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oul Museum of Chicken Art
서울 닭 문화관
흔히 닭은 지극히 머리가 나쁜 동물, 뒷발질로 재산을 몰아내는 동물로 비하되기도 한다. 그러나 예로부터 집에서 가장 흔하게 기르는 가축으로, 계란과 고기를 공급하는 이로운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닭의 울음소리는 밝아오는 동쪽 새벽을 울리며 어둠 속의 사악함을 쫓고 새로운 세상이 시작됨을 알리기도 한다. 새해가 밝아 오기 직전에 민가에서 집의 벽 또는 대문에 붙였다는 기록이 있는데 이는 닭의 형상을 집에 그림이나 생활 기물에 담아놓음으로써 액을 쫓고 상서로움을 전해주는 특성의 동물로 상징화되었음을 보여준다.
지난 해 12월, 서울 종로구 가회동에 닭을 모티브로 한 도자, 금속, 섬유 등의 공예품과 문화재를 모아놓은 <서울 닭 문화관>이 개관했다. 이곳은 김초강 이화여자대학교 보건교육과 명예교수가 전국을 넘어 세계 각국으로 돌아다니며 수집한 수천 점의 닭에 관련한 작품을 함께 공유하고자 선보인 공간이다. 닭은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이지만 상징적인 의미로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일찍이 닭의 매력을 남다르게 여긴 김초강 교수의 각별한 애정과 사연이 담긴 공간을 방문해보았다.
닭잡으러 다니게 된 사연
<서울 닭 문화관>은 우리의 전통문화이자 토속예술품인 꼭두닭을 보존하고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김교수는 “고등학생이었을 때 수학여행으로 강원도 어느 산골을 갔었는데 그곳에서 상여닭을 처음 보았습니다. 여느 것과는 달리 눈이 무척이나 날카롭고 화려하게 채색돼있어 인상적이었지요. 그런데 이것들이 한국 사람이 아닌 외국 사람들이 주로 사간다는 것에 놀랬죠. 우리가 소유할 권리를 가진 우리가 소유할 문화인데 이렇게 박대하고 알지 못해 마구 버리면 언제 찾겠습니까.”라며 닭 잡으러 다니게 된 사연을 전했다. 이러한 계기로 닭이 주인공인 <닭 문화관>을 준비하게 되었고 닭은 사람들을 만나고 문화를 나누기 위한 매개체이기도 했다.
김교수는 양반 자제들에게 장원급제의 합격을 기원하는 뜻에서 전하던 계관도鷄官圖를 통해 이전의 수집단계에서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다. 닭의 턱벼슬은 권의를 상징하고, 벼슬은 관모를, 꼬리는 부귀영화를, 몸은 다산의 의미를 담고 있는 해학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한다.
닭에 관한 소장품
이곳에는 도자, 유리, 나무, 금속, 헝겊, 한지 등으로 만든 닭 인형들과 수묵화, 유화, 스케치 등의 회화 작품 외에도 장신구 또는 식기 등의 생활 소품하나에도 닭이 뛰어놀고 있다. 찻잔은 물론이고 접시, 티스푼, 설탕과 크림통, 스탠드, 테이블 매트, 카펫, 문의 손잡이까지 유심히 들여다보면 닭이 생활 속에 익살스럽게 자리한 모습들을 볼 수 있다. 화장실도 꼭 보아야 할 공간이다. 전시작들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앤틱장식장 내부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장 위에 올라타 있거나 공중을 날고 있다. 동서양의 다양한 닭들이 각기 독특한 자태를 뽐내는 모습들이 어느 하나 같은 게 없다. 유럽의 여러 나라에서는 신과 인간 사이를 이어주는 것으로 교회지붕에 십자가를 대신해 제작했고 프랑스의 국조가 닭이라는 점, 포르투갈에서는 행운의 동물로 여겨지는 등 서양에서도 그 상징성이 중요해 문화 속에 다양하게 적용되어 온 것을 볼 수 있다.
사립박물관으로써 운영 활성화
김초강 교수는 <닭 문화관>이 보다 많은 사람들과 문화를 나눌 수 있는 유용한 장소가 되기를 바란다고 한다. 현재 1,000여점 가량이 전시되고 있지만 총 4,000여점의 소장품과 지속적인 수집과 기증을 통해 문화공간을 이끌어 갈 계획이다. 또한 한국의 전통문화만이 가질 수 있는 민화나 꼭두닭에 대한 문헌자료를 국문판과 영문판으로 집필해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우리문화를 알리는데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오늘날 닭의 역사적, 문화적 상징성이 잊혀졌지만 <서울 닭 문화관>을 통해 그동안 몰랐던 닭의 모습과 의미를 되찾
길 바란다.
이곳은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 운영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1층은 상설 전시장 겸 까페, 2층은 갤러리로 구성돼있으며 관람료는 어른 3,000원, 어린이 2,000원이다. <닭 문화관>은 연4회의 테마전을 기획하고 있으며 개관전인 <닭 표정 엿보기>가 3월 31일까지 열리고 있다. 오는 4월에는 <꼭두와 민화>전, 7월에는 <유리닭과 헝겊닭>전, 10월에는 <나무닭과 닭우표>전, 내년 1월에는 <도자기와 닭그림>전이 선보일 예정이다.
이연주 기자 maigreen9@naver.com
1 서울 닭 문화관 서울시 종로구 가회동 12번지 | 02.763.9995 | www.kokodoc.com
2 까페 겸 상설전시장인 1층 내부
3 화려한 색채를 가진 대만의 닭 주전자
4 한지로 만든 닭인형
5 2층에 위치한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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