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도예가
조반니 치마티 Giovanni Cimatti
글+사진 박소영 도예가
La ceramista Giovanni Cimatti.. Il mio maestro...
도예가 조반니 치마티. 나의 스승, 그분을 감이 그리 칭하고 싶다. 5년이란 길고도 짧은 나의 이탈리아 생활, 그 안에서 끊이지 않던 질문들. 도예란 이름 주변에서 맴돌던 나이 서른이 되도록 진정 내 자신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몰라 하던 때 내 스승은 내 눈을 꿰뚫어 보며 정말 도예를 좋아하냐고 그렇다면 그걸 하라고 했다. 진정한 열정이 무엇인가를 내게 보여주고 나의 정체성 찾기에 무엇보다 커다란 힘이 되어주신 분이다.
조반니 치마티란 이름은 이태리 도예계, 아니 나아가 유럽과 세계를 넘나든다. 70년대 전후부터 수회에 걸친 세계의 중요한 공모전 입상들 이태리 국내와 전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 해외에서의 다수 개인전과 단체전은 오늘날 세계성에 걸 맞는 그의 명성이 우연이나 행운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를 처음 알게 된 건 3년쯤 전 파엔자Faenza 국립 도예학교 재학시절이었다. 수업의 연장으로 담당교수이자 그분과는 사촌 지간인 안토넬라 치마티와 함께 작업장을 방문하게 된 기회에서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선생님의 작업을 보고 배우고 싶다고 의사를 내비쳤다.
파엔자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그분의 작업장은 작지만 아늑하다. 모든 것은 정리되어 있고 빼곡한 작품들이 그분의 왕성한 작업량을 이야기한다. 수업을 마치고 그분의 작업장을 찾으면 그 곳에는 매일 새로운 작품들로 가득했다. 새벽 5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는 그는 나이가 들어 잠이 없다고 한다. 전혀 피곤한 기색이라곤 찾아 볼 수 없다. 그의 눈은 호기심으로 가득 차 항상 반짝이며 뭔가 새로운 것을 발견하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한다.
필자의 어리석은 질문에도 같이 고민하며 최선을 다해 설명해주고 내 어수룩한 손놀림을 주시하며 어린 나에게도 배울것이 있다고 한다. 다시 한 번 존경으로 고개 숙이게 한다.
그는 남들이 휴식을 취하는 주말이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전시를 갖고, 자신만의 테크닉들을 가르치기 위해 직접 만든 가마를 차에 싣는다.
그는 이탈리아 파엔자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자라고 공부했다. 운명처럼 어머님께서는 뱃속에 자신을 잉태했을 때 Gatti라는 도자공방에서 일하고 계셨다. 그는 7살 되던 해 학급친구로부터 받은 한 덩이의 흙에 매료되어 버렸다. 전통을 중시하는 이태리에서 마욜리카Maiolica란 기법으로 내려온 도자기의 도시 파엔자에서 그의 작업이 다양하고도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건 파엔자 도예학교 재학시절 이태리의 바깥세상을 보여준 위대한 작가인 칼로 자울리Carlo Zauli를 스승으로 알게 됨이 시작이었다.
그 후 시에나Siena의 교사로 있던 시절 외국인들과 접촉하고 80년대 일본작가들과의 교류를 비롯해 전시와 세미나를 통한 여행이 주는 끊임없는 경험과 배움의 시간을 가졌다.
90년대 들어서 한국인 문하생이나 당대 한국인 작가들이 그의 작업장을 거쳐 갔다. 그 흔적들은 지금도 그분의 작업장 안에 남아 살아 숨쉰다. 어떤 누구보다도 흙에 대한 준비와 지식이 손에 배 있다는, 이탈리아 사람들보다도 더 함께 작업하기 좋았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여러 차례의 한국전시를 통해 알려져 1996년 세계도자비엔날레의 심사위원 자격으로 초청방문을 가졌다.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국 젊은이들의 예의바름과 어른에 대한 존중,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각별한 배려, 맛깔 나는 음식들, 거대한(?!) 스케일의 도예작업들, 무엇보다 애착을 가졌던 ‘상감’을 이야기 한다.
조반니 치마티Giovanni Cimatti의 작업은 어느 하나로 특정 지을 수 없다. 형태와 표면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 재료와 기법, 소성방식에 이르기까지 계속되는 실험과 탐구의 연속이다. 한국도예의 영향을 받아 스스로의 방식으로 재현되는 상감, 데칼코마니(전사)기법, 테라시질레타Terra sigillata를 이용한 라쿠 돌체Raku dolce, 자기를 통한 고온소성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또한 Paper clay를 이용한 오브제와 조각작업까지 해낸다.
유독 어느 하나만 고집할 수 없는 건 도예자체가 그에겐 가장 좋아하는 테크닉인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호기심 세계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가진 모든 원료의 어머니인 흙이라는 매체를 통해 손끝을 거쳐 형상화 되고, 그 다양한 가능성이 주는 새로운 기대와 긴장에의 흥분은 그의 가장 큰 기쁨인 것이다.
