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교수의 문화재 기행 36]
청자참외모양꽃병
靑瓷瓜形花甁
글_김대환 상명대 석좌교수·문화재 평론가
사진1) 「청자참외모양꽃병靑瓷瓜形花甁」고려시대(12세기) 높이:23.5cm 입지름:9cm 바닥지름:7.2cm
´청자참외모양꽃병´은 몸통이 참외 모양이며 기다란 목과 입구는 참외 꽃을 형상화한 것으로 실제로 참외가 꽃이 피고 열매가 커지면서 일정 기간 동안은 참외에 꽃이 붙어있는데 그 순간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고려청자의 비색청자 절정기인 12세기경에 제작된 작품으로 참외 모양의 몸통은 8릉형이며 목의 중심부에는 3줄의 음각선이 있다. 전체적으로 3등분 하여 목과 입구, 참외 모양의 몸통, 주름지고 높은 굽 받침으로 구분되며 표면의 유약은 맑고 투명하며 옅은 빙렬이 나 있다. 이들 경계에 해당되는 곳에는 낮은 양각의 선이 둘러져 있으며 수리나 파손된 곳 없이 온전하다. 아름답게 주름진 높은 굽바닥에는 다섯 곳의 내화토 받침을 하여 번조한 흔적이 있고 사용에 편리하게 곱게 갈아 내었다. 사진3~6)
고려청자의 대표적인 비색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몸통의 균형미와 발색이 어우러진 최상급의 작품이다. 이러한 형태의 양식은 중국의 자주요와 경덕진 가마에서도 제작되었으며 전남 강진군 사당리 7호, 8호 청자 가마터에서도 비슷한 유형의 청자 파편들이 발견되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유물의 보관 상자에 쓰여진 구한말 당시의 기록이다. 상자의 옆면에는 “朝鮮燒花甁(조선소화병)”으로 묵서 되어 있고 상자의 뚜껑 안쪽 면에는 유물의 입수 경위와 장소 날짜 등 중요한 기록이 남겨져 있다. 간략히 기술하면 “1908년에 상업시찰단으로 조선국에 방문하여서 개성에서 출토된 고려 화병을 취득하여 돌아왔다.”라는 내용이다.
이 문구가 시사하는 문제는 일제강점기 이전에 이미 개성의 고려 무덤을 도굴하여 일본인들에게 고려청자를 판매했다는 당시의 안타까운 상황이다. 다행인 것은 1908년에 일본으로 반출되었던 이 유물이 다시 고국으로 귀향하여 국내에 영구 소장된 것이다. 이 유물은 2022년에 광주광역시 소재 ‘보문복지재단 동곡박물관’에서 <고려청자 명작의 세계> 특별전에 출품 전시되었고 비취색 고려청자의 절정기 명작으로 관련 학계의 주목을 받았었다.
이 유물과 유사한 작품으로는 사진7)의 ´청자참외모양병(국보, 국립중앙박물관)´을 꼽을 수 있다. 일제강점기에 고려 인종의 능에서 발굴된 것으로 전해지며 1146년의 기년이 확실한 유물과 함께 출토되어 12세기 중반에 제작된 작품으로 고려청자 비색의 최고봉으로 알려진 유물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입구 부분이 결실되어 수리가 된 점이다. 사진8)
형태는 사진1)의 작품보다 목선이 두껍고 참외 모양의 몸통이 가늘어 어깨 부분이 좁은 편이고 표면의 유약에는 빙렬이 없으며 기포가 많아서 불투명하다. 고려청자의 예술성의 척도는 청자의 발색이다. ‘고려비색’으로 송나라에서도 그 유명세가 높았던 고려청자는 당시에 중국의 왕실이나 고관들이 수입하여 소중히 간직하고 보배로 여겼으며 실용 후 중요한 부장품으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사진1)의 청자참외모양꽃병은 보존 상태가 완벽한 작품으로 유려한 목선과 8엽의 꽃을 형상화한 입구 부분, 참외 모양의 몸통에서 당당하게 벌어진 어깨 부분, 일정한 간격으로 섬세하게 주름 잡힌 받침이 조화를 이루며 세련된 모습이다. 아울러 온 몸통을 덮고 있는 청자의 발색은 ‘고려비색’ 그 자체이다.
116년 전에 고려국의 수도인 개성에서 출토되어 일본인에게 판매되어 타국을 떠돌던 국보급 고려청자의 귀향이 21세기 한민족의 자긍심을 느끼게 한다.
사진설명
사진1) 「청자참외모양꽃병靑瓷瓜形花甁」고려시대(12세기) 높이:23.5cm 입지름:9cm 바닥지름:7.2cm
사진2) 청자보관함의 명문
사진3) 어깨와 입구 부분
사진4) 어깨 부분 확대
사진5) 입구 부분
사진6) 바닥 부분
사진7) 국보 청자참외모양병 | 국립중앙박물관
사지8) 국보 청자참외모양병의 수리된 부분 | 국립중앙박물관
*본 기사는 월간도예에 연재되는 칼럼으로, 도자문화 이론을 대중적으로 소개하고자 본지에 후속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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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김대환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문화재 보존학을 전공했으며 40여 년간 국내외 발굴현장과 유적지를 답사하며 문화재를 연구했다. 지난 15년간 대학교 박물관과 국공립박물관에 신라금동불상, 고려청동탑, 고려청자, 고려도기, 조선백자, 고려와전, 벼루, 출토복식 등 5천여 점의 유물을 무상 기증했다. 주요 저서로는 『박물관에서 볼 수 없는 문화재1,2』가 있으며, 현재 상명대학교 석좌교수이자 문화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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