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간담회를 통해 도출됐던 세라믹산업육성법 제정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법안추진과 관련된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산업관련법 전문가인 모법대 L교수에게 법안관련 용역을 의뢰해 초안이 마련 중에 있으며, 지난달 말경 지식경제위원회 모 의원에게 1차 보고가 진행됐기 때문이다. 상황은 다소 유동적이지만 빠르면 2월 임시국회를 통해서 법안이 상정될 수도 있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법안이 상정된다고 다 제정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법안 상정자체가 갖는 파급력 또한 메가톤급. 우선 국회차원의 공식적인 공청회가 진행되고 행정부와 입법부에서 절차에 따라 법안의 필요성과 예산 등에 대한 의견서를 작성하게 된다. 즉 음지에 가려있던 세라믹산업이 정책의 주요대상으로 부각되는 셈. 더욱이 지난 국회 간담회에서의 분위기는 분명 험난한 고비들이 많겠지만 소관위인 지식경제위 통과에 대해 희망적인 전망도 가능케 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상정 가능성까지 거론
문제는 특정산업 육성법에 대한 지경부의 부정적인 입장. 어찌어찌하여 ‘지능형 로봇개발 및 보급 촉진법’은 통과가 되었지만 ‘모바일산업진흥법(안)’이나 ‘섬유산업특별법(안)’의 제정에 대해 지경부는 불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WTO(세계무역기구) 협정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세라믹산업육성법(안)의 초안을 작업하고 있는 L교수는 “세계 각국은 WTO협정에 위배되지 않으면서도 자국내 산업을 보호,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들을 하고 있다”며 “시장이 아직 형성되지 않은 신산업분야를 시장이 형성되도록 촉진하는 것과 현저히 경쟁력이 떨어지는 산업에 대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시점까지는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한시적으로 용인되고 있다”고 강조한다. 더욱이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 등이 있으면서도 부품소재특별법(약칭)이 필요한 것처럼, 부품소재특별법으로 육성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별도의 독립법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상임위는 희망적, 지경부는 불가방침
전 세계 첨단세라믹시장의 60%를 움켜쥐고 있는 일본, 특히 핵심 소재의 경우 특정 기업이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독과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첨단세라믹산업의 경쟁력확보 없이 일본에 대한 기술종속에서 벗어날 수 없음은 자명한 일. 특히 대기업 위주의 금속, 화학(고분자)소재와 달리 중소기업 위주의 세라믹소재산업을 하나의 틀 안에서 동일기준으로 경쟁시키는 것이 얼마나 효율적인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더욱이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반제품 형태로 거래되고 있어 전자부품 등으로 통계가 잡힐 뿐이지 대일무역적조의 근본 원인이 세라믹임은 지경부도 일정부분 인지하고 있는 상황. 대일무역적조의 근본 원인을 알았다면 이에 맞는 처방을 내려야 함은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때문에 지경부에서도 세라믹관련법안의 필요성은 일정부문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문제는 앞서도 언급했듯 특정산업육성법의 불가논리. 그러나 세라믹산업이 과연 특정산업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한 시점. 자동차, 조선, 반도체, 디스플레이, 모바일 등 완성품 내지는 특정 부품산업과는 다른 첨단산업의 기반산업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나노가 공정기술이라면 세라믹은 소재로서 첨단산업의 기초 인프라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L교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는 첨단세라믹산업육성법(안)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담기게 되고, 또 세라믹산업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세라믹산업의 목소리는 충분히 반영되었을까? 초안에 대한 1차 회의에 참석했던 세라믹계 인사들의 공통된 반응은 상당히 파격적인 법안이라는 것. 지경부 관계자의 “이 법안으로는 타 부처와 협의가 불가능에 가깝다”라는 표현에 대해 L교수가 “제정되기 쉬운 법을 만드는 것보다는 실질적으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답변한 대목에서도 산업육성을 위한 많은 지원책들이 포함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법 제정, 세라믹이 하나 되면 꿈이 아닌 현실 될 것
이제 막 초안이 완성된 상태에서 구체적인 내용들을 기사화하는 것은 법 제정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세라믹산업의 발전에 있어서 너무나도 중요한 법안을 몇몇 특정인들만의 의견만으로 만들어지는 것 또한 결코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그 소수를 믿고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안 될 상황. 당장 2월 임시국회에서 발의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속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타 산업의 발목잡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도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세라믹산업을 어떻게 하면 고부가가치 첨단세라믹산업으로 전환시킬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세라믹산업육성법이라고 해서 세라믹과 관련된 모든 기업을 육성할 수도 없지만, 그런 법(안)을 만들어서는 결코 제정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세라믹기업들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전통적인 세라믹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던 기술력을 활용해 첨단세라믹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듯 이에 대한 논의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법안 제정의 성패는 산업에 달려있다. 이제 막 태동기인 첨단세라믹산업과 기존산업구조로는 시장 확대의 한계에 봉착한 전통적인 세라믹산업이 서로를 믿고 한 목소리를 내주지 않는 한 법안 제정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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