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그래핀 기술개발 동향 및 전망
최 성 율 _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1. 서 론
그래핀(graphene)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모양(honeyco-mb) 구조를 가지며 한 층을 이룬 2차원 물질이다. 1985년 발견된 플러린(C60), 그리고 1991년 발견된 탄소나노튜브(carbon nanotubes)와 같은 탄소동소체(carbon allotropes)의 하나로 흔히 흑연을 구성하고 있는 한 원자겹을 그래핀이라고 한다. 사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단원자층으로 구성되어 양자역학적 특성이 발현되는 순수한 2차원 물질을 발견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2004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의 Andrea Geim 교수와 Konstantin Novoselov 박사가 최초로 단원자층 그래핀을 분리하여 그래핀 물성을 연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10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이후 그래핀은 모든 과학기술 연구 분야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물질이 되었다.
그림 1. 그래핀, 풀러렌, 탄소나노튜브 및 흑연 (그래파이트) 등 탄소동소체의 원자 구조 [1]
보통 과학기술의 발전은 시대를 대변하는 물질에 기반한 기술적인 진보를 통해 발전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새로운 물질이 발견되면 이에 대한 물성 연구와 응용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플러린과 탄소나노튜브가 발견된 이후 이들 물질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어 왔던 것처럼, 그래핀이 발견된 이후 전세계적으로 많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탄소 물질에 빠져들어 빠른 속도로 많은 연구를 진행해 왔다. [1, 2]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은 일반적인 물질들보다 전기적, 기계적, 열적 특성 등이 월등하다고 알려진 그래핀의 본래 성질을 규명하고 분석하는 분야에 초점이 맞추어 왔으며, 규명된 물성을 이용해 다양한 응용소자로의 활용에 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국 그래핀연구회(Korean Graphene Research Society)를 중심으로 학계, 연구계, 산업계의 많은 연구자들이 그래핀의 기초 물성에서부터 소재 및 응용 소자에 이르기까지 그래핀 전 분야에 걸쳐 우수한 연구결과를 보고하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등 정부에서도 그래핀 소재에 대한 기초·원천연구와 응용·상용화 연구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한국의 그래핀 기술의 현황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기술개발 방향을 전망해 보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여겨진다.
2. 한국의 그래핀 연구 현황
2.1. 그래핀 연구의 중요성
그래핀은 지금까지 세상에서 발견된 가장 얇은 물질이면서 동시에 최고의 상온 전자이동도와 가장 높은 열전도도를 가지는 물질이다. 이렇게 중요한 성질을 갖는 물질이라 해도 그래핀이 단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연구주제로 발전하게 된 배경에는 스카치테이프로 간단하게 시편을 제작하여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핀에 관한 연구는 새로운 물리현상의 발견과 더불어 장차 전자·에너지 등 주력 산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중요한 새로운 소재 연구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저차원 전자계의 독특한 물리적 특성에 관한 연구는 나노물리학의 시발점이 되었으며, 현재에도 매우 중요한 연구 분야이다. 특히 그래핀만의 독특한 에너지띠 구조에 기인한 상대론적 디락-페르미온(Dirac Fermion)의 특성은 고체물리학의 범위를 넘어 입자물리학계에서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림 2. 그래핀의 격자 구조 (a) 및 밴드 구조 (b) [2]
그래핀이 보여주는 높은 전자이동도, 열전도도, 강한 기계적 특성, 유연성, 신축성 등의 우수한 성질은 그 내부에 존재하는 전자들의 특이한 성질로 설명할 수 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그래핀을 구성하고 있는 탄소의 최외각 전자 4개중 3개는 sp2 혼성 오비탈을 형성하여 강한 공유결합인 s결합을 이루며 남은 1개의 전자는 주변의 다른 탄소와 p결합을 형성하면서 육각형의 벌집 모양 이차원구조체를 이룬다. 그래핀은 일반적인 물질과는 상이한 밴드구조를 가지며 밴드갭(bandgap)이 없어 전도성을 보이고 있으나, 페르미 준위(Fermi level)에서 전자의 상태밀도(Density of State)가 “0”인 반금속(semi-metal) 물질이다. 또한 도핑 여하에 따라 쉽게 전하 운반자의 종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양극성 전도특성(ambipolar conduction) 을 띠고 있다. 그래핀의 전자구조의 큰 특징은 브릴루앙 영역(Brillioun Zone)의 각 꼭지점에서 conduction 밴드와 valance 밴드가 만나 페르미 준위 근처에서 선형적인 에너지-운동량 분산관계(linear energy-momentum dispersion)를 보이는데, 이런 점이 그래핀의 전기적, 광학적 특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3]
표 1에서 그래핀과 기존재료와의 물성을 비교하여 정리하였다. 그래핀은 원자 한 층의 두께정도로 얇아서 투명도가 뛰어나면서도 전도도가 뛰어나 디스플레이, 터치센서 및 태양전지의 전극이나 차세대 반도체소자용 신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또한 기계적인 유연성까지 뛰어나 현재의 투명전극인 ITO를 대체하는 물질로서 산업계에서 큰 관심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희소자원 대체재로서 부각되는 상황이다. 한편 그래핀의 전하이동도가 실리콘이나 화합물반도체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차세대 전자소자용 신소재로도 주목을 받고 있으며, 허용전류밀도가 커서 구리 대신 소자 사이의 전기연결(Interconnect) 재료로 쓸 수 있고 열전도율이 좋아 방열 재료로도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그래핀의 얇지만 촘촘한 탄소-탄소 결합구조를 통해 기체나 액체 분자들이 관통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상적인 기체/물질 배리어 필름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표 1. 그래핀의 물성과 기존재료와의 비교
물성 그래핀 기존재료 비교
두께 가장 얇은 물질 NA 단원자층
전자이동도(cm2/V¡·s) 200,000 1,350(Si) 150배
허용전류밀도(A/cm2) 109 106 1000배
열전도도(W/m¡·K) 5,300 400 13배
탄성계수(GPa) 1,000 200(Steel) 5배
파괴변형율(%) ~ 20 < 1(ITO, Si) 20배
이러한 우수한 물성으로 인하여 그래핀은 실리콘 나노전자소자의 다음 세대를 이끌어갈 재료로서의 가능성으로 KISTEP 선정 10대 미래유망기술에 포함되었고, 미국물리학회 선정 ‘미래 정보기술을 바꿀 가장 주목할 만한 신소재’로 소개되었으며, 그래핀 트랜지스터는 MIT 선정 10대 유망기술에 포함되는 등 관련 연구 및 연구인력 양성이 국가의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핵심요소로 각광받고 있다.
