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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송영화
  • 편집부
  • 등록 2004-05-17 00:0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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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작업실은 삶의 에너지가 소진되면 충전되는 관념적 샘이며 초월적 공간 저잣거리 사람들의 표정은 다양하다. 그 표정은 삶의 풍경이다. 얼마 전 백여개의 도자 두상에 삶의 풍경을 담은 설치전시를 선보여 관심을 모은 작가가 있다. 도예가 송영화(36)이다. 작가의 작업실에 들어서자 공간에 두상도자작품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마치 토련기에서 일정하게 뽑아낸 듯 한 크기의 흙덩어리들이 기쁨 슬픔 아픔 행복 등 각기 다른 표정을 머금고 있다. 흙의 물성을 이용한 표현으로 뚜렷하지 않은 이목구비와 세밀하지 않은 머릿결이 인위적이지 않아 더 자연스럽다. 이 두상들은 작가가 작업실이 있는 경기도 이천과 서울을 오가는 길에서, 혹은 작업실이라는 공간을 벗어날 때 마다 삶의 공간에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냉정하게 관찰하며 최근 개인전을 위해 2년간 만들어낸 작품이다. 흙·불·자연은 자신의 태생적 심성 코드 송영화씨는 이화여대 도예과와 동 대학원에서 도예를 전공했다. 그는 도예와의 처음 인연에 대해 “지금에 와서 돌이켜 보면 나의 심성과의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예술, 특히 미술 장르 가운데 도예가 갖는 가장 큰 특징인 흙과 불이라는 자연의 굴레에서 표현되는 자연스러움과 부드러움 유동성 등이다. 그것은 제 내면에 태생적으로 존재해 있는 심성과 코드가 잘 맞았던 것 같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학 졸업 무렵 나무 특히 소나무의 조형적 흙 표현에 관심을 가졌고 이후 나무를 조형화한 일련의 작업들은 자연스럽게 자연 본질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다. 첫 개인전, 무형존재의 삶을 시각적으로 표현 타자와의 소통 시도 자연과 인간을 포함한 관점으로 진행된 그의 작업의 결과물은 2000년 서울 관훈동 성보갤러리에서 가진 첫 개인전을 통해 선보였다. 모나지 않은 둥근 느낌의 작품 50여점은 전시의 주제 ‘담을 수 있다는 것, 담겨지는 것’을 묵묵히 표현하고 있었다. 조합토를 코일링으로 쌓아 대형 합과 같은 형태로 만들고 다양한 도구와 매트유약으로 질감을 표현했으며 작품에는 원과 직사각형의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것이 독특했다. 그 구멍은 내부와 외부를 연결하는 작은 통로로 공간과의 교감을 시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한 뚜껑을 열어 분리한 형태는 내부 공개의사의 표현이자 분리된 상황에서 ‘담을 수 있다는 것’의 변화를 예측케 한다. 조형적 형태나 색의 탐구가 아닌 무형으로 존재하는 작가 자신의 삶에 관한 정신적 자세와 이상을 시각적 테두리로 작품화하고 그것을 통해 타자와의 언어소통을 시도한 전시였다. <사진1, 2> 2001년 가진 2회 개인전은 오픈 스튜디오 형식이었다. 전시 주제는 ‘집’이었다. 6년간 사용해온 경기도 일산외곽 시골농가의 작업실에서 공간을 활용해 가진 전시였다. 이 전시에는 1회 개인전에 선보인 조형물을 소품화한 생활도자와 인테리어용 작품을 선보였다. 2회 전시를 마치고 작가는 경기도 이천으로 작업장을 옮겼다. 이천시 지석리의 산 끝자락에 작업실을 마련한지 올해로 3년이다. 3회 개인전, 관조적 시선으로 빚은 인간 두상에 삶의 풍경 담아 설치 작가는 이천의 산중 작업실로 옮긴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고속도로 휴게소의 버스에서 내리는 다양한 표정의 사람들을 보고 작품의 모티브를 찾게 됐다. 하나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지닌 다양한 표정이라는 모티브는 그에게 삶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갖게 했다. 즉, 표정들은 각기 다른 지시대상으로서 존재하지만 삶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표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작가가 갖게된 이 같은 확대해석 능력은 인간 두상을 만들게 했다. 지난 2년간 옹기토와 분쇄토(철분이 맣은 산청토)로 매일 대 여섯 개씩 총 400여개를 빚어냈고 이천 비엔날레 행사장의 장작가마를 빌려 번조했다. 그의 두상 작품은 판으로 기본 성형한 후 손을 안쪽으로 넣어 밖으로 밀어서 얼굴을 표현했기 때문에 작업당시 기분이나 날씨에 따라 느낌이 다르다. 그것은 흙으로 표현되는 삶의 풍경이다. 지난 3월, 3회전 개인전이 열린 서울 관훈동의 인사갤러리 바닥과 벽면에 200여개의 두상이 설치됐다. 200개의 작품은 작가의 사주관상에 의해 선별된 것들이다.<사진3> 미술평론가 정형탁씨는 “이 초월적 두상은 관객과의 상호 작용을 이끌어 낸다. 이 초월성에 대한 공유된 감각과 장치는 관객으로 하여금 삶에 대한 관조적 시선을 유도하게 되는 것이다. 자칫 소극적인 미적 체험일 수도 있지만 이성의 반성적 의식 속에서 획득되는 원근법적인 체험이기도 하다. 그의 두상은 초월이며, 현실 속으로 다시 복귀하는, 이상향을 그리되 늘 현실 삶의 체험들과 궤를 같이하는 재귀적 이행으로 관람객들에게 읽힌다.”고 평했다. 작가생활 고충 조각가 남편과의 담소로 해소 송영화의 작업실과 면한 또 다른 공간에는 그의 남편인 조각가 정광식(40)씨가 작업하고 있다. 유학파 조각가인 정씨는 주로 돌을 재료로 한 조형물을 제작한다. 미술학원의 선생과 제자라는 인연으로 만나 결혼 10년 차인 작가 부부는 비슷한 직업을 지닌 것에 대한 장단점을 얘기한다. “우선 단점은 경제적인 부분이죠. 가끔씩 남편에게 의뢰되는 대형조각조형물이 가장 큰 수입이니 넉넉한 편은 아니죠. 하지만 부부작가이기 때문에 서로 깊이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조언하며 작업에 대한 다양한 담론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이면 함께 인사동에 나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기도 한다. 조각가 정광식씨의 눈으로 보는 송영화의 작업은 “흙을 통한 조형적 형태나 색의 탐구라기보다는 공간의 에너지가 형태를 자연스레 이루어가는 방식”이다. 송영화는 스스로 작업하는 것에 있어 방법적인 것은 중요하게 생각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을 흙으로 표현하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원하는 이미지와 느낌이 표현되지 않으면 다시 제작할 뿐”이라고 한다. 작가로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힘겨운 일이다. 작가 자신의 문제로부터 예술이란 범주로 한 발자국만 나아가 생각하면 그 발걸음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그의 작업실은 삶의 에너지가 소진되면 언제나 충전되는 인식론적 관념적 샘으로서의 초월적 공간이다”라는 평론가의 말처럼 송영화는 자신의 삶의 세계에서 경험한 것을 공간적으로 격리된 작업실로 끌고 들어와 흙으로 새롭게 탄생시키는 작가다. 김태완 기자 anthos@h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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