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화숙 도예전 2002. 12. 21~2003. 1. 31 인더갤러리
흙과 꽃 ─ 그 영원한 특별함
글/임은화 프리랜서 작가
양수리에 들어서면서 줄곧 잔뜩 흐린 하늘빛을 그대로 담고 있는 강물이 우리를 앞서 저만 큼 먼저 달린다. 그 강빛이 그대로 갤러리의 나즈막한 유리창 전체에 물들어 있었다. 차화숙의 일곱 번째 작품전의 초대장을 받아들고 설레임에 잠을 설쳤다. 그가 우리에게 보여 줄 흙으로 빚은 꽃 이야기에 소풍 전날 한껏 기대에 부푼 어린아이 모양이 되었다. 두 팔로 감아 안아야 들어질 크기의 깊이 있는 청자빛 그릇에 물을 담아, 어느 산속 산사의 작은 연못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유유히 띄워놓은 꽃잎을 보며 전시장에 들어섰다. 도예가 차화숙의 끝없는 관심은 꽃이다. 정성 다해 흙으로 빚고 그 위에 그려진 꽃 이야기다. 그것도 잘 가꿔진 정원의 인공미에 걸맞는 무슨무슨 화려하고 두드러진 이름 값하는 꽃들이 아니다. 그저 이산저산 이들녘 저들녘 이름도 없이 혹은 이름도 생소한 채로 봄이며 여름이며 가을을 자기 선 자리에서 욕심도 없이 피다지는 그런 꽃들이다. 차화숙은 지금의 작업장이 있는 장흥으로 온 이후 이전에 하던 조형작업을 뒤로하고 들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365일 어느 한날 꽃과 나무 그 자연의 대향연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것이다. 흙이라는 자연의 선물에 꽃이라는 자연의 작품이 그의 손에서 빚어져 우리와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청자빛이 은은히 감도는 동그란 접시형의 장식벽걸이에 양각 된 들꽃들은 멀리서 바라보기에도 너무도 다소곳하다. 마치 참빗으로 반짝이게 윤이 나도록 빗어 쪽진 머리하고 그저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로 도심에 외출한 산골 아낙의 모습 그대로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도심의 분주함이 그 앞에선 무색해지는 그런 모습이다. 직사각과 원형의 차탁 겸용 벽걸이는 또 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하게 원색으로 채색되어진 꽃이며 물고기들은 누가 보아도 캔버스에 그려진 유화처럼 유화물감 냄새가 물씬 풍길 것 같은 한 폭의 회화이다. 금방이라도 천둥번개 치며 비를 쏟아낼 것 같은 하늘처럼 힘있는 선과 색이 채색된 것도 있고, 잔잔한 물가에 남모르게 핀 한송이 꽃과 금방이라도 살아서 펄펄 거릴 것 같은 물고기도 있다. 그의 작품 중에 눈에 띄는 것은 사각의 벽걸이 틀안에 입체감 있게 잘라 붙인 꽃줄기와 화려하게 채색 된 꽃들이 회화 속에서 살아있는 원근감과 생동감이 그대로 표현 된 작품이다. 나는 차화숙의 집에 들러 차 한잔하기를 즐겨한다. 따듯한 물속에서 한잎 한잎 꽃 피우며 향기와 빛깔을 풀어내는 국화차 한잔을 자연의 냄새 풀풀나는 그의 찻잔에 담아 마신다. 처음 그의 집에 방문했을 때 결곱고 반지르르한 찻잔만 보던 내눈에 왠지 투박해 보이기도하고 다듬어지지 않아 거친 것 같기도 하던 그의 찻잔, 그 첫느낌을 잊을 수 없다. 그 느낌 그대로 그의 생활 도자기들은 꾸밈이 없는, 아니 꾸밀 필요도 없는 자연의 형상을 그대로 빼 닮았다. 접어놓은 생생한 꽃잎같은 컵받침과 그윽한 차향과 어우러질 찻잔이 함께라면 그것이 금상첨화일 것이다. 직사각의 크고 작은 접시들은 이른 봄 온산을 제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따다 꽃모양 그대로 살려 지진 진달래화전 한접시가 눈에 절로 그려지는 작품이다. 겨울안개 자욱한 흙길을 따라 그의 작업장을 찾았다. 몇날 며칠 빚어진 순서대로 색을 달리하고 옹기종기 모여있는 작품들을 위해 가마에 불을 땐다고 했다. 늘 시내보다 2~3도 기온이 낮은 곳이라 한겨울 밤바람에 옷깃 여미며 종종 걸음으로 걸어다닌다는 곳이다. 온기보다 냉기가 더한 출입문 가장 가까운 바닥에 누워 토막잠을 자며 밤새 드나들며 가마를 지킬 그의 배웅을 받으며 밤길을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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