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저장용 전지
조 원 일 _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책임연구원
1. 서 론
최근 세계를 뜨겁게 하고 있는 많은 이슈 가운데 하나가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 여파로 제기된 원자력발전이 아닌가 한다. 엄청난 쓰나미에 잠긴 원자력발전소에서 발생한 방사능 오염은 그간 화력발전을 대체해온 가장 강력한 전력생산 방법인 원자력 발전소의 운용과 추가 건설에 대한 커다란 의구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기존의 석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뚜렷한 후보가 없는 현실에서 원자력발전은 안전성을 별도로 할 수만 있다면, 가장 최선의 선택이 아닐 수 없으며,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별다른 대체에너지 자원이 없는 국가의 경우는 피하기 어려운 장점을 갖고 있는 에너지원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에너지의 형태는 운동에너지, 열에너지, 전기에너지 등의 현태가 있으며, 이 가운데 인간이 사용하기에 가장 편리한 에너지는 바로 전기에너지이다. 전기에너지는 수력, 화력, 원자력 등의 기존 발전 시스템에서 지열, 조력, 풍력, 태양광, 태양열 등 많은 발전수단으로부터 만들어지고 있으며, 화력발전의 근간을 이루는 석탄 및 LNG의 활용에 따른 CO2 발생을 줄이기 위한 많은 대체 방법이 적용되고 있으나, 발전양적 측면에서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에너지저장은 태양광과 풍력 등을 이용한 신재생발전과 같이 비록 전력을 스스로 생산하는 방법은 아니지만, 이를 통해 추가적인 발전소 건설을 축소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지난 9・15 대규모 정전사태의 예방도 가능하며, 병원과 학교 같은 중요 시설의 안전도를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에서는 ESS설치 의무화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제정하였으며, 이에 따라 캘리포니아의 전력회사는 2014년부터 최근 5년간의 평균 공급전력의 2.25% 이상을 ESS를 설치하여 공급해야 하며, 2020년부터 그 공급양을 5%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
에너지저장 방법에는 그림 1. 과 같이 다양한 방법이 있으며, 또한 표 1.에 보인 것처럼 각 특성에 따라서 적합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으나, 본고에서는 주로 전기화학적인 저장방법인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기술하였다.
2. 이차전지-에너지저장수단
전지의 정의는 화학에너지를 저장하였다가 전기에너지로 꺼내 쓰는 장치이다. 전지의 종류는 저장을 반복적으로 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서, 일차전지 또는 이차전지로 나누어지며, 현재 세상에 알려져 있는 이차전지의 종류는 그림 2. 에 나타낸 바와 같다. 이외에도 “reserve(비축) 전지”가 있으나, 이는 매우 특수한 용도로 사용되기 때문에 이 그림에는 포함하지 않았다. 전기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는 물론 일차전지와 이차전지가 모두 대상이 될 수 있으나, 이를 수백회 이상 반복 사용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이차전지를 에너지저장 수단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차전지 가운데 본고에서는 납축전지, 리튬이온전지, NaS전지, 플로우전지를 중심으로 다루었는데, 이는 실제로 이들 전지가 에너지 저장용으로 설치된 사례가 있고, 또 최근까지 이 전지들에 대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납축전지
납축전지는 185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에 의해 발명된 이후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는 전지로서, 물론 많은 개선을 통해 성능이 우수하고 값싼 이차전지이기는 하지만, 원료인 납을 제련하는 과정과 극판 제조시 많은 환경적 문제가 발생하며, 무게 및 부피당 에너지 밀도가 낮기 때문에 동일한 에너지양의 저장에 많은 공간이 소요된다.
