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과학기술인상, 카이스트 김정원 교수 선정
- 나노미터 차이 감지하는 초고속·고분해능·다기능성 센서기술 개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 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연구재단(이사장 노정혜, 이하 ‘연구재단’)은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10월 수상자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김정원 교수를 선정했다고 지난달 7일 밝혔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은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자를 매월 1명씩 선정하여 과기정통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한다. 세종대왕이 길이와 부피의 측정체계를 확립한 10월 26일을 기념하는 ‘계량측정의 날’을 맞아 김정원 교수가 이달의 수상자로 선정됐다.
초정밀 측정을 수행하는 센서기술은 실생활과 가상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의 기반기술이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자동차 등 4차산업시대를 이끄는 핵심기술이다. 과기정통부와 연구재단은 김정원 교수가 초고속·고분해능·다기능성 센서기술을 개발하여 기초정밀 공학의 지평을 넓힌 공로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레이저를 이용한 초정밀 거리 측정기술은 비접촉, 비파괴 등의 장점을 앞세워 중력파 검출부터 산업용 센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해 왔다. 그러나 기존의 대표적인 레이저 측정기술들은 측정 속도, 측정 범위, 분해능 성능을 모두 향상시키는 어려웠다.
김 교수는 레이저에서 발생한 빛 펄스와 광다이오드로 생성한 전류 펄스 사이의 시간차가 100 아토초(10-16초, 1경분의 1초) 이하로 작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여러 지점을 동시에 측정할 수 있는 독창적인 초고속·초정밀·다기능 펄스비행시간(time-of-flight, TOF) 센서를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TOF센서는 실험결과 1㎝ 범위에서 1나노미터(10억분의1m)보다 작은 차이를 2만분의 1초 안에 측정할 수 있어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했다는 평을 받았다. 연구결과는 네이처 포토닉스(Nature Photonics) 2020년 2월 10일자에 게재됐다.
관련 기술은 첨단 소재·부품·장비 개발을 위한 초정밀 3차원 형상과 고속의 기계적 움직임을 측정하는 다양한 첨단센서에 적용 가능하다.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중요시설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지진파, 조수 변화, 마그마의 유동과 같은 지구 환경 변화의 민감한 탐지, 드론과 같은 저속·소형 비행체의 원격탐지 등 다양하게 응용되고 있다.
김정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다지점, 다기능성 복합 센서 네트워크 시스템 구현이 가능한 초정밀·고성능 측정기술을 개발한 것이다”라며, “향후 마이크로 소자 내에서의 역학현상 탐구나 첨단제조를 위한 초정밀 형상측정 등 새롭고 다양한 기계·제조 분야에서 활용이 기대된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주요 연구성과 설명]
<초고속, 피코미터-분해능, 다기능성 센서기술>
<그림 1> 전광 샘플링 타이밍 검출기(EOS-TD)를 이용한 피코미터 분해능의 변위 측정 기술.
이번 연구에서는 펨토초 펄스 레이저에서 발생한 빛 펄스와 광다이오드로 생성한 전류 펄스 사이의 시간 차이를 전광 샘플링(electro-optic sampling)함으로써 변위(displacement)를 측정하는 새로운 방식의 펄스비행시간(time-of-flight, TOF) 센서를 제안하고 구현하였다. 이를 이용하면 기존에 불가능하던 성능들(MHz 이상의 빠른 측정속도, 180피코미터의 고분해능, 150 dB 이상의 넓은 동적범위)로 변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
<그림 2> EOS-TD를 이용한 다기능성 센서 및 이미징 기술.
EOS-TD를 이용한 변위 측정은 물체의 고분해능 변형률 센서, 대면적, 고속, 고분해능 3차원 표면형상 이미징 및 마이크로 소자 내 구조체의 광대역, 비선형적인 역학 현상 카메라와 같은 다양한 새로운 기능의 센서와 이미징 기술의 구현이 가능하다.