창조란 전통 없이는 다다를 수 없음을 인식하고 배움을 소홀하지 않으며,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창조성만이 진정 무한한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라쿠돌체Raku dolce는 그 주된 작업으로 그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다. ‘돌체dolce’란 달콤한, 부드러움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낮은 온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지만 고밀도의 화장토ingobbio가 주는 유리질의 강하고도 빛나는 표면의 아름다움을 대변한다. 고대 그리스, 로마시대 태어난 아주 미세한 입자로 이루어진 정제된 흙물을 말하는 테라시질레타로 기물표면을 장식하고 라쿠라는 동양에서 시작된 소성방식으로 완성된다.
소성온도는 약 970도 정도로 검게 연기 머금은 부분을 얻기 위해 550~600도 사이에서 기물을 가마에서 꺼내 톱밥이나 작은 나뭇가지로 완전히 덮는다. 성형은 석고나 테라코타로 된 틀 위에서 이루어지거나 물레를 이용하기도 하며 그 과정은 매우 섬세하고 한 치의 오차도 없다. 자신만의 테라시질레타를 준비하기 위해 가는 곳마다 흙을 채취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자연과 인간, 환상과 이야기가 어우러진다.
사진에서 보이는 볼Bowl 작업을 비롯해 요정elfi, 태양잎이나 햇잎foglie sole들은 오렌지색의 은은한 따뜻함과 연기로 그을린 블랙의 세련미가 자연스런 조화를 이룬다. 또한 규칙과 일탈의 유연하고도 절제된 곡선이 주는 형태는 율동감과 리듬감이 돋보인다.
인어Sirene시리즈는 그리스 신화 파르테논 중, 노랫소리로 남자들을 유혹해 바닷 속으로 끌어 들이는 물고기의 꼬리를 가진 여자 시레네가 울리세Ulisse의 배를 멈추지 못함에 절망하여 바다에 몸을 던지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바다에 빠지지 않기 위하여 노 꾼들의 귀를 초로 막고 자신의 몸을 뱃머리에 감았다는 울리세의 애환과 시레네의 애달픈 노랫소리를 그대로 전한다.
이태리의 유명한 비평가 프랑코 파트루노Franco Patruno는 ‘치마티는 자신의 예술세계에서 다른 이들과 같은 길을 걷지 않고, 새롭고 눈부신 조형미술세계 안에서 끊임없이 도전하여, 작가의 손에서 세상에 내어놓은 새로운 작품들로 자신뿐 아니라 독자들까지도 설득시킬 수 있는 예술가다.’라고 한다.
오늘날 그의 고민은 도예분야도 그 모든 작업들과 마찬가지로 자신과 세상으로부터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 자원은 고갈되어 가고 있으며 환경문제는 심각하다는 것이다. 그는 신중하고 단호하게 행동한다. 모든 재료를 마치 자신의 손에 쥐어진 것이 마지막인 듯 다룬다. 작업 후 남는 재료에 대한 보존이나 처분에 주의하며 지구 온난화 문제가 대두되는 지금 가능하다면 환원번조 횟수는 줄이고 단벌번조를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자신의 작업 또한 그에 맞게 바꿔가고 있다. 그의 작업실에서는 빗물을 받아 모아 작업에 이용하며 태양열을 이용한 보온시스템을 도입하였고 자원절약을 위해 자신의 가스가마들을 모두 전기가마로 바꾸고 있다.
필자가 이태리에서 첫 개인전을 갖고 스승을 찾았을 때 악수를 건내며 “도예가의 길에 들어선 걸 환영한다, 많이 힘들고 쉽지 않을 테지만 정말 아름다운 길”이라고 했다. 도예가를 무엇이라고 하나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그 무한하고도 광대한 영역 속에서 도예가의 의미를 재촉하는 필자에게 내 스승은 이렇게 말한다. 굳이 말하자면 도예가란 ‘흙 위에 시를 짓는 사람’이 아닐까라고.
이탈리아 도예가 조반니 치마티Giovanni Cimatti
홈페이지 www.giovannicimatti.it 이메일 gcimatti@racine.ra.it
「Sirene」 시리즈 中
작업중인 조반니 치마티
「Elfi」 시리즈 中
「Foglie sole」 시리즈 中
「Bowl」 시리즈 中
필자 박소영은 대구예술대학교와 이탈리아 파엔자 국립도예학교를 졸업하고 2004년부터 2년간 이태리 작가 M. Giovanni Cimatti, M. Daniela Colognori 의 어시스턴트 및 이태리 토스카나 국제 도예센터 ‘la meridiana’에서 조교로 근무했다. 2005년 파엔자 DISTERCOOP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개인전 2회(이탈리아, 노르웨이)와 단체전 20여회에 참여했으며 현재 파엔자 ‘LEGA’ 공방의 어시스턴트로 작품개발 및 전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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