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꿈을 흙으로 담아내는 이.희.문
내면의 순수함 고스란히 담아낸 흙인형
작가라면 누구나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자기만의 과정이 있을 것이다. 그 과정은 너무나 다양해서 옳고 그름이 없고 높고 낮음이 없다. 또한 그 범위는 제한되어서도 안 된다. 어떤 이는 자신만의 논리적인 과정으로 어떤 이는 내적인 감성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작업 과정을 풀어나간다. 또 어떤 이는 자신만의 기술적 과정을 거쳐 작품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지난 2월 23일부터 3월 3일까지 서울 대학로 목금토 갤러리에서 장애우 이희문의 첫 전시<첫 발자국>이 열렸다. 비행기를 비롯한 쎄서미 스트릿 캐릭터, 코끼
리 등 추상적이지 않은 인형형태 위주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쎄서미 스트릿 인형과 아빠와 춤추던 어릴 적 기억,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넉 놓고 바라보던 비행기는 무엇보다 훌륭한 작품소재가 되었다. 그 중 코끼리를 소재로 한 작품은 지난해 제1회 장애인 도예 공모전에서 금상을 수상하는 기쁨도 안겨 주었다.
작품을 만드는 누군가에게 시작과 마침까지의 모든 작업과정에 있어서 오랜 시간과 노력 그리고 작가 자신의 내면에 담긴 경험과 감각적인 이미지 등이 필요하다면 이희문의 작품은 그 과정이 조금 다르다고 얘기 하고 싶다. 22년간 자신이 보아왔던 것 느낀 것이 마치 불순물 없는 깨끗한 유리 통로로 고스란히 작품에 전달되어 표현되어진 것만 같다. 아무 것도 덧붙여지지 않은 순수하게 그냥 그대로인 것이다.
흙은 가장 편한 나만의 언어소통방법
이희문에게 흙은 오래되고 친숙한 친구 같은 의미이다. 어릴 적 독일에서 지냈던 5년 동안 손에 연필을 쥘 수 있게 되면서부터 엄마와 그림을 그리거나 만들기를 하면서 놀았다. 이후로 온 벽과 바닥을 크레용으로 그려 도배비를 물어준 집이 세 집이나 되도록 오륙년을 선만 그리고 그림은 엄마 아빠에게 시켰다. 그러던 94년 어느 날 자신도 모르게 비행기 퍼즐 그림을 4절 크기의 달력 뒷장에 꼼꼼히 완벽하게 다 그려내고 그 날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림, 비행기 조립, 지점토 이 세 가지가 이희문의 일상이었다. 원하는 대로 만들어내고 표현할 수 있으니 가장 편한 소통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일 어려운 것이 언어 소통이기에 말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흙을 통한 언어소통이 가능하도록 이끌어 주는 이가 있다. 장애인 그림 동우회<화사랑>에서 자원봉사하는 김정현씨다. 현재 인사갤러리 큐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희문의 작업 대상과 과정에 있어서 열린 마음으로 이끌어 주었다. 무엇이든 마음으로 느끼는 것에 중점을 두고 형식이나 격식에 매이지 않으며 색다른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인생에 있어서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너무나 큰 축복이고 비길 수 없는 재산이라
고 한다. 이희문은 그를 사랑하는 가족들과 좋은 선생님이 있기에 그리고 소통할 수 있는 흙이 있기에 이미 다족한 부자이다.
그 풍연함과 기억의 아름다운 씨앗들이 이희문 안에 심기워지고 잘 자라나서 흙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마음껏 열매 맺기를 기대해 본다. 그래서 보는 이들의 마음 가운데에도 그 씨앗이 전해지고 전해져 넉넉함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작가로 두 번째 세 번째 발걸음을 내딛어 가길 소망한다.
장윤희 기자 bless_tree@naver.com
< 더 많은 사진 보기 월간도예 2007년 4월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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