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칼럼
소부장 공급망 안보 확보를 위하여
서승종_세라믹코리아 발행인
최근 ‘공급망안보’가 지구촌 경제 최대 핫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2019년 일본 아베 정권의 무역제한, 미국의 자국중심 반도체 공급망 재구축, 중국의 소재 수출제한, 미-중 대립으로 인한 공급망 교란 등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강국들의 공급망 무기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이에 제조업을 보유한 나라는 안정적인 공급망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됐다.
2021년 말 중국의 요소 수출제한으로 요소수 대란이 일어나 물류 마비 등 국내 산업이 대혼란을 겪었다. 당시 우리산업은 첨단산업 소부장 공급망에만 초점을 맞춰 대응해 왔다. 전혀 생각지도 않은 품목에서의 공급망 대란은 더욱 충격이 컸다. 어떤 품목이든 공급망 무기화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공급망확보 대상 품목을 세밀하게 조사하고 폭넓게 확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최근 ‘식량안보’를 빌미로 2년 만에 또 요소 수출제한 조치를 취했다. 이에 10일 앞서 인산암모늄 통관 중단도 추가했다. 지난해 8월 갈륨, 게르마늄 수출제한 조치에 이어 11월 희토류, 12월 흑연으로까지 확대했다.
당시 정부는 ‘경제안보 핵심품목 태스크포스 회의’에서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대책을 마련하고 동남아시아, 중남미, 호주 등 수입다변화와 요소수 대체기술 개발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중국 의존도는 당시 71%에서 오히려 91%로 높아졌다.
요소 사태 이후 2년이 지났지만 정부와 산업계 대응이 달라진 게 없다. 요소사태 재발에 2년 전 대책을 재탕으로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산업계는 당장 보이는 이익추구로 저가 중국산에서 좀처럼 수입선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는 요소업계뿐 아니라 첨단산업 소부장 분야에서 더욱 심하다.
최근 정부는 하루가 멀게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개최하고 공급망 리스크 대안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고 각 관계부처 장·차관이 직접 현장을 누비며 상황파악에 여념이 없다. 우리 대통령도 최근 네덜란드와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동맹’을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같은 날 정부는 산업공급망 전략회의를 열고 2030년까지 글로벌 첨단산업 공급망에서 특정국에 대한 의존도를 50% 이하로 줄인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늦었지만 ‘공급망 기본법’이 지난달 8일 국회 통과됐다.
하지만 정작 수요기업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소득이 없다. 기업은 공급망 다변화도 중요하지만 생산라인의 품질 안정화의 위험 관리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수요기업들은 우수한 품질평가를 받은 품목이라 하더라도 쉽게 생산라인에 적용하기 어려움이 있다.
실효성 있는 공급망 자립 전략을 수립하려면 산업생태계를 먼저 이해해야 한다. 정교한 산업별 소부장 공급망 지도를 그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우수 기술개발 품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도록 수요기업 매칭과 이에 대한 수요기업의 리스크 지원 정책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
모처럼 정부가 공급망확보에 발 벗고 나선 만큼 산·학·연·관이 합심하여 공급망 안정화의 기틀이 마련되길 기대한다. 아울러 2024년 새해를 맞아 우리 세라믹산업에도 보다 유연하고 촘촘한 소부장 공급망이 구축되어 더욱 발전하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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