수상자 김정원 교수 인터뷰
자율주행자동차의 눈과 두뇌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레이저 센서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운전 주체가 사람에게서 자동차로 바뀌는 자율주행 레벨5 시대의 도래가 머지않았음을 예고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거리 측정기술은 자율주행뿐 아니라 안전진단용 센서, 반도체 공정과 같은 산업 현장의 혁신을 이끌고 지진 감지, 중력파 검출 등 자연 현상까지 탐지하며 4차 산업시대를 이끌 기반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 김정원 교수는 기존의 고성능 거리 측정 센서기술의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초고속, 피코미터(10-12m)-분해능, 다기능성 센서기술을 제시하여 지금까지는 불가능했던 새로운 물리 현상의 측정 가능성을 열었다. 그가 개발한 센서기술을 활용하면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중요시설의 응력 및 변형률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지진파, 조수 변화, 마그마의 유동과 같은 지구 환경 변화의 민감한 탐지, 드론과 같은 저속·소형 비행체의 원격탐지 같은 다양한 응용들이 가능하다. 전통적 학문의 경계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전기 및 컴퓨터 지식을 배경으로 물리학의 레이저와 광학지식을 이용하여 기계공학의 주요 화두인 측정과 계측 문제 해결에 천착하며 자신만의 독창적 연구 세계를 보여준 김정원 교수의 연구 이야기를 소개한다.
수상 소감
과분한 상을 받게 되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열심히 잘하라는 격려의 뜻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수상은 함께 열정적으로 연구한 대학원생들 덕분입니다. 그리고 독자적인 아이디어의 연구를 꾸준히 수행할 수 있게 지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연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신 학교와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연구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돌이켜보면 저는 전통적인 학문 분야의 경계에 있는 도구나 문제에 흥미를 가졌던 것 같습니다. 물리학에서 주로 연구하던 펨토초(10-15초) 펄스 레이저를 전자공학자의 관점에서 새롭게 바라보며 ‘어떻게 잡음 성능을 좋게 할 수 있을까’를 연구했고, 그 결과물을 기계공학에서의 다양한 측정 문제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습니다. 경계의 문제들은 항상 새로운 시각과 관점을 요구하기 때문에 연구자로서 호기심과 흥미를 갖고 지속적으로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초고속, 피코미터-분해능, 다기능성 센서기술 개발 성공에 대하여
위치의 차이를 나타내는 변위(displacement)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오늘날의 첨단 과학기술을 가능하게 한 기반기술 중 하나입니다. 변위 측정의 성능은 측정의 분해능, 범위, 그리고 속도의 세 가지 지표로 나타낼 수 있는데, 기존의 방법들은 보통 이 중 하나의 성능을 개선하면 다른 성능들이 나빠지고는 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기존의 방법들과는 완전히 다르게 펨토초 펄스 레이저와 마이크로파 전기 신호를 이용하여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그 결과 1㎝의 범위에 걸쳐서 나노미터보다 작은 차이를 2만분의 1초 안에 정확하게 측정하여 분해능, 범위와 속도 모두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작은 변위 차이를 검출함으로써 물체의 변형률이나 3차원 표면의 형상을 고속으로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센서들도 선보였습니다. 반도체 공정과 자율주행자동차 등 다양한 센서기술에 활용되리라 기대합니다.
이번 연구성과와 펨토초 펄스 레이저(femtosecond pulse laser)에 대하여
1998년 과학잡지를 읽다가 우연히 펨토초 펄스 레이저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1000조분의 1초 정도 되는 짧은 펄스를 레이저 결정과 몇 개의 거울을 이용해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했습니다. 당시 비록 학부생이었음에도 앞으로의 무궁한 발전 가능성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 펨토초 레이저를 이용한 분야에서 노벨상이 3개나 나올 정도로 펨토초 레이저는 학계와 산업계에 큰 영향을 주었고, 레이저 기술 역시 비약적으로 발전했습니다. 제가 MIT 대학원생으로 연구할 때는 테이블 크기의 레이저를 만들었지만 이제는 손톱보다 작은 칩에서도 펨토초 펄스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이번에 개발한 센서기술과 같이 새로운 공학응용 분야들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이런 재미있고 역동적인 분야에서 연구할 수 있게 되어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연구활동 외 산학협력 활동에 대하여
사실 지금까지의 펨토초 펄스 레이저에 관련된 제 연구 결과들은 극한의 시간 성능을 요구하는 거대과학 분야나 국방 분야에서 주로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번 연구결과로 국내 산업체, 특히 반도체 소자들의 생산과 검사, 품질관리에 활용될 수 있는 유용한 기술을 개발하게 되어 개인적으로 의미가 큽니다.
산업체의 직접적인 문제나 요구에 빠르게 대응하는 산학협력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형태로서 순수 기초연구를 통해 나온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을 산업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기술로 발전시키는 형태의 산학협력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산업계에 적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새로운 연구를 계속하고자 합니다.