납축전지는 세계 전지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에너지저장, 비상전원 등 새로운 수요처의 발생과 기존 자동차용 수요의 증가가 이 전지의 생산과 사용을 계속 높이고 있다. 2008년 기준 세계 이차전지시장의 70% 정도를 납축전지가 차지하였으며, 이차전지 시장은 2008년 360억 달러에서 2013년 510억 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2]
최근 납축전지의 시장은 다른 전지시스템으로 부터 많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자동차용 SLI(start, light, and igni-tion)나 통신용 시장에 대한 리튬이온전지의 대체 요구가 점차 가열되고 있고, 특히 전통적인 SLI용 시장이 환경적인 측면과 전기 자동차 영향으로 위협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새로운 납축전지 설계, 예를 들면 VRLA(valve re-gulated lead acid battery)와 같이 체적 및 무게 당 에너지 밀도를 향상시킨 전지를 개발하여 시잠점유율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다른 개선은 황산 전해액을 출렁이지 않게 fumed 또는 콜로이드 실리카와 섞어 겔화된 전해질을 쓰거나 AGM(absorptive glass mat) 고다공성 분리막에 흡수시켜 사용하는 것이다. 또 최근에 그림 3.에 보인 것처럼 기존 납축전지 시스템과 비대칭 커패시터를 함께 하여 에너지용과 출력용을 겸비한 소위 “울트라배터리”시스템이 선을 보였다. 이는 단순하게 배터리와 커패시터를 회로적으로 연결한 것이 아니라, 극판 설계 자체에 전지 극판과 커패시터 극판을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3]
납축전지를 에너지저장용으로 사용한 사례를 표 2.에 나타냈다. 1980년 독일에서 Peak shaving용으로 설치된 400 kWh를 필두로 하여, 주로 미국에 많이 설치되었는데, 그 용도는 주파수 조절, 부하조절, spinning reserve용 등 다양하며, 최대 40 MWh의 용량을 기록하고 있다.[4]
40 MWh의 최대 저장용량을 기록하고 있는 미국, Chino에 설치된 ESS는 10 MW의 용량을 4 시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Southern California Edison사에 의해 설치, 운영
되며, EPRI(Electric Power Research Institute)에서 AC-DC-AC PCS(Power Conditioning System)을 담당하여, 18-펄스, 10 MVA컨버터를, International Lead-Zinc Res. Org.에서 납을, Exude 사에서 납축전지를 공급하였다. 납축전지는 1,032개가 직렬로 연결되어 2,000 V의 전압을 갖는 모듈, 8개를 병렬로 연결하였으며, 총 1,032 × 8 = 8,256개의 셀이 사용되었다. 따라서 에너지밀도는 40 MWh ÷ 2,000 V = 20,000 Ah 를, 1,032개의 전지로 이루어진 8개의 모듈 각각이 2,500 Ah의 에너지밀도를 갖는 셈이다. 따라서 한 개의 모듈 용량이 약 1.94 V, 2,500 Ah이므로 500 Ah 단 셀인 경우, 다섯 개의 셀을 병렬로 연결한 셈이 된다. 그림 4. 에서 보듯이 납축전지를 사용한 ESS는 꽤 넓은 면적을 갖는 공장과 다름없으며, 환경적인 이유와 상대적으로 짧은 수명 때문에, 1990년 이후 새로이 상품화된 더 높은 용량을 갖는 이차전지로의 대체가 검토되어 왔으나, 낮은 가격 덕분에 느리게 실행이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Ni-MH전지
앞서 설명한 납축전지 다음으로 Ni-MH전지보다 Ni-Cd전지를 사용한 ESS가 많이 알려졌으나, 잘 알려진 것처럼 Ni-Cd전지는 카드뮴 금속의 심각한 환경오염 폐해로 더 이상의 사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Ni-MH전지는 수소저장합금을 음극으로, 양극으로는 Ni-Cd전지와 동일한 NiOOH 양극을 사용하는 전지시스템으로서 수소가 음극표면에 화합물로 형성되지 않고, 수소저장합금 내의 금속 격자 사이의 특정한 자리에 위치하는 것이 두 전지의 커다란 차이점이다. 비록 수소저장합금의 대부분이 희토류 원소이기 때문에, 자원의 무기화에 따른 수급 문제와 가격이 비싸다는 단점이 있지만, 무게 및 부피 당 용량이 크기 때문에 ESS 응용이 고려되고 또 일부 실증된 부분이 있다.
