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4.21 - 2004.4.27 통인화랑
그릇이야기
글 장 진 _ 경희대학교 도예학과 교수
어제는 하양과 노랑, 오늘은 연분홍과 연초록, 내일은 진분홍과 진초록 매일매일 바뀌어가는 Adagio에서 Allegro로, 우리들을 삭막한 도시생활 속에서 잠시나마 피안의 세계로 이끌어 가는 자연의 경의로운 Symphony, 누가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어느 날부터 인가 갑자기 복잡해진 인사동 거리를 거닐다 보면 거의 같은 톤의 색감과 선들… 편안하다 못해 지루하다 느끼게 됐다.
‘현정민의 그릇이야기’ 전은 아침에 본 바깥 풍경과 연결지어지는 듯 물결위의 나뭇잎, 나비, 바람소리, 풀, 향기가 고운 색으로부터 느껴지는 듯하다. 고화도로 번조하여 기(器)를 페미니즘(feminism)적으로 표현한 것은 다소 신선하다고 하겠다.
어떤 사람이 미켈란젤로에게 물었다.
“차갑고 생명이 없는 대리석을 어떻게 포근하고 감성이 풍부한 인간의 형태로 경이롭게 조각할 수 있습니까?”
미켈란젤로는 자기는 대리석에 조각을 한 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나는 대리석 안에 이미 들어있던 그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이 그대로 들어 나도록 필요 없는 대리석을 쪼아낸 것 뿐입니다.”
현정민의 그릇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다.
흙을 대하면서 항상 흙의 심오한 정신성을 생각하기를 바라며 앞으로의 작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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