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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하이만Sylvia Hyman의 눈.속.임
  • 편집부
  • 등록 2007-06-13 15: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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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비아 하이만Sylvia Hyman의 눈.속.임
글 김진아 홍익대 미술비평 박사과정

 

지난 3월 24일부터 한향림 갤러리에서는 개관 3주년을 기념하여 미국 현대도예의 거장 실비아 하이만Sylvia Hyman의 <눈속임>전이 개최되었다. 1917년 미국에서 출생하여 미국 현대도예와 역사를 같이 한 그녀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도 특히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은 1996년 이후 약 10여 년 동안 제작한 것들로써 트롱프뢰유눈속임 기법, Trompe L'oeil를 사용한 극사실주의적 작품들이다.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는 팝아트의 강력한 영향으로 극사실주의가 등장하는데 같은 시기에 도자조각 부분에서도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이용한 극사실주의 경향의 ‘슈퍼 오브제Super object’가 성행하게 된다. 1970년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된 슈퍼 오브제들은 판지, 가죽, 천, 나무, 금속, 종이 등 표현 가능한 모든 물체를 흙으로 표현하였다. 하이만 역시 이 시기를 기점으로 실용도자나 추상조각의 작업에서 탈피하여 실제의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하는 트롱프뢰유 기법을 작품에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시도의 결과는 1970년대 후반 작품 「Family Record」에서 나타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 전시된 하이만의 작품들 역시 골판지 상자, 나무 혹은 금속재질의 정물, 종이, 천, 엽서, 노트, 악보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들은 흙으로 표현한 것들로써, 특히 얇게 말린 종이의 재질과 그 위에 전사된 문자와 음표들은 그녀의 오랜 기술적 성과들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마릴린 레빈Marilyn levine의 「Knapsack(1970년 작)」처럼 관객들을 완전히 속일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재현된 하이만의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재들은 과연 관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것일까. 사실 극사실주의 계열의 작품들은 주관을 극도로 배제하고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물들을 재현해 낸다. 따라서 이들 작품에서는 특별한 의미보다는 이미지 자체가 주는 충격이나 일루전illusion을 기대한다. 그러나 하이만의 작품은 아무 뜻 없이 재현되는 극사실주의 작품들과는 다소 차이가 있어 보인다. 레빈의 낡은 가죽가방이 물건의 오랜 역사를 기록하고 보존하기 위한 소재로 사용되었듯이 하이만의 낡은 종이상자나 나무 바구니, 모차르트의 악보, 두루마리 편지와 엽서, 어린 시절 읽었던 책과 같은 물건들은 희미해져 가는 기억에 대한 기록물로써 시간과 장소, 기능을 초월하는 것들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는 이러한 구체적이고 직관적인 재현물들을 통하여 대상이 지닌 본질을 표현함과 동시에 관객들에게 작가의 과거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 수 있는 다양한 단서들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하이만의 슈퍼 오브제적인 작품은 이미 1970년대 미국에서 유행하였던 그다지 새롭지 않은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90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재현의 본질에 대한 일관적인 탐구 자세는 많은 현대 도예가들에게 귀감이 될 만하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집적된 테크닉은 극사실주의 기법의 경지를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줌과 동시에 재료와 은유, 연상 등의 시각언어를 이해하는데 색다른 감상법을 제시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작가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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