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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대학교 김도연 총장
  • 편집부
  • 등록 2009-10-06 18:05:11
  • 수정 2015-05-11 18:4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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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개방은 경쟁을 가져오지만, 경쟁 없이는 경쟁력을 키울 수 없습니다”

우문에 대한 현답. ‘하루아침에 산을 옮길 비법’을 알고 싶었던 어리석은 자에게 현자는 ‘미래를 망칠 울타리’와 ‘개방을 통한 경쟁력’을 가르침으로 주었다. 그랬다. 세라믹 소재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교육과학기술부 초대장관을 역임한 김도연 울산대학교 총장. 혹시 그라면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이 하루아침에 반석위로 올라설 비법을 알고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 사실. 하지만 김도연 총장은 요행수를 타박하기 앞서 현재의 편리함을 위해 미래의 경쟁력을 훼손하는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소중한 지침서를 남겨주었다. 세라믹 스스로가 더 빛나기 위해 노력하는 일. 그 길이 지금은 더 멀고 험난해 보여도 반석위로 가는 유일한 비법이기 때문이다.

세라믹소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이자 지난해 초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이어 울산대학교의 총장으로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 교육과학계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계신 총장님의 소식을 기다리는 독자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총장님의 근황을 여쭙고 싶습니다.
세라믹 분야의 선후배 그리고 동료분들에게 이렇게 인사드릴 기회를 갖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세라믹과 더불어 30년 넘게 지내 온 사람으로 마치 태어난 고향에 돌아 온 것 같은 푸근함을 느끼네요. 이제는 벌써 20여년도 더 된 이야기인데, 월간세라믹스가 처음 창간 될 때 저도 편집위원으로 참여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전문분야의 월간지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임을 잘 아는데, 그런 측면에서 관계자 여러분들의 수고에 감사드립니다.
저는 지난 해 9월에 울산에 내려 왔습니다. 잘 알다시피 울산은 대한민국 제1의 공업도시이니까 그 전에도 일 년에 한 두번 정도는 방문할 기회가 있었지만, 이렇게 와서 아주 살게 될 줄은 몰랐지요. 울산대학교의 총장으로서 대학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 하고 있습니다. 대학 경영이란 것이 그렇게 성과가 빨리 드러나는 것이 아니고, 또 그래서도 안 되는 곳이 대학이기에 가능한 시간적 여유를 갖으면서 학교의 틀을 바꾸고자 합니다. 

총장님이 취임 이후 시행하고 계신 학부장 외부 공개채용, 강의내용 인터넷 무료 공개 등의 혁신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총장님의 혁신철학은 무엇이며 시행 초기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 또, 타 대학이나 조직에서 이를 벤치마킹하려할 때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울산대학교는 1970년에 개교했으니 이제는 벌써 40년의 역사를 갖게 되었네요. 지난 40년을 돌이켜보면 대한민국은 참으로 기적같은 발전을 이루었지요. 절대빈곤의 국가에서 이제는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그 문턱에서 너무 오랜기간 머물면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것이 유감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국민소득 만$에서 2만$을 7년만에 올라갔는데 우리는 지금 거의 15년째 이를 달성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그 중의 하나는 우리나라가 지니고 있는 열악한 대학경쟁력이 아닐까하는 생각입니다. 여하튼 대학이 좀 더 경쟁력을 갖기 위한 노력은, 한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이는 대한민국의 국가적인 문제임에 틀림 없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울산대학교는 그간의 대학이 지니고 있던 폐쇄성을 벗어나 “개방”을 통해 도약하고자 합니다. 예를 들어 교수들이 무엇을 가르치고 어떤 연구를 하면서 어떤 성과를 냈는가를 모두에게 공개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몇몇 학부장도 내외부에서 공채를 했고 그리고 강의공개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바 있습니다. 인터-넷으로 우리대학 홈페이지를 접속하시면 몇몇 강의의 현장을 그대로 와서 보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들이 모두 강의를 공개한다면 얼마나 많은 학생들에게 그리고 국민들에게 도움을 주겠습니까? 그리고 교수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맡은 강의에 최선을 다 하겠지요. 좋은 강의를 위한 각 대학 교수간의 경쟁은 우리 대학들을 끌어 올릴 것입니다. 다음 학기에는 과목별로 강의노트, 과제물, 시험문제 등 모든 강의자료도 공개할 것입니다. 예산집행 상황들도 모두 공개해서 투명성을 높이고자 합니다. 

