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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LEE.YONG.WOOK/기록을찾아서
  • 편집부
  • 등록 2007-06-13 16: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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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욱LEE.YONG.WOOK/기록을찾아서
글 장정란 미술사, 문학박사

 

이용욱은 일관되게 백자의 세계를 꾸준히 탐구해 온 작가이다. 조선백자의 순박한 색상에서 근원을 삼고 다양한 백색의 세계를 연구해왔다. 정서적으로는 ‘고요함’을 한국도자의 미적美的 정체성으로 인식하고 자신만의 독특한 명징한 ‘정적靜的’ 감성을 추구해왔다.
조형적으로는 탑塔의 형상을 통하여 전통도자의 곡선과 직선을 현대적 선율로 전환하는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전시는 입체적인 조형이 사라지고 평면의 조형물이 등장한다는 것이 새로운 변화로 주목된다.
현대미술 속에서 새로운 도자의 위치를 고심하고 한편 대중과 더욱 소통할 수 있는 기능으로써의 도자를 연구한 결과로 보여진다. 이전의 작품들이 예술적 대상으로의 감상용이었다면 이번전시의 작품들은 절반이 일상생활에 응용하고 설치할 수 있는 타일작업이다. 우리생활에서 서로 호흡하고 예술과 생활을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하나의 제시이다.

이번 전시2007. 4. 4-4. 10 학고재 주제는 지난 6회 개인전부터 새롭게 탐색했던 <기록을 찾아서>이다. 한국에서 도자라는 명칭은 그 형태를 깨트리고 조형방법이 기발하고 현대적 감각을 가지고 있다해도 이미 수 천 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대상이다. 그러므로 기록을 찾아서라는 전시주제는 우리의 역사이자 현재의 지문에 대한 작가의 진지한 질문이다. 이용욱은 도자와 기록물에서 동일한 상징성을 읽고 우리의 과거와 오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전시작품은 방법적으로 두 개의 다른 조형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층전시장에 설치된 작품들이 전시의 메인으로써 거대한 배모양의 철조받침대 위에 백색의 조각난 타일조각들이 하나 하나 조합되어 누워있는 형태이다. 18개의 조각들을 조합하여 한덩어리의 거대한 비문碑文이 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하나하나의 조각들은 각기 다른 장식문양을 가지고 있다.
하나의 조각들에 새겨진 무늬들은 하나의 단어이며 한 줄의 문장이고, 이 조각들이 하나의 거대한 도판으로 형성되는 것은 그 문장으로 이루어온 실존적 삶의 흔적들이다. 가지런히 정렬된 문양은 순열된 기록의 역사일 것이고 거칠게 엇갈린 자국들은 오기된 기록일 것이다.
표면장식의 문양은 날카로운 공구로 조각하여 단순해질 수 있는 사각형의 조각들을 입체적으로 살리면서 도자의 새로운 표면효과를 실험하고 있다. 이용욱 도자의 특징 중 하나는 흙이라는 물성을 최대한 지키고자 하는 것이다. 독특한 질감으로 치밀하게 묘사한 표면조각방식은 흙의 성질이 어떻게 회화적으로 다양하게 발아할 수 있는지 증명한다.
이층 전시장에 설치된 타일작품들은 전사기법을 이용하여 여러 가지 문양으로 기록의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장 바닥에 깔아놓은 100장의 전사된 그림타일은 수많은 문명과 각기 다른 인종들의 과거와 오늘에 연관된 사실의 증거이다. 흥미있는 것은 이 그림의 연관성을 통하여 도자역사의 과거와 현재를 접합시킨 이중의 상징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한 장의 그림타일은 벽에다 걸고 감상할 수도 있고 때로는 거실을 장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도자타일에 장식된 그림들은 감상자들에게 지나간 시간을 읽게하고 오늘의 정보들을 추적하게 한다. 즉 그의 그림타일은 오늘은 예술작품일수 있고 내일은 생활도구일 수 있으며, 그러므로 한 장의 그림타일은 어제의 역사이자 오늘의 기록인 것이다.
그림타일에 등장하는 한 장의 풍경화 같은 나무그림이거나, 이 시대의 거부할 수 없는 자동차이거나, 동서양이 믹스된 문화를 얘기하는 한자나 영어라거나, 과장되게 붙여진 여성의 속눈썹이거나, 어느 시대나 필요한 지도책이거나, 어디로 갈지 모르는 날씨예보이거나, ‘신辛’자에 상징된 주술성과 오늘날 상품이름의 다름이거나, 동양문자의 표의성과 건강한 남성팔뚝처럼 상이한 동서양의 미의식이거나 등은 작가의 기록물에 대한 오늘의 발언이다.


이상으로 볼 때 이용욱이 추구하는 작품세계는 우리 모두의 과거와 현실에서, 모두 같이 존재해왔던 도자의 이야기를 하고자하는 것이다. 또한 도자라는 창문을 통하여 인간의 역사를 읽고 그 근원과 오늘의 관계성을 탐색하는 것이다.
주목되는 것은 이런 다양한 상징을 도자에 접합하면서 그가 지금까지 일관되게 추구하는 ‘정적靜的’인 감성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백색유약의 침착한 빛깔의 구현이나 전사그림타일의 흑백의 절제된 색채사용도 이런 의도와 유관할 것이다.
이번전시에서 입체에서 평면으로 변신하면서 섬세한 조각과 다양한 그림들로 이전과 또 다른 도자의 가능성을 보여준 이용욱이, 앞으로 어떤 조형방식으로, 현대미술의 울창한 숲속에서 한그루의 도자나무를 심을 것인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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