Ni-MH전지를 ESS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수명과 특정 용도에 대한 고려를 해야 한다. Ni-MH전지의 수명은 계속해서 개선돼 왔으며, 통상적으로 심방전 조건에서 천여회, HEV와 같은 응용으로서는 수십만 회의 충방전을 할 수 있어, 수명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outhern California Edison에서 실시한 테스트 결과에 의하면, 본래 EV용으로 설계된 Ni-MH전지를 변전소의 스위치기어용으로 적용한 결과를 외삽하여 35℃에서 25년의 수명을 가지며[5], UPS 설치 공간의 납축전지를 대체한 결과 68%의 면적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튬이온전지
리튬이온전지는 일본에서 최초로 상용화되어 핸드폰과 노트북 PC에 사용된 이후 HEV와 EV에 탑재를 가시화하고 있으며, 그리드 저장용으로 강력히 대두되고 있다. 2009년 11월 AES Energy Storage와 A123 System사가 12 MW의 주파수 조절 및 Spinning 리저브용 리튬이온전지-ESS를 칠레의 Atacama 사막에 설치하여 운용에 들어갔지만, 그림 5.에 보듯이, MW급의 대형 보다는 kW급 수준의 태양광발전 저장용으로 많이 쓰이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이른바 “SOLION”과제를 통하여, 프랑스, 독일 등 다국적 과제로 추진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상업적 규모의 운용이 없는 실정이며, 가격적인 문제와 장수명 특성에 대한 입증이 충분하지 않으나, 소형전지 세계 시장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리를 지난 해 획득하였고, 중대형전지 시장인 전기자동차용으로의 적용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므로 기존의 납축전지를 대체할 실질적인 ESS용 이차전지 가운데 하나로 강력히 검토되고 있다.
LiB는 현재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을 좌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ESS분야의 확산에 적용할 수 있다면, 손쉽게 세계 시장을 석권할 수 있는 중요한 제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와 산・연・학을 중심으로 신규 아이템 개발을 위한 기획 및 사업 추진을 하고 있으며, 최근 가정용 태양광발전 저장을 위한 10 kWh급 LiB의 실증과 8 MW급 변전소 실증 사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15일 일어난 대규모 정전상태를 대비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건물용 하이브리드 UPS(Uninterrupted Power Supply) 등과 같은 분야에 대한 지원도 검토되고 있다.
-----------이하 생략. 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를 참조바랍니다. ------------
조 원 일
- 1977~1981 고려대학교 금속공학과 학사
- 1981~1983 고려대학교 제조야금전공 석사
- 1988~1992 고려대학교 금속공학과 박사
- 1993~1994 미국 노스웨스턴대학 재료공학과 박사후 과정
- 2004~2005 한국전기화학회 총무이사
- 2006~2007 전자부품연구원 전문위원/차세대성장동력사업단
기술간사/차세대전지센터 센터장
- 2009~2011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차전지연구센터 센터장
- 1984~현재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연구원/선임연구원/책임연구원
(영년직연구원)
표 1. 에너지저장기술의 종류 및 특징[1]
표 2. 납축전지를 이용한 BESS(battery energy storage system)의 설치 개요
그림 1. 저장용량 크기와 최대 방출시간에 따른 에너지저장기술[1]
그림 2. 전지종류(상용 제품 위주)
그림 3. UltraBattery concept.[3]
그림 4. 미국 Chino에 설치된 40 MWh 용량의 납축전지 ESS 모습
그림 5. SOLION 프로젝트의 주택구성도(a) 및 LiB-ESS 시스템(b)
그림 6. NaS 전지의 셀 구조(a), 모듈(b) 및 ESS(c) 외관
그림 7. 레독스 플로우전지의 방전모드를 나타내는 개략도[9]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