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보다 즐거운 일상
글+사진 이연주 기자
도자기협찬 김지영 도예가
스타일링 양은숙 푸드스타일리스트
여행할 장소에 관한 조언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지만, 그곳에 가야 하는 이유와 가는 방법에 관한 정보들은 찾기 힘들다. 또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여행목적지에 대한 선정과 목적지의 사전정보를 실시간으로 검색하고 스크랩하는 동안 여행이 시작되기도 전 에너지가 소진되는 경험을 누구나 겪었을 것이다. 여행을 떠나서도 기차시간에 맞춰 전력질주 해야 하고 땡볕에서 버스를 기다려야 하는 등 온갖 불편을 감수하면서 떠나는 여행은 여행에 대한 기대와 실제 여행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성찰하게 만든다. 여행은 언제나 처음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어느 날 문득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에서 여행길에 보았던 숭고한 풍경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 여행의 힘이자 의미일지라고 혹자는 말할 지도 모른다.
위스망스 작품 《거꾸로》에 나오는 주인공 데제생트는 평생 자신의 집을 떠난 적이 없지만 어느 날 런던을 여행하고 싶다는 강한 열망에 런던으로 향하다가 곧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오
게 된다. 소설가 알랭 드 보통 또한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을 꿈꾸며 원시적인 순수와 낙관을 찾아 바베이보스로 여행을 떠나지만 결국 여행지의 실제모습에서 실망을 느낀다. 이는 결국 여행은 단지 어디론가 떠나는 문제가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임을 이야기한다.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한다면! 을 외치며 방향의 새로운 이동에 대한 기대와 동경만이 여행이 아니라는 것이다.
길을 걷다 지나치는 장소와 어떤 요소들이 주는 매력을 끊임없이 재발견하고 재탐구하는 것이 고독을 즐길 수 있게 하고 달콤한 백일몽을 꿈꾸게 하며 진정한 자아를 만나게 해주는 여행이 아닐까. 자연과 교감을 나누고 싶다면 근처의 꽃과 가지를 꺾어다 자연 속에서 순화되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일상의 권태로부터 탈출하고자 한다면, 새로운 요소들을 일상으로 들여와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면, 우리의 일상적인 삶은 얼마든지 고양시킬 수 있고 매일 여행에 이르게 되는 듯 한 과정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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