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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질문에 대한 우둔한 대답들
  • 편집부
  • 등록 2003-09-22 21: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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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임헌자 도예가 흙과 불에 매료되어 평생을 가마와 함께 사는 작가들에게 사람들은 어떤 낯선 것을 느끼는 모양이다. 그래서 도자기를 만든다면 사람들은 이것저것 다양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소박하고 조금은 상투적인 질문들에 답을 하다가 문득, 이것이 도예와 내 작품세계의 본질에 근접한 설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 작품에 대해서 내 스스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작품과 나 사이에 있는 육친(肉親)의 교감이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도자기가 가지고 있는 형이상학적인 근원 때문인가…? 그래서 이 글에서는 사람들이 내게 던지던 질문들에 대답하는 형식으로 내가 생각하는 도자와 작품에 대해서 정리하고자 한다. 질문 하나, 어떻게 도자기를 하게 되셨나요? “글쎄~ 미술대학에 입학해서 보니 학과에 시각디자인과 도자공예 전공이 있더군요. 두 전공 모두 열심히 했는데 대학원을 진학하려고 할 때 보니 도자 전공이 더 나를 더 끌어당기는 거 같더군요.”라고 대답을 한다. 누구는 막사발에 수저가 부딪히는 소리에 매료되어 도자를 하게 되었다고 하고, 누구는 흙만 보면 가슴이 뛰고 좋아서, 누구는 그냥 숙명처럼 다가왔다는 경우도 있고…. 작가들은 대부분 도자와의 필연적인 인연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그런 인연은 없었던 것 같다. 20년 전 대학원 진학을 앞두고 내가 선택해야 할 전공 중 도자가 시간과 인연이 깊은 예술인 것 같아서 인연을 만든 것이다. 정말 도자 속에는 인류의 역사가 담겨 있다. 다탁 위에 놓인 조그만 차종 하나에도 앞 선 도공들의 경험이 함축되어 있는 것 아닌가. 내 성격이 대기만성 형이라고 벌써부터 규정하고 시간이란 화두(話頭)와 싸우고 있던 내가 도자를 선택한 건 어떻게 생각하면 필연일 수도 있겠다. 질문 둘, 도자기를 하신 지 몇 년 되셨어요? 이 질문을 받을 때 마다 나도 모르게 부끄러워진다. 년 수가 늘어갈수록 더욱 그렇다. 하도 난감한 질문을 받다보니 요즘 와서 대답하는 요령이 생겼다. 사람의 나이도 생리적 나이와 정신연령이 다르듯이 도자기를 한지 몇 년이 되었느냐는 질문의 답으로 “도자기를 접한 지는 20여년이 넘고요, 도예를 하기 시작인 것은 요 근래부터죠” 라고. 질문 셋, 어떤 도자기를 만드세요? “현대도예 중에서 기(器)형을 만듭니다. 주로 물레성형에서 이루어지는 작업으로 합니다.” 간단하게 대답한다. 은사님들은 언제나 말씀을 아끼셨다. 이렇다 저렇다 말 할 것 없다! 따지지 말고 무조건 해라! 도자는 흙 맛이 나야한다! 그릇은 그릇답게, 흙은 흙답게! 그렇다. 그것이면 족하다. 98년 첫 번째 개인전, 2000년 두 번째 개인전, 2002년 세 번째 개인전 모두 실용도자를 중심으로 작업을 해왔다. 공예성에 충실하고자 다기 세트, 접시세트, 화병, 주안상을 테마로 주병과 주전자와 찻잔, 신선로, 찜기, 면기 등등 그리고 최근은 아름다움을 담아내는 꽃그림 양각도자 시리즈 등… 몇 년 전 인사동 <미소화랑>의 송선생님의 배려로 우리의 골동 진품을 직접 만지고 느끼고 감상 할 기회를 가진 적이 있다. 우리 도자기의 색과 선, 문양 그리고 물레기법 등등 말로 표현 할 수 없었던 감동을 느꼈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교감이었나 우리 도자기를 그냥 피부로 느꼈다. 아는 만큼 볼 수 있다. 나는 부족함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좋은 경험이었다. 