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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이정석
  • 편집부
  • 등록 2003-09-22 21: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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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과 촉각으로 숱한 생명체를 잉태시키는 작가 흙은 내 모든 것을 기억해내는 표현도구 이정석의 작품은 동물의 형상을 한 도(陶)의 오브제이다. 자연스레 “이런 사람 간혹 있어”라고 친근감을 불러일으키는 유머러스한 표정이나 자태를 가지는 생명의 형태이다. 작품의 대부분은 유약을 쓰지 않고 흑도나 라쿠에 의한 소재의 질감을 살린 토(土) 괴(塊)와 같은 표정을 가진다. 흙을 내치고 넓히고, 구부리고, 파는 과정속에 생기는 리듬을 상상의 동물 형상으로 반영시키고 있다. - 이리자와 유카 일본 이낙스갤러리아 세라미카 큐레이터 도예가 이정석(34)의 작품은 ‘덩어리’를 시작으로 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흙의 단점이자 장점인 가소성을 이용해 흙덩어리를 넓히거나 파내고, 말거나 깎아낸다. 이 성형방법은 시시각각 변하는 작가의 기분과 주변 환경 등을 있는 그대로 담아낸다. 그의 작품은 다양하다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 그는 이 작업법에 대해 “많은 준비와 작업계획을 세우고 실상 작업에 들어가 보면 계획과는 전혀 다른 형태를 만들어 내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다음날 아침 또다시 모순된 나를 거부하면서 작업은 반복된다. 끊임없이 반성하며 반복되는 작업이 큰 만족감을 준다”고 한다. 대학졸업후 일본서 7년간 유학생활 개인전 13회, 유명 공모전 수회 입상 그는 누군가처럼 어릴 적부터 흙 놀이를 즐긴 것도 아니고 성장과정에서 어떤 도예가에게 매료돼 도예를 시작한 것도 아니다. 서울산업대에서 도예를 전공하던 학창시절, 3학년이 되어서도 지금의 본인이 도예가로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도예를 하게 된 계기에 대해 “졸업을 앞둔 해 여름 자신이 동물을 좋아했기 때문에 만든 작품들이 몇몇 공모전에서 입상으로 이어졌고 이때부터 도예가의 길을 걸을 수도 있겠다는 착각을 하게된 것이 첫 번째 계기”라고 한다. 그는 96년 대학졸업 후 여전히 ‘도자기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고 일본 유학길을 떠났다. 유학 첫해, 아이치현립예술대학교에서 대학원 입학을 위한 준비과정으로 1년을 연구생으로 활동한 후, 이듬해인 97년에 대학원에 입학했다. 일본유학 초기, 첫 개인전을 준비하면서 한국적인 그 무엇을 찾기 위해 방학이면 우리전통 도예기법을 배우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수레질, 타렴법을 배우고 돌아가 작품에 응용했다. 완숙하지 못한 기술로 만들어진 작품의 모양새는 경직되고 서툴렀다. 재료와 유약에도 경험이 없어 번조 중에 주저앉거나 변형된 작품은 스스로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의 고민은 곧 해결됐다. 일본인 스승인 고이에 료지 교수는 그가 만든 작품들을 하나씩 바닥에 던져 틀에 박혀있던 그의 생각을 일깨워 주었다. 결국 이 작품을 선보인 전시에는 일그러진 화병들로 가득했고 대부분이 판매돼 그를 놀라게 했다. 작가는 “도예가로 자리 잡기위한 자신감을 준 것은 작품을 만들어 시험대에 올려 평가 받을 수 있었던 많은 전시회와 공모전이었다”고 한다. 97년 일본 나고야에서 가진 첫 전시의 주제는 ‘LOVE COLLECTION’이었다. 도자기에 열정이 유난한 일본인들은 이웃나라 한국에서 온 유학생인 자신의 서투른 흙의 몸짓에 관심을 가져 주었다. 