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최석진 _ 도예가
2004. 3.17-20
미국 인디아나폴리스 일대서 개최
도예가, 학생, 도예교육자, 그리고 도예관련 제조업자와 소매업자 등 한 장소에서 도예에 관련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은 흥미진진한 일이다. 미국 도자교육평의회, NCECA(The National Council on Education for the Ceramic Arts) 행사가 인디아나폴리스에서 3월 17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개최되었다. ‘연구 그리고 영감 : 예술과 과학의 연금술’(INvestigations, INspiration: The Alchemy of Art and Science)이라는 주제로 컨벤션 센터와 메리어트 호텔에서 있었던 이번 38회 NCECA는 미국 전역 그리고 외국에서 온 약 3,700여명의 참가자들이 도자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담고 있었다. 작품전시와 강의, 성형시범 등의 프로그램이 동시에 진행돼 많은 것을 느끼기에 마음이 바빴지만 다양한 작업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행사오픈 전날 - 등록, 버스투어
전시장 투어를 위해 하루 전인 16일에 도착해 행사장에 등록했다. 대부분 미리 우편이나 웹사이트로 신청을 한사람들이어서 자신의 명찰을 찾는 일로 등록을 마친다. 지역의 폭설로 인해 비행기가 되돌아가서 도착이 늦어진 사람도 있었고, 운전해서 오는 사람들은 두 세배의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들을 들으며 전시장 관람에 올랐다. 16일과 20일 두 차례에 있었던 버스투어는 다양하고 많은 작품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보통 한곳에서 두 세 개의 전시가 준비되었는데 충분히 감상할 시간이 부족했다. 작가의 훌륭한 작품에서 감동을 받기도 하고 학생들의 작품에서 신선함을 느끼면서 점심도 잊은 채 하루 종일 흙의 예술을 만났다. 눈발이 날리는 쌀쌀한 날씨였지만 방문하는 전시장마다 도자 예술을 애호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가득 했다.
다양한 전시 작품 중에서 인디아나폴리스 대학에서의 ‘2004년 지역 학생 심사전’(NCECA Regional Student Juried Exhibition) 과 ‘테이블 위의 즐거움’(Pleasures of the Table), 올드 RIS 웨어하우스빌딩에서의 12개 대학 도예프로그램 연합전 등이 인상적이었다. 미들랜드 아츠(Midland Arts)에서 ‘기계적 도자’(Clay Mechanics) 라는 주제의 전시에서는 슬립과 유약 등 표면 장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19일 마브리스 빌딩에서는 ‘2003년 아취브레이 화운데이션(Archie Bray Foundation) 거주 작가전’과 ‘인디아나대학 불루밍턴 동문전’의 오프닝 행사가 있었다. 경괘한 음악이 연주되는 가운데 수준 높은 전시를 보면서 작가들과 참가한 사람들과 공통의 흥미로 대화 할 수 있었던 일이 즐거움으로 남는다. 행사장 주변에 위치한 전시장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성황 속에 아취브레이 화운데이션의 명성을 실감하였다. 기능적 도자와, 조각작품, 설치, 믹스미디어 등 전시장마다 특성이 있는 다양한 도자 예술을 볼 수 있었다.
강 연
NCECA 오프닝 행사는 17일 저녁 메리어트 호텔 볼룸에서 있었다. 2004년 회장단의 연설과 함께 샌디에고 대학 생물학과 교수인 래마찬드란 교수의 ‘솜씨를 발휘하는 두뇌’라는 주제로 강연이 이어졌다. 다음날인 18일부터 이틀동안 ‘중국현대도예의 비젼’ 과 ‘도자예술을 위한 비평전략’ ‘도예스튜디오에서의 과학’ ‘오일 스팟 유약’ 등을 비롯한 32개의 강의가 준비되었다. 강의의 주제로 심미적 비평적 논의, 기술 그리고 작업의식, 역사와 교육 등 3개 분야로 분류되어 30분, 혹은 60분으로 진행되었다. 존 헤셀버스(John Hesselberth)의 ‘전기가마로부터의 탁월한 성과’라는 주제의 강의가 참가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었다. 강의와는 조금 다른 패널 토론 시간도 있었는데 ‘디지털/물리적 원리의 영향’, ‘산업적 풍자’등의 주제 하에 3명이나 4명의 강사가 자신의 작업세계나 견해를 피력하고 강의에 참가한 사람들의 질문에 각자의 의견을 이야기하며 강연을 이끌었다.