이 지면을 빌어 송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표한다. 그 후론 골동품점을 끼웃거리며 몇 점씩 주머니 돈을 털어 구입한 청자, 백자 접시, 사발 등은 나의 훌륭한 교재가 됐다. 그 동안 나는 한국적인 것에 매달렸었다. 우리의 정서와 문화 속에서 작업을 하면 내 도자기는 바로 한국적인 것이 된다는 것을 느꼈을 때 나는 벌써부터 그렇게 도자기를 만들고 있었다. 아직은 정말 부족하다. 이제 그 도자기에 어떻게 나를 담느냐가 문제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작품에 담을 수 있을까. 하지만 다시는 시행착오를 하지 않겠다. 은사님들의 말씀처럼 흙으로 억지를 부리지 않으려 한다. 흙을 못살게 굴어 억지의 아름다움, 무언가를 억지로 얘기하려 들지 않겠다. 그저 자연스럽게 나답게 만들 것이다. 질문 넷, 그 간의 작업기간으로 봐서는 집에 도자기가 많을 것 같아요 자신의 작품을 얼마나 소장하고 있는가. 여기서 도자 작가의 인기도가 판명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작가들은 수도 없이 많은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동아리전, 개인전, 연구, 주문 등등 너무나 많은 요구와 필요에 의해서. 그런데 친분이 있는 어느 작가 분은 본인의 작품을 거의 소장하고 있지 않다. 물론 작업량이 적지 않은 작가다. 아마 그 분의 작품들은 모두 애장가의 사랑을 받고 있을 것이다. 작가가 만든 전 작품을 판매한다는 것은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 주인을 못 찾고 창고에 먼지 쌓여 있는 것 보다는 여러모로 바람직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나는 내가 만든 작품 중에서 가장 좋은 작품은 일부분 내가 소장하기를 원한다. 도자는 시각만을 만족시키는 예술품이 아니다. 도자는 온 몸으로 감상해야 한다. 생활자기 역시 가장 잘 만들어진 것들로 직접 사용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더 나은 다음 작품을 위한 진정한 반성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대부분 작가들이 그럴 것이 좋은 작품은 어디론가 보내고 어리숙한 것들만 본인의 몫이 되어 있지 않나 싶다. 나도 마찬가지로 우리 집엔 그릇은 많으나 좋은 그릇 풀세트는 없다. 생각과 현실의 차이가 큰 것인가. 올 가을에는 나만을 위한 쓰기 좋고 보기 좋은 그릇 한 세트를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작더라도 내 작품들을 빛내줄 나만의 전시공간을 갖는 것이 소망이다 마지막 질문은 내가 내 자신에게 물어 봐야겠다 앞으로 어떤 도자기를 만들 것인가? 어떤 도자를 만들겠다는 목표는 없다. 나의 도자 작업은 언제나 변화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이 축적된 토대 위에서의 변화이다. 잘 만들겠다는 것보다는 현재 나의 기술과 표현, 사고의 폭과 깊이를 넓혀 자연스럽게 도자의 아름다움 표출되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인생에서의 성장 단계처럼 도예에서도 성장단계가 있다면 나는 아마 청소년기를 갓 벗어난 단계인 것 같다. 이제 도자기를 제대로 해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더욱 더 폭넓고 다양함을 경험하며, 서두르지 않고 내세우지 않으며 성숙된 모습으로 도자예술과 나의 삶을 함께 하고 싶다. 작가약력 단국대학교 및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3회 한국현대도예가회 회원 한국공예가협회 회원 화경도예회 회원 아름우리회 회원 현,단국대학교 도예연구소 및 사회교육원 도예교육과정 재직 E-mail: galim760@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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