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가진 프로세스는 물체가 가진 성질을 변환시켜 그것의 이면을 드러내거나, 혹은 어떤 물체에 대해서 작가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의식’을 드러내는데 상당한 장점이 있다. 자화(磁化)라는 공정이 가지는 물성의 변환이 그것의 가장 중요한 요소이고, 마치 박제와 같은 효과를 내는 이형주입의 방법이 그것을 보조한다. 근본적으로, 이형주입의 도조작품들이 초현실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 프로세스가 큰 역할을 한다. 서희수의 이번 전시는 물체의 성질과 관련된 위의 도예 특유의 프로세스를 통해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총체적인 의식의 단면을 드러내려 한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무의식이라기보다는 활자가 사고를 지배하는 시기 이전의 셈되지 않는 의식 혹은 내면화되거나 잠재될 수밖에 없는 ‘모종의’ 성장과 관련한 상처와 그것의 치유를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려 했다.
그녀의 [베개]연작은 조형의 계획과 형성이라는 측면에서는 70년대식 조각 특유의 물성변환과 이질적인 요소의 도입을 통한 변환된 물성의 강화(조)라는 방식을 차용하고 있어 다분히 진부한 면이 있지만, 그 내용에 있어서는 [부서지기 쉬운 혹은 깨지기 쉬운] 혹은 안정되지 않음에 경도되어있는 듯 하여 그녀의 작업의 프롤로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의식 자체의 불안정, 나아가 삶의 견고함이 사실은 불안정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암시하는 듯한 이러한 경향은 최초에는 ‘날카로웠을’ 의료용 도구들의 등장으로 그녀가 전시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해묵은 그러나 여전히 유효한’ 불안함이나 공포임을 보여준다.
[베개] 이후에 제작됐다고 보여지는 의료용 도구들과 붕대들이 조합된 설치작업들은 근원적인 공포를 치유하거나 혹은 공포와 무리 없이 공존하는 삶에 대한 실제적인 ‘방법’과 관계된다. 그녀가 ‘어떤’ 물체를 통해서 얻은 나름의 의미를 발화하는 과정에서 정보성을 격하시켜 그것을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으로 바꿔내는 소재로 선택된 것이 가위와 붕대이다. 그녀의 가위와 붕대는 양자를 일체화시켜 해묵게 하는 고고학적 방법의 것들과 가위와 붕대를 하나의 쌍으로 상정하여 공존케하는 두 가지의 것들로 제시된다. 전자가 일체감을 통한 공포의 해소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후자는 각각을 삶의 요소로 존중하는 공존의 형태로 제시되는 것처럼 보인다.
전체적으로, 그녀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은 ‘근거없는 두려움’이라는 것이 선험적인 상처로 누구나 (그리고) 개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치유하거나 공존하는 것이 삶이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蛇足 : 좀더 정교한 형태의 구성과 이형주입성형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생각을 했다. 조금씩 미진한 형태와 마무리, 간혹은 난데없는 물체의 낯설음이 눈에 걸렸다. 전시장을 하나의 단일한 공간구로 구성했으면 하는 바램 또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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