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몬테가 본 분청, 그 자유로움에 대하여
글/장계현 통인화랑 수석큐레이터
미국 도예가 다렌 다몬테(1960년 생)의 도예전이 통인화랑에서 열렸다. 다렌 다몬테는 1996년 이후 14차례에 걸쳐 우리나라를 방문하면서 개인전과 그룹전 그리고 엑스포에서의 워크숍을 통해 우리에겐 친숙한 작가이다. 일본 도꼬나메 자신의 공방에서 장작 가마 소성을 하고 있는 작가는 다기들을 중심으로 한 덤벙분청작업을 주로 선보였다. 다렌 다몬테 분청의 특징은 화장토 시유 전에 날카로운 못이나 꼬챙이로 작은 생채기와도 같은 빗살을 만들어 낸 후에 화장토로 덤벙분장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화장토의 농담을 조절하여 태토의 철분 성분을 드러내는 작업도 가미하고 있다.
작가는 19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방우라 시로에게 분청자기를 사사받았다. 방우라 시로는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키타오오지 로산진(北大路魯山人)의 2대 제자로서 도자기와 요리와 꽃꽂이 등을 접목시켜서 유명한 도예가이기도하다.
작가는 흙의 선별을 위해 흙이 쌓여진 곳으로 가서 직접 삽으로 흙을 파서 사온다고 한다.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는 간혹 지방을 다니면서 흙을 직접 채취, 분쇄한 후 수비해 작업을 하는데, 몇 년 전에는 경남 합천의 가야산의 산꼭대기에서 고령토 산지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곳으로 가 흙을 채취하면서 옛날 도공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눈물까지 흘렸다고 한다. 작가는 물레 작업으로 성형한 후 가마에 들어가기 전에 자신이 만든 형태를 심사숙고하면서 성형작업을 끝낸 작업을 선별한 후 가마에 재임을 하게 된다고 한다. 장작 소성은 많은 노고가 따르는 일이기에 함부로 연료와 시간을 소비하지 않으려는 모습에서 진중한 작가의 모습을 살필 수 있었다.
이번 전시 작품에 나타난 특징은 찻주전자의 형태에 있어서 익살스러움이다. 작가는 심각함을 삼간다. 즐거운 마음으로 작업하고 자신이 만든 그릇과 요리를 주변 사람들과 더불어 나누기를 바란다. 다관 뚜껑에 나타난 형태를 살펴보면 고추, 마늘, 깐마늘, 말린 대추를 비롯해 장구, 오리, 물고기 심지어 고사 때에 올려지는 돼지머리에 이르기까지 작가가 우리나라를 오가면서 느꼈던 체험들을 하나의 작업으로 코드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즉 찻주전자의 뚜껑을 통해서도 자신이 한국에서 느꼈던 문화 체험들과 기억들을 내재화시켜 나타내고 있다.
다몬테의 작업은 일본에서 시작했던 도자기가 우리나라의 분청을 접하면서 새롭게 달라졌으며, 더욱이 한국의 도예가들과 교류를 하면서 느꼈던 감성들이 작가의 천성적으로 긍정적이며 낙천적인 성격에 호응하여 작업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찻그릇에 대한 그 흔한 까다로운 규범들을 내려놓고 자신의 다관과 잔들을 선보이고 있다. 분청 작업을 하는 그는 우리나라 분청에서 자유로움을 맛보았다고 한다. 작가는 미국의 자유로움, 일본의 섬세함, 한국의 대담함을 작품에 넣는 국제적인 아티스트를 목표로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 앞으로도 작가의 작업에서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즐거움이 담겨진 이야기를 더 듣기를 바란다.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