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하기, 변화하기
글/김진아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라는 고사를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 고사는 자식의 교육을 위한 어머니의 지극한 정성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인간의 성장에서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11월 12일부터 18일까지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린 이경자 도예전은 환경의 변화가 한 작가의 작품경향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작가의 1, 2회 개인전 배경은 주로 도시였다. 각 개인전 때마다 지향했던 주제는 다르지만 그녀의 관심사는 도시생활의 영역 안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았다. 그 후 답답하고 좁은 서울의 지하작업장에서 벗어나 높은 산과 맑은 물이 있는 양평의 넓은 작업실에서 이루어낸 작품들은 그 곳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자연을 닮아가고 있었다.
전시장 한 가운데 누워있는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이라는 작품은 그녀가 겪은 슬픈 이야기 중 하나이다. 이 작품은 인간은 죽으면 흙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자연의 순리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제목으로 쓰인 시인 천상병의 시구처럼 고통스러웠던 세상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삶에 대한 긍정적 관조도 잘 나타나 있다.
짙푸른 안개에 가린 소나무와 거칠게 뜯겨나간 산 정상이 인상적이었던 작품 〈농무(濃霧)〉는 최근 난개발로 인해 점점 훼손되어 가는 양평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파헤쳐지는 자연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이를 세상에 알리려는 고발자의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진다.
이 두 작품에서만 보더라도 도시생활의 테두리에 있던 관심이 자연과 대지에 대한 것으로 바뀌어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양평이라는 장소는 그녀에게 또 다른 변화를 가능케 해준 새로운 환경인 셈이다.
그녀는 이번 전시의 주제를 극대화하기 위해 흙의 물성을 강조하고자 했고, 그에 따라 거친 마티에르와 뜯어내기(plucking)기법을 선택하였다.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질료적 특성을 위해서 색깔도 배제하였다. 이러한 표현들을 통해 작가는 관객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맞닿아 있는 특별한 교감을 이끌어내고자 하였다. 그렇지만 비례가 잘 맞지 않는 인물의 표현이나 군데군데 나타나는 작위적인 생물들의 등장은 전체적인 시야를 흐트러트리는 역할을 하고 말았다. 또한 작품의 내부를 또 하나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자연물을 드로잉함으로써 내면의 감상까지도 밖으로 표출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그 그림들은 작품의 의미를 크게 부각시켜주지 못하고 단순한 주변의 차용으로 그쳐버린 감이 없지 않다.
작가가 가지고 있는 장점은 끊임없이 주변에, 그리고 사회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특히 복잡하고 난해한 사회의 현상들일수록 깊은 관심을 보인다.
그것은 그녀가 무한히 변화할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장점들을 잘 살린다면 작품의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이번 전시에서의 시도처럼 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면서 이 세상의 모든 사회의 문제들을 관객들과 함께 풀어나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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