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김란영 나니쇼 대표
‘인기있는 제품으로서의 작품’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자
자신의 사유를 갤러리의 관객과 깊이 있게 나누는 것이나, 불특정 다수의 대중과 제품으로 만나는 제작자나 일단 무엇을 만들겠다고 결심을 굳혔다면 마케팅을 생각해야만 한다. 대기업이든 소점포든 결국 그 목표는 얼마나 잘 만들 것인가, 또 얼마나 잘 팔 것인가이다.
마케팅은 단순히 책 속에 있거나 신문에 오르내리는 대기업의 사례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얼마를 받아야 할까? 어떻게 알릴까? 단골고객을 확보해야 할텐데…’하는 생각들이 마케팅 활동이며, 속된 말로 장사꾼의 기본이다.
그렇다고 마케팅이 작가의 작업을 싸구려 공산품으로 전락시키는 타락의 금서라고 폄하해서는 안 된다. 진지하고 내실 있는 마케팅 전략을 준비하지 않고 무작정 언젠가는 인정받을 것이라고 자족하며 시간을 보낸다면 정말로 싸구려 공산품만큼도 대중의 사랑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마케팅은 대량으로 제품화된 작품을 제대로 대중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모든 활동이다. ‘사고 싶게 잘 만들어서 적당한 가격에 제대로 판다’는 단순한 말이 정작 실현시키기는 너무나 힘든 일이 아닌가. 그렇다면 정말 성실하게 대중과 만날 준비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
솔직히 필자 또한 마케팅에 관해서 아직 걸음마도 채 떼지 못했다. 이론서에 있는 원칙 같은 이야기들은 필자 또한 제대로 해설할 자신이 없기에, 2002년 2월, 필자가 <나니쇼>라는 브랜드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도자기 장신구를 주력 상품으로 내놓은 2년 동안의 경험을 회고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 한다.
기능성 도예작품 - 상품가치를 인정받기 위하여
필자는 공예란 생활 속의 리얼리티를 표현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기능성 도예작품이란 개념은 이미 작품과 상품의 경계가 없는 이 시대에 공예가 가지는 또 하나의 화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나니쇼>가 전시와 상품을 만드는 두 가지 일을 같이 기획하며, 또한 over와 under를 넘나드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은 그런 생각에 기초한다.
도예작품을 판매하는 행위로서의 마케팅은 참으로 미묘한 본질을 가지고 있다. 작가가 주제를 표현하려는 욕구와 소비자가 자신의 기호에 맞는 디자인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언제나 상충되기 때문이다. 마케팅에 있어 작가와 소비자의 욕구가 서로 일치되는 지점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그것이 기능성 도예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의 숙제라고 할 수 있다.
사고 싶게 만드는 것. 다시 말해 도예작품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지 분명히 결정해야 한다. 제시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중들이 접근하기 편하게 잘 해설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하며, 대중의 유행에 끌려갈지 아니면 트랜드를 이끌 것인지, 제시하는 주제나 도안을 선명히 부각할 것인지 은유적으로 내포할 것인지, 어떤 이미지로 대중에게 부각시킬 것인지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기초적으로 정립되어 있어야 한다.
인맥을 총동원하면 시장이 보인다
상품을 기획할 때는 먼저 상품의 컨셉을 무엇으로 잡을 것인가와 마케팅 포인트를 어디에 둘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정확한 표적계층을 선정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다음 할 일은 표적계층의 소비 성향을 분석하는 일이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서 시장 조사나 트랜드 분석 등을 담당할 전문 팀을 운영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나니쇼>의 경우 주위의 인맥을 총 동원해 생생한 트렌드 읽기에 집중한다. 인맥이란 마케팅에 관련하여 조언해 줄 수 있는 친구, 선후배, 거래처사장, 매장을 찾아오는 손님 등 만나는 모든 사람을 포함한다. 매장은 그들이 편하게 말하고 조언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제공하면 된다.
