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가 스스로 균열을 ‘치유’한다? 공상영화에서 나올법한 기술이 국내에서 상용화되어 주목받고 있다. 한양대 세라믹소재연구소 부설 기업인 ‘세릭(대표 안태호)’이 대우건설 연구소와 공동으로 개발한 ‘자기치유 보수재’가 그 주인공이다. 시멘트, 콘크리트의 균열을 자동으로 보수하는 ‘자기치유 보수재’는 토목·건축 분야의 유지, 관리, 보수에 새로운 장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꿈을 현실로, 자기치유 기술
아직은 대중에게 생소한 ‘자기치유’ 기술은 ‘화학반응을 이용해 재료가 스스로 결함을 복구하도록 하는 과학적 기술’이다.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세계 10대 유망 기술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현재는 세라믹·금속·폴리머 등 소재 전 분야에 걸쳐 세계적으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세릭’ 대표이자, 한양대학교 부설 세라믹연구소 내 국제지속가능공학소재센터(ISEM Center) 소장인 안태호 박사는 10년 전, 일본 동경대학교 유학시절에 ‘자기치유 기술’을 처음 접했다. 이미 동경대학교 생산기술연구소에선 1997년부터 고강도 콘크리트 내부에 존재하는 미수화된 시멘트 입자의 자기치유 특성 연구가 진행 중이었다.
안태호 박사는 동경대학교 생산기술연구소가 실용화 연구를 시작한 2004년 이후에 자기치유 연구팀에 들어갔다. 팀에 들어가 일본신에너지생산기술개발 종합개발기구(NEDO) 과제를 수행한 안태호 박사는 국내 자기치유기술 연구·개발 및 상용화를 위해 2013년, ‘세릭’을 설립했다.
설립 당시, 국내엔 아직 자기치유 기술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안태호 박사는 건설업계 관계자를 초청해 자기치유 워크샵을 개최하는 등 이 기술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 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안태호 박사는 “처음 기술을 도입했을 땐 어려움이 있었지만, 자기치유기술 자체가 획기적이고 경쟁력이 있어 이젠 국내 내로라하는 건설업계에서 기술 협력, 제품 개발 제안이 들어오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치유 콘크리트 보수재 상용화 성공
‘세릭’은 일본 도쿄대학 생산기술연구소, 한양대학교 부설 세라믹 연구소 등과 MOU를 맺고 ‘균열자기치유소재’를 중점적으로 연구·개발했다. ‘균열자기치유소재’는 무기계 나노 물질과 여러 화학 첨가제에 의한 화학반응을 이용하여 시멘트, 콘크리트를 자동으로 보수하는 신소재다. 기존 재료와 달리 내구성이 반영구적으로 향상되며, 구조체의 균열진단과 유지, 보수관리와 환경정화 기능을 보유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세릭은 소재의 실제 상용화를 위해 2013년부터 2014년 까지 일본 도쿄메트로 지하철 누수공사 시험 시공과 일본 동일본 철도공사 신간센 균열 보수 시험 시공에 참여해 긍정적인 시험 결과를 얻어냈다.
안태호 박사는 “국내에서도 산업화 시기 지은 건물의 노후화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국내 보수 시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존 보수보다 오래가는 균열자기치유소재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지난해 11월, 세릭은 대우건설 연구소와 공동으로 ‘자기치유 콘크리트 보수재’를 개발해 특허 출원을 냈다. 개발된 자기치유 콘크리트 보수재는 물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콘크리트 구조물 균열부위에 무기계 결정을 생성시키는 기술을 적용했다.
‘자기치유 콘크리트 보수재’는 총 4종류(파워클리너, 파워퍼티, 파워퍼티-W, 파워젯)로, 균열 크기에 따라 제품을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특히 ‘파워클리너’ 제품은 균열부에 물을 뿌리고 분필 형태의 보수재를 문질러 바르는 간단한 방식으로 건설 현장 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안태호 박사는 “현재 출시된 제품은 건식 콘크리트에 사용할 수 있다”며 “습식 콘크리트에 사용할 수 있는 자기치유 보수재도 개발 중”이라 밝혔다.
지속가능공학 선두기업 목표
세릭은 자기치유신소재 연구를 기반으로 지속가능한 사회 시스템 구축을 위해 각기 다른 여러 분야(토목, 건축, 환경, 원전, 에너지, 바이오, 우주항공 등) 융합 연구 추진을 계획 중이다.
실제 ‘세릭’은 균열자기치료를 연구 개발하는 ‘건설소재 사업본부’뿐만 아니라 수질·토양 오염과 같은 환경문제를 신기술인 유해물질인 흡착성형체를 활용하여 정화시키는 방법을 연구 중인 ‘환경지속가능 사업본부’, 바이오 기술을 이용한 방사성 폐기물 고정화, 바이오 기반 마이크로 칩과 센서 등 개발하는 ‘바이오 및 로보틱스 기술 사업본부’를 두고 있다.
앞으로 ‘Damage Prevention’, ‘Self Healing’을 기조로, 세계 지속가능공학 전문 연구소와 MOU를 맺고 연구·개발을 해 나갈 예정이다.
전태호 박사는 “혁신이란 원래 있었던 것을 철저하게 분해,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토목분야에서 우주항공까지 다양한 지속가능공학 아이디어를 연구·실용화 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의지를 전했다.
주학님기자 juhn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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