2.2 한국 그래핀 주요 연구기관 및 성과
2.2.1 한국 그래핀연구회
(Korean Graphene Research Society)
한국 그래핀연구회(회장: 이후종 교수, POSTECH 물리학과)는 그래핀 관련 연구자들의 정보 교류 및 협력 촉진, 그래핀 관련 과학·산업정책에 대한 자문 및 로드맵 제시, 그래핀 관련 기술의 표준화 및 평가방법·기준 확립, 전 세계 그래핀 연구자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국내 과학기술의 우수성을 적극 홍보, 다양한 교육/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그래핀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고 관심을 불러 일으켜 국내 과학발전에 기여를 목표로 2011년 1월 조직된 순수 민간단체이다.
그림 3. 한국 그래핀연구회 창립총회 기념 사진 (2011년 4월)
2011년 4월 그래핀연구회 창립 총회에서 연구회 회장을 비롯한 운영진이 구성되었고, 4회에 걸친 그래핀연구회 주관 학술교류회를 개최해 왔다. 또한 그래핀 분야 국제학회인 Recent Progress in Graphene Research를 2011년 10월 개최하였고, 국가 주요 연구개발 기획에 참여하여 국가 그래핀 연구개발 방향을 설정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그림 4. 그래핀연구회가 주관한 그래핀 국제학회 Recent Progress in Graphene Research (2011년 10월, http://www.graphenenco.com/)
2.2.2 한국 그래핀 연구 주요 성과
2004년 이후 SCI급 국제 논문에 발표된 논문의 수는 그래핀에 대한 기초연구 현황을 보여 주는 주요 지표이다. ‘그래핀’이라는 키워드를 이용하여 전 세계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했을 때, 발표 논문의 수는 2006년 649편, 2007년 723편, 2008년 858편, 2009년 1,287편으로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그래핀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활발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래의 그림 5는 풀러린, 탄소나노튜브 및 그래핀 분야의 연도별 발표 논문수의 추이를 보여준다.[4] 향후 그래핀 논문 발표 경향이 탄소나노튜브의 경향을 유사하게 따를 것으로 가정한다면, 그래핀 관련 연구논문은 향후 10년간 지속적으로 급격히 증가할 것이 예상된다.
그림 5. 논문 숫자로 본 그래핀, 탄소나노튜브, 풀러렌의 연구동향 [4]
그래핀 연구회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의 책임자급 그래핀 연구자는 대략 100여 명 규모이며, 국내 연구자들이 발표하고 있는 그래핀 관련 SCI급 논문은 598편으로 전세계 논문 10,904편의 5.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연구진은 그래핀의 전자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5]에서부터 그래핀의 물성 규명, 합성 및 패터닝[6, 7], 응용 소자 분야에서 우수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그림 6. 그래핀 나노리본의 전자구조에 대한 이론적 연구 결과 [5]
특히 최근 국내의 대학, 기업 및 연구소에서 상용화 가능한 그래핀 합성기술이 개발되면서 그래핀 합성 연구에 큰 진전을 이루었다. 2009년 성균관대와 삼성전자[6], 2010년 성균관대와 삼성테크윈 등에서 CVD 방식을 기반으로 하는 그래핀 합성 및 양산 공정기술 개발과 이를 활용한 투명전극 응용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등[7] 빠른 상용화를 목표로 대학과 기업의 협력체제를 중심으로 관련 연구 및 기술개발이 진행 중이다.
또한 대량 생산이 비교적 쉬우며 다양한 기능성 복합재료로의 응용이 기대되는 저온 화학적 박리에 의한 그래핀 합성기술은 KAIST, 성균관대, UNIST 등 국내 대학과 연구소 및 산업체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개발되고 있다. 국내 연구진이 발표한 주요 연구결과는 아래의 표 2에서 정리하였다.
그림 7. 30인치 대형 그래핀 필름 제작 및 터치스크린 응용 기술 [7]
표 2. 국내 기관의 그래핀 주요 연구결과 발표 현황
------------이하 생략(자세한 내용은 세라믹코리아 2012년 6월호를 참조바랍니다.
최 성 율
-1991년 KAIST 화학과 이학사
-1994년 KAIST 화학과 이학석사(물리화학)
-1998년 KAIST 화학과 이학박사(물리화학)
-1998년~2011년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그래핀소자창의연구실
실장/책임연구원
-2006년~2007년 영국 캠브리지대학교 화학과 및 CAPE 방문연구원
-2009년~2011년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 차세대소자공학전공
겸임교수
-2011년 11월~현재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교수
-2012년 4월~현재 KAIST 나노융합연구소 그래핀연구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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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