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와 평면의 융화 글/박종철 KJFA대표, 서양화가 도판이 흙과 불의 만남으로 어느 정도는 오토머티즘적인 결과의 것이라고는 하더라도 흙의 만짐, 이전부터 작가가 의도하는 형상과 색상이 있게 마련이다. 반죽의 행위가 진행되면서 작가의 뇌리에는 다양한 형상과 컬러윌(색상환)이 자리한다. 단순한 형상일수록 디테일이 중요하다. 외형과 면분할 직곡선의 비례, 그에 융화되는 색상 등… 임정숙의 도판 드로잉은 단순하면서도 다양하며, 긴장성을 유발시키는 세부의 포인트가 있다. 예각과 둔각이 있고 어떠한 형태이든 전체와 부분의 대비, 점진과 급진, 완 급의 비례 등 ‘변화가 있는 통일’ 이라는 지극히 평범한 조형 원리가 엿보이면서도 긴장과 융화감에서 오는 그 시각적인 추상성과 유희성은 도판 드로잉 그 이상의 것을 느끼게 한다. 자칫 기하학적 형태가 갖는 단조로움을 피하기 위해 도판을 수직, 수평에서 일탈시켜 접속시킨 것은 파격의 미와 퍼지이론적, 수직 수평선의 미학을 감지하게 하는 것으로 시선을 머물게 한다. 유약의 감도를 차별화 시켜 다양한 텍스쳐를 시도하고 수지 등의 물질을 덧붙임으로 시각의 유통과 접촉의 욕구를 유발시킨 점도 흥미가 있다. 비록 그의 도판에 등장되는 오브제가 인체라는 구상적인 공간사물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양한 도판의 형상과 색상의 공간 사물의 재구성 등에서 오는 추상적인 이미지는 합목적성에만 치우치는 생활도자기의 범속성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그 만이 갖는 독특한 장르의 범주를 만들어 준다. 때로는 균질하게, 때로는 균질하지 않게 색상과 텍스쳐를 전개 대비시켜 회화성을 추구하고 일필휘지의 크로키가 갖는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 집합과 해체, 데포르메 공간대비의 극대화 등을 피하고 입체위의 회화가 갖는 다소 덜 익숙하고 미묘한 뉘앙스의 이미지를 추상적 조형으로 극복하려는 그는 일찍부터 드로윙을 부지런히 해오고 있다. 한편 묘사하는 드로윙의 한계를 뛰어넘어 이미지를 분석, 전개, 종합화하는 유기적인 조형감각, 순발력있는 속필보다는 절제 있는 평면적이고 이지적인 공간 구성능력 등 한차원 다른 드로윙의 세계를 섭렵하는 것 색면의 구성력을 쌓아가는 것이 그의 과제일 것이다. 3회전시 흙과 불 그리고 임정숙 그의 가슴과 손이 만들어 내는 도판 드로윙은 그의 조형적 사고의 확장에 일조 하고 있으며 또 다른 시각 경험의 밑거름이 될 것으로 사료된다. 또한 그의 부지런함이 한참 계속 된 후 그의 조형적 세계가 어떤 형태로 전개되고 업그레이드 될 것인가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