로 다양하게 펼쳐졌다.
이번 행사는 도자기뿐만 아니라 칠기, 유리, 금속 등 그 장르 또한 포괄적이며 다채롭고 화려했다. 각 이벤트마다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과 업체들이 참여해 각각의 주제에 대한 식공간들을 제안하고 메시지를 전달하였으며 최고의 명품들이 전시되었다.
제15회 테이블웨어 수상작 전시와 더불어 전문 테이블 코디네이터와 요리연구가, 문화인들이 참여한 〈대접의 마음〉이라는 주제의 테이블셋팅은 특히 관심을 모으며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아 성황을 이루었다. 이 전시에는 일본의 유명작가 사카구치 게이코, 다키카토 등이 참여하였다.
공모전
전시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제15회 테이블웨어 공모전〉은 1, 2부 모두 같은 업계에서 열리는 전시 중 업계 최대 규모와 최고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1부는 오리지널 디자인부문으로 주제는 《상냥한 음식공간으로의 초대》로 전문가와 아마추어를 나누어 시상하였다. 도자기, 칠기, 유리, 금속, 기타부문으로 출품된 작품들은 생활성과 조형성 등의 심사기준으로 입상작이 선정되었다.
2부수상은 테이블웨어 코디네이터부분으로 주제는 《가족의 기념일》이었다. 감각이 넘치며 실현가능한 테이블과 음식 공간에서의 조화, 활용성, 다양한 테마가 적절히 표현된 출품작들 중 대상의 영예는 타니우찌다 준꼬 씨의 작품 「달구경」이 수상하였으며 최우수상과 우수상은 「꽃놀이」를 테마로 한 작품이 선정되었다. 특히 한국의 청강문화산업대학 학생들의 작품이 출품되어 현지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초대전
1775년 덴마크에서 시작돼 230년이 지난 현재까지 당시의 전통 그대로 내려오고 있는 <로얄코펜하겐> 특집전이 개최되었다. 전통적인 셋팅부터 퓨전스타일까지 화려하고도 전통의 기술이 조화된 작품들은 플로라 다니카Flora Danica(덴마크에서 생육하는 식물을 충실히 재현한 가장 우아한 디너웨어)와 블루 프루테드 뉴메가 오븐웨어Blue Fluted New Mega Ovenware(키친에서 요리한 그릇 그대로 서브하는 오븐웨어)-등은 관람객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전시는 전통에 걸맞는 다양한 테마들로 전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름답고 우아한 도자기들을 선보였으며 관람객들에게 가장 사랑받은 전시 중 하나였다.
또한, <채색의 식탁>전은 식탁에 채색의 아름다움과 빛을 주는 유리나 크리스탈 식기들의 시대를 뛰어넘은 아름다움으로 표현됐다. 천년의 전통에 빛나는 베네치아미술관 수장품 등의 명품들이 소개됐고, 1834년 창업한 컬러풀하고 모던한 디자인으로 인기 있는 독일의 크리스탈 브랜드 ‘나하트만’, 북유럽을 대표하는 개성 풍부한 크리스탈 글래스 브랜드 ‘코스타 보다’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밖에 흥미로웠던 점은 전시 중 일본의 인기 연예인 기무라 다쿠야가 출연한 드라마 세트장 테이블이 그대로 전시돼 현지 여성들의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그의 테이블은 사진 촬영의 명소가 되기도 하였다.
일본 그릇전
이 전시는 도기, 자기, 칠기 등 일본의 전통 미와 기술을 모아 현대 생활에 맞는 정취가 있는 화和 음식 공간을 제안하는 주제로 펼쳐졌다. 일본이 중세기부터 도기생산을 시작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는 도기산지라고 하는 배경을 갖고 선택된 일본 6개 고요古窯(세토, 나메라, 에츠젠, 시가라키, 탄바, 비젠)의 특징을 담은 도자식기들을 선보이는 전시였다. 관람객들에게 오랜 역사에서부터 최근까지 발전해온 일본의 전통 그릇들을 공개해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전시로 마련돼 관심을 모았다.
특집전
NHK 방송 50주년 기념의 <오늘의 요리> 프로그램을 내세운 《가족의 웃는 얼굴이 기쁘다!》 식탁전 또한 관람객들의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이 전시는 초록이 넘치는 정원을 중심으로 오늘의 요리 프로그램으로 친숙한 진행자들에 의해 《내가 사랑하는 식기들》전이 열리고, 가든 스테이지에서는 요리교실도 함께 진행됐다.
또한, 매일 시간대 별로 주제를 정해 테이블 셋팅 관련 전문가들이 진행한 특설 스테이지 이벤트는 ‘모나리자의 식탁-프랑스 요리와 그릇을 즐기는 법’, ‘레스토랑에서 즐거운 와인 오더방법’ 등의 흥미롭고 일반인들의 관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주제들로 진행돼 뜨거운 호응을 얻는 모습이었다.
판매전
이번 행사의 핵심코너인 판매전은 200여 업체가 참가하여 해외와 일본 국내도자기 및 테이블웨어 관련 상품으로 실생활에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품목들이 판매되었다. 특별히 열린 사무국 추천의 《15주년 기념상품》전도 관심을 모았다.
필자는 이번 테이블웨어전 관람까지 10여 차례 일본을 방문하였다. 일본을 다녀올 때 마다 느끼는 점은 일본인들의 도자기 사랑이 정말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도 일반인들의 관람이 성황을 이루었고 그 계층 또한 다양하고 폭넓었다. 그 중에서도 주류는 주부들이었다. 삼삼오오 짝지어 마치 애인이라도 만나러 오는 양 상기된 얼굴로 들어와 작은 종지 하나까지도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행복해하는 그들에게서 ‘정말 일본인들의 도자기 사랑은 바로 생활 그 자체구나’하는 것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결코 작가도, 전공자도 아니었다. 얇은 종이에 행여 깨질까 노심초사하며 작은 그릇들을 포장해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그 그릇이 그들의 가정에서 얼마나 소중하게 쓰여 질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었다. 동네의 작고 허름한 분식점에서 조차 도자기가 아닌 그릇은 찾아볼 수가 없는 나라 일본. 도자기의 종주국이라고 자부하며 도자기의 주권을 찾으려 고집하는 우리. 그러나 플라스틱 그릇에 밥을 먹고 스테인레스 컵에 물을 담아 마시는 우리. 도자기는 모셔놓아야 하는 전시품이 아닌 것을 왜 우리는 알면서도 그것을 생활 속으로 흡수하지 못하는 것일까... 필자는 일본인들에게 도자기 종주국의 자존심을 되찾기 전에 먼저 그들에게 도자기를 생활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여 함께 호흡하며 살아가는 그릇 사랑을 먼저 배워야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도예가들이 먼저 좋은 작업을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당면과제일 테지만 말이다.
필자 최재일은 경희대학교 도예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자인도예공방을 운영하고 이태리로 건너가 Universita per Stranieri Siena(ITALIA Siena)를 수료했다. 현재 서울 압구정동에서 CEraMia도예스튜디오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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