그들과 함께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교환하고, 중요한 것들을 골라 기록하고, 타당성도 분석하고 나면 정체성과 고유성이 명확한 ‘상품’을 제작하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간판’부터 잘 걸어야 한다. 상표를 제시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상표와 확연히 구별되는 ‘독특함(distinction)’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창적인 상표를 제시하지 못하면 소비자의 기억에 각인되는 데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며,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잊혀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장에서 ‘○○상표는 깔끔하다” “쪱쪱는 고급스럽다” 같은 추상적인 단어로 기억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자기정체성을 명확히 가진 상표를 제시했다면 다음에는 주력상품을 선정해야 한다. 성공한 소점포 식당들의 간판메뉴가 그러하듯 주력상품의 성공은 브랜드 전체에 활력과 인기를 북돋워준다. 대량생산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조건이 어렵고 까다로운 도예작품시장의 조건상 주력상품을 발굴하고 중점적으로 부각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나니쇼>는 ‘어린왕자 별’을 모티브로 한 장신구 상품을 주력으로 내세우고 있는데, 브랜드에 대한 집중도 높일 수 있었고, 관련제품들을 패키지로 구입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입소문에 의한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주력제품은 주 가격대에 맞추어야 한다. 언제나 가장 민감한 문제는 ‘가격’이다. 도예시장은 가격-수요의 탄력관계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제살 깎아먹기라는 자가당착에 빠지기 쉽다. 원가절감을 위한 고민도 중요하지만, 원가 절감을 통한 소비자가격의 할인에만 집착하면 브랜드의 가치를 재고할 시기를 놓치고 저가의 상품으로 굳어져 버릴 수도 있다. 사후비용을 원가에 포함시켜 긴 호흡으로 브랜드의 미래도 고민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불량률, 재고율이나 서비스비용 등 사후비용에 대한 고려가 원가산정에서 간과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감성을 팔고, 마음을 나누는 마케팅
약점이 없는 사람, 약점이 없는 회사는 없다. 그 약점을 인정하고 장점으로 변화시키는 순발력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나니쇼>가 매장을 내고, 인터넷 거래처도 안정적으로 확보하면서 단골고객도 생기기 시작했다. 작가들의 대부분이 그렇듯이 돈보다는 열정과 사람에 끌리기 마련이기에 명확한 손익계산을 등한시하는 오류도 범하기 쉬웠다. 하지만 그 한계를 차라리 <나니쇼>의 장점으로 만들자는 발상의 전환을 모색했다. 개별 매출에 신경 쓰기보다 고객과의 관계를 더 높은 수준의 인간관계로 끌어올리는 것에 주안점을 두자는 것이었다. 한 번 찾아온 고객을 친구처럼 식구처럼 대하면, 새로운 고객을 직접 데려오는 조력자로 변하는 것을 몸소 체험하면서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었다. 고객과의 관계를 가족처럼 끌어올리는 것은 사심을 버리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손익관계를 따지지 않고 처음 온 손님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담소를 나누기도 했으며, 그 효과는 매출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인터넷 쇼핑몰에 있는 제품에 대한 평가도 직접 게시해 주고, 직원들의 실수나 부족한 부분은 스스로 나서서 도와주고 챙겨주는 ‘직원 같은 고객층’이 늘어나는 것은 작업이나 영업에 있어서도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었다.
애정어린 고객들의 조언에서 사후관리(After Service)보다 사전관리(Before Service)가 중요하다는 점도 깨닫게 되었다. 훼손되기 쉬운 부품이나 장신구의 조각들은 스페어를 함께 배송하거나, 주의사항과 교환, 수리 방법을 먼저 첨부함으로서 구매 이전부터 고객과의 관계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이렇게 한 단계 높은 관계로 발전한 단골고객들이 보내주는 성원과 신뢰는 많은 실수에도 불구하고 <나니쇼>가 트랜드를 주도하는 도자기 장신구 제작사로서의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해주었다.
대중과 호흡하는 작업은 행복하다
지난 2년 동안 적지 않은 고객들이 나니쇼의 제품을 사랑해 주었고, 대중의 관심에 힘입어 발전하는 나니쇼 제품의 디자인을 돌아보면서 ‘대중과 호흡하는 작업’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많이 가지게 되었다. “나니쇼의 제품은 예쁘니까 가지고 싶다”, “친절한 나니쇼에서 하나라도 더 사고 싶다”는 소비자들의 평가에 짐짓 자부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내 작업의 결과물을 놓고 불특정다수의 대중에게 인정받기 위해 승부하는 것, 그 만만치 않은 승부에는 치밀하면 치밀할수록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
필자약력
경기대학교 미술대학 공예디자인과 졸업
개인 및 그룹전 다수
세계도자기엑스포 대한민국도자전 특별상
여주도자기 박물관, kent univ. 오하이오주립대학 미술대학 작품 소장
현, 도자기장신구 나니쇼, www.nanishow.com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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