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을 선도하는 장비, 재료 업체들이 참여한 ‘세미콘코리아’가 지난달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다. 올해로 30회를 맞이한 세미콘코리아엔 반도체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장비, 재료 업체, 부품, 설계, 소프트웨어, 설비 등 각종 분야 500여 개 기업이 참가했으며, 역대 최대 규모인 1893개 부스로 개최됐다.
이노베이션, 미래를 설계하다
전시회 첫 날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이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3D 낸드플래시, 첨단 반도체 설계(foundry) 업체가 투자를 늘리면서 장비, 재료 등 후방 산업계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는 반도체 산업 성장으로 한국 지역 반도체 시설투자액이 세계 ‘톱’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SEMI 자료에 따르면 올해 지역별 장비 구매 액 전망치는 대만(102억2000만 달러), 한국(97억2000만 달러), 중국(69억9000만 달러), 북미(54억1000만 달러), 일본(53억4000만 달러), 유럽(27억5000만 달러), 기타 지역(29억7000만 달러) 순이다. 장비 구매 액은 한국이 대만보다 적지만 건물과 클린룸 공사비를 합친 전체 시설투자비는 한국이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세미콘코리아’는 이러한 성장세에 맞춰 기조연설, SEMI 기술 심포지엄(STS), 마켓 세미나, Smart Manufacturing포럼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기조연설엔 홍성주 SK하이닉스 부사장을 비롯한 시리칸트 타카 HP 부사장, 일란 스필링거 마이크로소프트 수석부사장, 룩 반덴호브 IMEC 최고경영자 등 업계 주요 인사들이 연사로 초청됐다. 기조강연에서 홍성주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지난 반세기 동안 반도체 업계가 이룬 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반도체 미세화 공정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홍 부사장은 “현재 반도체 미세화에 대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지만, 연구개발(R&D)를 통해 더욱 과학적인 접근과 공정 친화적 장비 개발로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인 IMEC의 룩 반덴 호브 최고경영자(CEO) 역시 ‘미세화’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시회 기간 동안 같이 진행된 ‘SEMI 기술 심포지엄(STS)’에선 3D크로스 포인트 메모리, FOWLP(Fan-Out Wafer Level Package) 등 최신 반도체 공정 기술에 관한 논문들이 발표됐다. 또한,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Smart Manufacturing 포럼’에선 인텔, 지멘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데이터 중심의 자동화된 솔루션 적용 사례가 발표되고 상호간 협업 방안 모색과 국제 동향을 공유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또한, ‘구매상담회’도 마련돼 국내 기업들의 해외 비즈니스 창출 및 신규 사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기회도 제공됐다. 세미콘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전시회엔 다양한 나라의 전문가들이 초청되어 3일 동안 100명 이상의 연사가 발표하는 등 반도체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했다”고 전했다.
국내 세라믹 업체 참여
이번 전시회엔 500여 개 반도체 관련 장비, 재료 업체가 참여하고, 코엑스 A, B, C, D홀을 사용할 만큼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그만큼 다양한 업체가 참여해 국내외 반도체 시장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특히 국내 세라믹 업체인 ‘미코’, ‘원익’, ‘프로비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소재부품 업체인 ‘미코’는 계열사인 ‘㈜코미코’가 보유한 반도체 부품의 정밀세정, 특수코팅 기술을 선보였다. ‘원익’의 경우 반도체 계열사인 ‘원익아이피에스’, ‘테라세미콘’, ‘원익머트리얼즈’, ‘원익큐엔씨’가 참여해 참여한 기업 부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했다. ‘프로비스’는 반도체 관련 세라믹 제품과 제조공정이 완료된 웨이퍼 상에 있는 각각의 칩들을 점검하기 위한 제품 제작할 때 필요한 핵심부품인 슬릿을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는 반도체 강국인 우리나의 위상을 볼 수 있는 전시회였지만 한편으로 아쉬움이 남았다. 반도체 자체와 장비, 공정 기술은 세계 수준에 올라섰지만, 소재 부분에선 아직까진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전시회에 참여한 업체만 봐도 반도체 관련 장비 업체와 공정 기술에 관련한 업체들은 많은 반면 소재 관련 업체들은 소수였다. 전시회에 참여한 세라믹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반도체 분야에서 급성장 중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반도체 관련 기술 개발과 함께 부품·소재 분야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반도체, 소재 분야를 뛰어넘어 서로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단기적인 지원보다 중장기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여현진 기자 smycza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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