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설비와 고급인력으로 연 300억 매출, 1970만불 수출
사양산업으로 치부되던 백색가전을 일약 수출전략산업으로 탈바꿈시킨 LG전자의 트롬세탁기. 그러나 최첨단 가전 기술의 집약체인 이 대박 아이템도 고작 외부 상판 한 장을 만들지 못해 사장될 위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전 세계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트롬 세탁기를 위기에서 구해낸 장본인을 만나보았다.
법랑 업체로는 처음으로 2006년 500만불 수출탑에 이어 지난해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주)이베스코. 그것도 겨우 30만불이 모자라 2천만불 수출탑을 놓친 1970만불 실적이다.
도대체 어떤 제품으로 단기간에 이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을까? 고도의 물성을 요하는 고가의 특수용 법랑이나 규모가 큰 건축용 판넬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답은 겨우 세탁기 외부 전체도 아닌 ‘드럼 세탁기용 상판’ 하나 였다.
“법랑은 변색이나 긁힘이 없고 무독성의 친환경 제품으로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다양한 생활용품에 적용되고 있다. 세탁기의 상판은 특히 긁히거나 오염이 잘 되는 부위로 해외에서는 법랑제품 사용이 당연시 되고 있다”고 설명하는 (주)이베스코 정문규 대표는 “사실 7년 전 LG전자의 의뢰를 받을 때까지만 해도 흰색 하나가 백 여 가지로 구분될 수 있다는 것을 몰랐었다. 일주일 밤샘 끝에야 원하는 색상을 겨우 만들어 납기를 지킬 수 있었다”고 회상한다.
트롬세탁기 미국진출의 숨은 공로자 이베스코
LG전자는 트롬이라는 자체브랜드에 앞서 7년 전 GE를 통해 OEM 방식으로 먼저 미국시장을 두드렸다. 하지만 세탁기 자체의 뛰어난 성능에도 불구하고 상판에 쓰이는 법랑 판넬 개발에 실패해 수출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고 만다.
타 법랑업체를 통해 1년간 상판용 판넬 개발에 나섰지만 원하는 품질을 얻지 못한 것. 이베스코(당시 새한법랑)는 지난 83년부터 금성사(현 LG전자)의 주방용품 협력사였지만 사업부가 달라 납기일까지 한 달을 남겨둔 시점에서야 이 같은 내용을 알게 된다.
한 달 내에 제품 개발부터 생산, 조립까지 완성하지 못할 경우 트롬 세탁기는 꽃 한번 피우지 못하고 사장 됐을지도 모를 일. 품질에 대한 자신감은 있었지만 GE표준의 색깔을 맞추는 것이 문제였다.
일주일간의 밤샘 작업으로 이베스코의 법랑 판넬은 결국 GE 기준을 통과했고 LG전자의 세탁기는 미국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
만일 이베스코처럼 기술력있는 세라믹업체가 없었다면 LG전자의 첨단 기술력은 인정받을 기회조차 얻지 못할 수도 있었던 셈. 3년 후 LG전자는 트롬이라는 자체 브랜드로 미국 시장에 진출, 4년만인 지난해 월풀을 제치고 미국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게 된다.
어두운 터널내부를 법랑판넬로 안전하고 아름답게
“품질은 곧 산소. 산소가 없으면 사람이 죽듯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품질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강조하는 정문규 대표는 “최첨단 설비와 고도로 숙련된 인력으로 세계 어느 제품에 비해서도 품질에 자신있다”고 덧붙인다.
이런 품질의 자신감 때문일까? 이베스코는 발전소 탈황설비 열교환기에 들어가는 법랑판넬을 중국 등으로 수출하기 위해 별도의 사업팀을 마련했다.
이산화황과 질소화합물 등 강한 부식성 환경에 노출되는 열교환기는 부식 저항력이 뛰어난 법랑 제품이어야 한다. 현재 발전양을 크게 늘리고 있는 중국 등지에서 그 수효가 늘고 있으며, 이베스코는 중국산에 비해 월등한 품질과 유럽산에 비해 유리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또 240cm×180cm 크기까지 처리할 수 있는 최첨단 설비를 확보, 축산용 폐기물을 발효시키는 저장 탱크에 사용되는 액비 판넬과 선진국에서 터널 내부에 시공하는 대형 건축용 법랑 판넬에 대한 시장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가축 분뇨 및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는 저장탱크를 법랑 판넬로 제작할 경우, 일반 콘크리트 저장탱크에 비해 30% 이상의 시공비 절감은 물론, 균열로 인한 침출수 유출을 원천적으로 방지해 친환경적인 공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뛰어난 내화학성과 반영구적인 법랑 판넬로 시공한 저장 탱크는 외관이 미려하고 유지관리도 쉬워 최근 그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정문규 대표는 “홍콩은 몇 년 전 터널화재 사고 후 거의 전 터널을 법랑 판넬로 교체하고 있다.
법랑 판넬은 화재에 안전할 뿐 아니라 터널 내 조도를 높여주고, 유지관리가 간편해 디자인 측면에서도 뛰어난 건축자재”라며 “타 외장재에 비해 제품 단가는 다소 비쌀지 몰라도, 시공이 간편해 인건비 절감으로 실제 건축비용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법랑 판넬로 시공한 터널 내부는 유리질의 표면으로 반사도가 높아 같은 조명기구 하에서도 훨씬 밝게 유지되며, 다양한 칼라가 가능해 디자인적으로도 아름다운 공간연출이 가능하다는 것. 또 매연 등에 의한 오염도 적을 뿐 아니라 단순한 물 세척만으로도 터널 내부를 청결하게 유지할 수 있어 유지비용을 포함하면 오히려 경제성이 높다는 것이 정문규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남산터널을 법랑판넬로 교체할 경우 오세훈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디자인서울의 한 상징으로 연출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정문규 대표 약력
도일법랑공업사 근무|새한법랑공업사 대표
서울피이 대표|한국법랑공업협회 회장 |한국세라믹기술협의회 이사
現 이베스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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