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 시리즈
글/양은희 뉴욕한국문화원 갤러리코리아 큐레이터
오벨리스크. 앙코아 와트. 돌탑. 경기대학교 공예학부 교수 이용욱의 최근 작품 30여점을 모은 ‘이용욱 도예전 : 탑 시리즈’전을 방문한 관객들이 연상하는 단어들이다. 지난 11월 14일부터 11월 28일까지 미국 뉴욕 한국문화원(원장 박양우) 주최로 대한민국 주 유엔대표부 갤러리 (335 E. 45th St., New York, NY 10017)에서 열린 그의 전시는 9.11 이후 이를 기리는 기념탑 건립을 두고 건축가, 희생자 유족, 부동산 개발업자 등 사이에 논란이 많은 뉴욕의 상황에 일침을 가하듯이 진지하게 기억과 기념이라는 뉴욕의 화두를 연장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이용욱이 뉴욕에서 올해 1년 동안 롱아일랜드 대학에 교환교수로 재직하면서 제작한 작품들로서, 그동안 작업해 온 백색의 ‘탑’ 시리즈 중 가장 최근작들이다. 25점의 탑들은 백색의 전시 공간 벽, 전시대를 배경으로 설치되었으며 백색의 정갈한 색조가 두드러진다. 특히 정성들인 각 탑들의 다양한 표면 질감은 저마다 다양한 형태와 함께 흙에 생명을 불어넣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직접 얇은 흙 판을 하나하나 쌓으면서 겹겹으로 이루어진 표면을 만들어낸 탑이 있는가 하면, 초벌구이를 한 후 유약을 분사기로 뿌린 후 재벌구이의 온도를 조절해서 나온, 유약 결정으로 뒤덮힌 오돌오돌한 표면의 탑들도 있다.
분홍, 노랑, 파랑, 녹색 톤을 조금씩 내는 백색 표면은 정갈한 탑의 이미지(희망, 고고한 정신)에 맛을 더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백자 정신을 이어가면서 직선과 곡선을 자유로이 사용하며 기존의 실용적 도예제작에서 벗어나 조각적인 도예를 추구하는 그의 관심이 백색에 맞추어 있는 것은 순수하면서도 담백한 우리민족의 정서를 그대로 반영하는 듯 싶다.
그러나 뉴욕의 다민족 관람객은 조선백자정신을 넘어, 이집트의 기념비 오벨리스크, 캄보디아의 사원 유적지 앙코아 와트까지 상상력을 넓혀간다. 전시 개막 리셉션에 참여한 사람들의 다양한 얼굴색만큼이나 그들의 과거 경험역시 아시아, 남미, 유럽, 아프리카에 걸쳐 기억되기 때문이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