워크숍
올해의 성형시범 작가로는 샘 청(Sam Chung), 이바 쾅(Eva Kwong), 제프 이어윈(Jeff Irwin), 아델레이드 폴(Adelaide Paul), 리사 올(Lisa Orr), 댄 앤더슨(Dan Anderson) 등이 선정되었다. 두 개조로 나누어 하루 3시간씩 이틀에 걸쳐 작업하는 과정을 보여주었는데 3명의 작가가 작품을 만드는 동안 작가 뒤편의 큰 스크린으로 작업과정을 비추어 주어서 뒤에 앉은 사람도 불편 없이 볼 수 있게 하였다. 서로 자연스럽게 돌아가면서 설명을 하고 중간 중간 참석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여유로운 분위기였는데 물레작업, 판성형, 코일 성형, 장식 기법 등 다양하게 배분된 워크숍이었다. 시범작가의 작품 슬라이드를 40분에 걸쳐 보여주는 시간도 있었다.
상설홍보 전시회
ICC 홀에서는 도예기자재와 도예전공대학, 도예스튜디오를 홍보하는 부스가 설치되었다. 도자용 도구, 도예가마, 유약, 점토와 도자서적 판매등 83개의 부스가 마련되어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졌다. 솔드너점토 믹서기 부스에서의 솔드너(Soldner)와 세라믹아트엔 퍼셉션 부스에서는 편집장 자넷 멘스필드가 직접 나와서 판매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또한 클레이 스튜디오(Clay Studio), 컵크릭 화운데이션(Cup Creek Foundation), 앤더슨 랜치 아트센터(Anderson Ranch Arts Studio)등 도예스튜디오와 32곳의 대학에서도 각자의 도예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호주의 호주국립대학(Australian National University), 캐나다의 밴프 스튜디오(Banff Center for the Art), 헝가리의 국제 도자 스튜디오(International Ceramics Studio)를 비롯 대만의 Taipei County Yingge Ceramics Museum, 중국의 China Jingdezhen 부스도 참여했다. 한국의 경기도 세계도자비엔날레 부스에서도 행사 참가자들에게 비엔날레 개최와 주요행사의 내용을 알리고 홍보물을 배포했다.
영상물상영
NCECA 비디오 상영은 짧은 시간동안이지만 유익한 내용으로 필자에겐 관심 있는 부분 중 하나였다. ‘완벽한 도시가마의 설치’, ‘2002년 중국 후션(Foshan)국제 장작가마 워크샵’등 11개의 비디오상영이 있었는데 ‘자연적 선택’이라는 주제로 젖은 신문지로 만든 3개의 실험 가마소성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한국작가로는 서동희 교수의 작품세계 영상물이 상영되었다. 연례 행사인 사이런트 옥션(Silent Auction)에서는 도자기 위원회 작가들이 협회를 지원하기 위해서 기증되는 작품으로 22명의 작가작품이 전시 판매되었다.
행사 마지막날 - 슬라이드 상영
20일 행사의 마지막날 올해의 유망한 작가슬라이드 상영이 있었다. 전년도 10월경 원서를 낸 작가들 중 6명이 선정되었는데 약 20분간 작가의 작업 배경, 작품세계, 작업관 등에 대한 슬라이드 발표를 하였다. 2004년 작가들 중 예년에 비해 실용 도자 작업이 많이 눈에 띄었다. 올해에도 행사장에는 젊은 작가들이 더욱 증가한 모습이다. 예년에 비해 더욱 조직적인 진행이라는 평도 있었는데 성형시범과 일부 강의가 있었던 컨벤션 센터와 슬라이드, 비디오 상영 그리고 강의가 있었던 메리어트 홀과는 장소가 떨어져 있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데 불편함도 있었다.
흙이라는 공통의 주제를 가진 사람들과의 만남과 교류의 장인 NCECA는 참가하기 전 미리 준비하는 것이 유익하다. 자신의 엽서를 만들어 홍보테이블에 배치하는 하거나 슬라이드를 준비해서 상영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실용 도자, 도예조소, 환경도예, 설치를 비롯한 장작가마소성, 전기가마, 라쿠 등 다양한 도자예술의 아름다움을 대하며 흙이 지닌 무한한 가능성과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2005년에 열리는 제40회 NCECA행사는 ‘중심부 : 공동체, 흙과 문화(Centering : Community, Clay and Culture)’ 라는 주제로 볼티모어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필자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졸업,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5회 (한국, 미국)
버지니아 박물관, 컵크릭 화운데이션 거주작가
버지니아커먼웰스대학 Visiting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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