총장님께서 장관으로 재임 당시 추진하셨던 수많은 혁신 정책들이 촛불정국 등 정치적인 역학구도에 묻혀 제 평가를 받지 못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교육과학계의 혁신을 주도하셨던 장관으로서 기억에 남는 정책은 무엇이며 또 아쉬운 점은 무엇이었는지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실 우리 사회에서 대학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도 더욱 많은 개방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폐쇄하고 남들이 못 들어오게 하면서 집단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분야가 얼마나 많습니까? 개방은 물론 경쟁을 가져오지만, 저는 경쟁없이 경쟁력을 키울 수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의 대학들이 지니고 있는 폐쇄성은 발전의 큰 장애물이지요. 학과간의 장벽, 학문분야별 이기주의, 대학 간에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인력교류 등 개선해야 할 일은 너무 많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가 장관으로서 추구한 것은 교육계, 과학기술계 모두 개방하면서 자율적으로 발전해 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교육과 과학기술을 모아서 그 일을 하나의 부처에서 한다는 것에 저는 동의하지만, 그 전제 조건은 초중등교육을 지방 정부로 모두 이관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결국 시간이 걸릴 일이지만 누군가가 꼭 해야 할 일로 믿습니다. 

세라믹, 금속, 고분자 3대 소재가 서로 유기적으로 작용해야 첨단기능을 구현할 수 있듯, 학문 간 울타리를 걷어내고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린기자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의 소재 관련 정책보고서들은 선의의 경쟁이 아닌 학문간의 이해득실로 얼룩져 있었습니다. 특히 금속, 화학산업과 달리 중소기업 위주의 세라믹산업은 왜곡된 보고서로 인해 정책지원에 목말라 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세라믹산업의 발전을 위해 월간세라믹스가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총장님의 소중한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세라믹스 분야 뿐 만이 아니라 특히 대학에 있는 사람으로서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지금 대학생들은 앞으로 40년 50년 후까지도 사회생활을 할 사람들 아닙니까? 결국 이들이 대한민국의 미래인 셈이지요. 그런데 이들은 지금과는 아주 다른 사회를 살 것이고, 특히 다른 점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세계에 적응해 살아 갈 수 있는 경험과 사고방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학문간에 울타리를 치고 그 영역을 자꾸 좁히는 것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기성세대에겐 편안할지 모르나 미래세대를 망치는 일입니다. 미래를 생각하고, 우리가 아닌 선진국들, 즉 바깥세상에서는 어떻게 일하고 있나를 항상 유념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첨단세라믹산업육성법 제정을 위한 추진위원회가 결성되고 있습니다. 현 정부 초대 국무위원이셨던 총장님께서 추진위원회에 직접 참여하시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으리라 사료됩니다. 하지만 누구보다도 세라믹계의 발전을 위해 헌신해 오신 총장님이시라면 특별법 제정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시리라 믿습니다.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저는 영원한 세라미스트입니다. 세라믹 분야의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이를 기꺼이 맡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입니다. 세라믹산업육성법을 성원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인터뷰 질의 중 미진했던 부분이나 월간세라믹스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미 말씀드린 바처럼 대학은 결국 미래를 살아갈 사람을 키우는 곳이고, 그런 의미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곳입니다. 열심히 일해서 울산대학교를 더 좋은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세기의 인류는 과학기술과 산업을 발전시키면서 엄청난 화석연료를 사용해 이제는 기후변화를 초래하게 되었고, 이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결국 과학기술에서 찾아야 하겠지요. 모든 분야에서 녹색이 강조되고 있는데 세라미스트들이 다른 누구보다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길 기원합니다.  
안광석 기자 doraz@naver.com


-1952년 출생
-1974년 서울대학교 재료공학과 졸업
-1976년 KAIST 석사졸업
-1979년 프랑스 블레즈-파스칼 대학 공학박사
-1979~1982년 아주대 공대 교수
-1982~2008년 서울대 공대 교수
-2005~2007년 서울대 공대 학장 
-2008년 2월~8월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2008년9월~현재 울산대학교 총장
 
-과학기술훈장 진보장 수상 (2001)
-한국공학한림원 젊은 공학인상 (2001)
-Principal Editor,
   J. of Materials Research (2003~08)
-Fellow, Am. Ceram. Soc.
-Fellow Professor, Tokyo University
-한국공학한림원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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