IT강국 대한민국이 앞으로 측정, 첨단센서 분야의 기술개발을 선도하고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해야할 부분은
정확하고 정밀한 측정기술은 과학기술을 지탱하고 발전시킬 뿐 아니라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에도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기반기술에 가깝고 신뢰성이 중요하다 보니 오랜 축적의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 사업화와 시장개척이 상대적으로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인지 계측 장비와 센서의 경우 많은 산업체가 아직까지 해외 제품과 기술에 많이 의존하는 현실입니다. 측정 분야는 단기간에 결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정부의 장기적인 투자가 절실하고, 산업계와 연구계의 활발한 협력과 오랜 기술 축적이 필요합니다.
이번 첨단 센서기술이 현대, 나아가 미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바램은
새로운 측정 기술들을 이용하면 이전에 보지 못했던 현상들을 볼 수 있고, 그 결과를 이용하면 이전에 제어할 수 없었던 현상들도 제어할 수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연구결과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을 관찰하고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예를 들면 이전에는 마이크로미터 스케일에서의 복잡하고 빠른 기계적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직접 관찰할 수 없었는데, 이번에 개발한 센서로는 가능합니다. 새로운 관찰의 결과는 다른 연구자들에 의해 더 새롭고 다양한 방향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평소 생각하는 과학자로서의 삶과 기본철학은
제 연구의 기본철학은 유행하는 것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자기만의 색깔과 깊이를 가진 분야를 확립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 경우 KAIST에 부임해 펨토초 펄스 레이저와 이를 이용한 정밀한 시간 측정 방법에 대해서 10년 정도 연구하면서 여러 가지 기반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하더라도 자신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 분야를 차근차근 확립하면 관련 연구 내용을 새로운 분야에 적용하거나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자연스럽게 많아집니다. 말씀하신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경우도 빛 펄스와 전기신호 간의 시간 오차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담은 제 논문을 읽고 그쪽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자신들의 초고속 전자회절 장치의 제어에 적용하는 공동연구를 제안해서 방문연구자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평소 연구자로서, 스승으로서 학생들 또는 연구실 구성원들에게 강조하는 내용은
대학원에서의 연구 과정을 통해 흥미로우면서 중요한 문제를 스스로 찾아서 잘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주어진 문제를 푸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중요한 문제를 전체 연구 흐름 내에서 잘 파악하고 찾아낼 수 있는 독립된 연구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석사 과정에 처음 들어오면 기본기를 잘 갖출 수 있게 도와주지만, 박사 과정에서는 저는 가능한 한 큰 틀만 잡아주고 학생이 스스로 문제를 찾아서 풀 수 있게 지켜보고 도움을 요청할 때에는 같이 고민해 주려고 합니다. 학생들과 연구하면 재밌는 일이 많습니다. 연구의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용감하고 과감한 아이디어들도 많이 나오고요. 경험 많은 박사급 연구자들과 일하는 것과는 또 다른 재미와 생동감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기반으로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는
과학자로서의 목표는 이번 연구성과를 기존의 방법들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역학 현상들을 측정할 수 있는 강력한 과학적 도구로 발전시키고 실제로 새로운 현상들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공학자로서의 목표는 개발한 시스템을 실험실 밖 실제 제품의 수준까지 발전시켜 상용화하는 것입니다.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또는 당부의 한 말씀
과학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끊이지 않는 호기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 잘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을 발견해 내는 것도, 잘 안 풀리는 문제를 끝까지 고민하고 해결하게 하는 힘도 호기심과 궁금함에서부터 출발하지요. 기존에 나와 있는 문제나 답에 만족하지 않고 항상 왜 그럴까, 다르게 할 수는 없을까를 생각하면 즐겁게 과학이나 공학을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용어설명
1) 분해능 : 신호 측정 방법 또는 장치의 한계 성능을 나타내는 지표로서, 구별해낼 수 있는 가장 미세한 신호차이를 지칭
2) 펄스비행시간 : 빛 펄스(규칙적인 파동)가 측정 대상에 부딪혀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 뒤, 빛의 속도를 이용하여 대상과의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김정원 교수
- 서울대학교 전기공학, 학사
-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기및컴퓨터공학, 석사/박사
-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전자연구소, 박사후연구원
-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조교수
- 막스플랑크 양자광학연구소, 방문연구원
- 한국광학회 해림광자공학상 수상
-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계공학과, 부교수
[전문 분야]
- 펨토초 펄스 레이저 및 광주파수빗 광원
- 초정밀 계측, 제어 및 센서기술
- 광 신호처리 및 동기화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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