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판유리 반덤핑관세로 수입물량 감소
기술개발 없인 2010년 이후 국내산업 반토막
중국산 판유리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로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던 중국산 판유리의 유입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2010년 10월 반덤핑관세가 완료되는 시점에서 국내 판유리산업은 대대적인 시장잠식이 예고되고 있다.
최근 한국건자재시험연구원이 무역위원회의 의뢰로 작성한 ‘판유리 산업경쟁력 조사(관련기사 본지 160 페이지)’에 따르면 한국은 8개 플로트라인을 가동 중인 반면, 중국은 2008년 196개의 플로트라인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 2005년 137개 라인에서 2006년 143개 라인, 2007년 173개 라인으로 무섭게 늘어나고 있는 중국의 플로트라인은 이미 200여개 라인을 돌파했을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8 : 200개 라인의 싸움에서 과연 대한민국의 판유리 산업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지 걱정이 앞서는 것은 자명한 일. 지금으로부터 8년전. 당시에도 무역위원회에서는 판유리 산업경쟁력 조사를 의뢰한 적이 있었다. 당시 조사에 참여했던 한 연구원은 “당시나 지금이나 큰 차이는 없다. 플로트라인은 한번 가동하기 시작하면 멈추지 않고 15~20년간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며 8년전 보고서나 지금의 보고서나 중국의 저가 판유리로부터 국내시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고기능성,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전환하는 방법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플로트라인 중국 200개, 한국은 8개 올림픽 특수 이후로 중국내 수요는 감소
2010년 이후 쏟아지는 물량 한국으로 유입될 듯
그러나 8년이 지난 지금도 업계나 정부의 기술개발 의지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다수의 설명. 올림픽 특수로 플로트라인의 증설에 힘을 쏟아온 중국이 자국내에서 200여개 라인에서 쏟아져 나오는 판유리를 소화하지 못할 경우 가장 먼저 눈독을 드리는 시장은 다름 아닌 대한민국. 국내 판유리의 80% 선에서 공급되던 중국산 판유리가 반덤핑 관세로 97% 수준까지 올라갔지만 2010년 10월 반덤핑 관세마저 중단될 경우 다음 수순은 자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반덤핑 관세가 연장될 가능성은 없을까? 중국이 빌미를 제공하지 않는 한 현재로서는 연장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 8년전에도 이같은 문제가 제기되었다면 그동안 국내 판유리산업과 정부는 어떤 노력들을 기울여 왔을까?
왜 8년전 보고서 때 제기되었던 문제들이 여전히 다시 제기 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이번 보고서 작성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국내 산업이 연구개발 보다는 유통망 관리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조심스런 의견을 제시한다.
영업망 관리보다는 기술개발에 치중해야
이번에 배포된 보고서에 국내 기술수준이나 유통관련 정보들이 삭제된 채 발표된 것도 산업계 의견이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첨부됐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플로트라인이나 국내기업의 플로트라인이나 같은 회사, 같은 장비로 만들었는데 품질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느냐?”라고 반문한다. 오히려 국내기업들이 유통망을 하나씩 움켜쥐고 회원사들에게 부당한 가격인상만 요구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판유리산업협회나 지경부에서는 어떤 대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일까? 일단은 즉답을 피하고 있다.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 반덤핑 규제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200 : 8의 스코어는 그 누구인들 해결책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은 문제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다소 혼란이 있더라도 상황을 직시하고 이에 대비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한 시점이다.
늦었다고 기간산업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업계와 정부가 의지와 지혜를 공유해야
이 시점에서 다시 ‘판유리 산업경쟁력 조사’는 왜 하였는가?라는 질문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일. 국내 현황은 쏙 빠진 경쟁력보고서의 결론은 원가절감과 생산성향상, 그리고 신제품 개발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었다.
이는 곧 국내 판유리산업의 경쟁력이 심각한 상황임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밖에는 이해하기 힘든 상황. 8년전 보고서와 다를 바 없는 결론이며 8년 동안 국내 판유리산업의 경쟁력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현재 국내 시장의 80%를 양사가 반분하고 있지만 2010년 이후에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에서 가공유리 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지. 그리고 이제라도 기간산업인 판유리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정부와 업계는 지혜와 의지를 공유해야 할 것이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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