그것이 그에게는 자신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98년 3회, 99년 3회, 2000년 4회, 2001년 6회 등 7년간의 유학생활 중 총 13회의 개인전을 나고야, 동경, 도코나메, 마시코 신주쿠 등 일본 전역에서 가졌다. 또한 그는 개인전을 통해 일련의 작품을 선보임과 동시에 배우는 자의 신분을 잊지 않기 위해 매년 공모전에 도전했다. 한국에서의 대학시절인 95년 서울현대도예공모전 특별상, 대한민국도예대전 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일본 유학첫해인 96년 아사히 도예전 입선, 97년 준이치 도예비엔날레 특별상, 98년 아사히 외국인 유학생 미술전 우수상, 99년 준이치 도예비엔날레 준그랑프리 등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그가 젊은 학생 신분으로 10여회의 개인전을 가질 수 있는 데에는 개방적인 일본 도예교육이 일조했다. 그는 일본의 도예교육에 관해 “학생들이 개인전을 연다는 것이 수용되는 시스템이다. 그들에게 전시는 자신의 작품을 내보여 평가받는 시험장이다. 젊은 작가일수록 많은 전시를 가져 자신의 작품을 냉정히 평가하는 기회를 갖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귀국전시, 동물이미지 담은 라쿠작품 선보여 이물질 섞인 흙의 변종이 매력 그는 동물의 이미지가 담긴 작품에 라쿠기법을 주로 사용한다. 낮은 번조온도 자체가 흙의 질감을 담아내는 것에 용이했고 그의 동물을 형상화한 작품이미지와도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성형에 사용되는 흙에는 톱밥과 쌀겨뿐만 아니라 거름, 스티로폼, 모래 금속산화물을 섞어 조합한다. 그는 “유약의 효과는 오히려 자연스런 작품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것 같아 흙에 섞인 이물질을 통한 변종에 만족감과 매력을 느낀다”고 한다. 그는 지난 6월 서울 인사동 경인미술관에서 7년간의 긴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을 가졌다. 전시의 주제는 ‘MASK’였다. 원시적인 동물의 다양한 얼굴 형상을 가면으로 표현한 라쿠 작품들을 선보였다. 전시작품에 관해 서울산업대 한길홍 교수는 “동물의 형상은 일관된 주제 속에서 심화된 모습으로 보여지고 있다. 그의 동물 형상들은 생명체의 움직임이며 그것은 곧 탄생을 의미하며 또 하나의 진화를 얘기하고 있다. 그는 흙작업에서 감각과 촉각이 한데 어우러지는 숱한 생명체의 모습을 만들어가며 잉태시키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재현도 복제도 아닌 그만의 생성력에서 빚어지는 조형적 산물이다. 또 그의 라쿠에 의한 흑도의 기법적인 해결은 생명체의 이미지에 특별한 의미를 내재시키고 있는 듯하다”고 평가했다. 경기 광주 옛백자가마터에 보금자리마련 내년 2월 일본서 개인전 계획 이정석은 지난해 한국으로 들어와 경기도 광주에서 양평으로 넘어가는 국도 옆 작은 마을인 장심리(長深里)의 계곡 끝자락에 작업실을 마련했다. 사금파리들이 종종 발견되는 옛 백자가마터에 마련된 작가의 작업장은 통나무와 흙벽으로 지은 50여 평의 공간을 작업 공간과 살림집, 가마실로 나눠 쓰고 있다. 이곳에서 만들어지는 작품은 앞으로도 한국과 일본에서 꾸준히 발표될 것이다. 내년 2월에는 일본에서 개인전을 가질 계획이다. 도예가 이정석은 “이제 조금은 내가 버려야 할 것과 취해야 할 것이 보이는 듯 하다. 누구나 흙을 만지는 행위 속에 타인이 흉내 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지만 우린 단지 그 순간을 지나쳐 버릴 뿐이다. 흙을 억지로 나의 생각대로 맞춰내기 보다는 흙이 내가 원하는 표정을 지어 주었을 때 손을 멈추고 싶다. 흙은 나의 모습을 결코 잊어버리지 않는다. 비디오 테잎처럼 하나하나 담아 두고 있다. 흙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말한다. 김태완 기자 anthos@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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