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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CONTACT전>을 통해 진단해본 한일현대도예교류의 현재
  • 편집부
  • 등록 2004-09-18 00: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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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진아 _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소 연구원 한일도예교류의 역사와 의미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은 우수한 기술을 가진 조선의 사기장들을 포로로 잡아가 큐슈九州의 아리타有田에서 도자기를 굽게 하였고, 그 결과 일본의 도자기 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여 1651년부터 네덜란드의 동인도회사를 통하여 유럽으로 자기를 수출하게 되었다. 비록 일본의 일방적인 침탈에 의한 교류였지만 임진왜란을 ‘도자기전쟁’이라고 할 만큼 일본과 한국과의 도자기교류는 그 역사가 길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한일도예교류의 중요한 테마가 되고 있다. 1999년과 2000년 한국, 일본에서 각각 개최된 <큐슈 400년, 그 후 한국전>은 임진왜란 후 조선도공들이 전파한 도예기술과 미의식의 자취를 재조명하고 양국 도예가들의 교류 촉진을 목적으로 열린 대표적인 전시이다. 또한 일본은 미국이나 캐나다, 유럽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지리상 가까운 곳에 위치한다는 이유 때문에 지금까지도 우리와 가장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한국의 현대도예 작품들이 일본과 본격적으로 교류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것은 1979년 <제7회 주니치 국제도예전>에 12명의 작가들이 참가하면서부터이다. 이후 일본에서는 많은 한국작가들이 개인전 및 단체전을 개최하였고, 1989년 곽태영, 박경순, 박종훈 등이 참여한 <한일청년도예작가교류전> 등을 비롯하여 다양한 주제와 목적을 가진 교류전이 현재까지 활발히 열리고 있다. 국가 간의 교류전이 갖는 의미는 그리 간단한 것이 아니다. 직접적으로는 작가들의 정체되고 편협한 시야를 넓힘과 동시에 새로운 자극으로부터 작품의 영감을 얻게 해 주며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기도 한다. 또한 거시적으로 보면 각 나라간의 작품 및 작가들의 왕래는 교류국가 간의 문화와 예술의 전파로서 작가들뿐만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계자들, 더 넓게는 국민들에게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개최된 교류전의 정확한 진단과 제대로 기획된 교류전은 그 나라의 문화·예술 발전의 첩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넥스 시가라키와 CONTACT 1986년 일본의 시가라키 작가 10명을 중심으로 시작된 <아넥스 시가라키전>은 올해로 3회를 맞이하고 있는 의 모태가 되는 전시다. 이 전시는 1993년 원경환을 비롯한 한국 도예가들이 참여하면서 교류전의 형식을 갖추게 되었고 1995년 한국전시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다. 그러나 이 교류전의 멤버였던 오쿠다 히로무와 원경환은 그들의 교류취지를 후배들에게 이어주기로 뜻을 모으고 2001년 ‘세계도자엑스포’를 계기로 다시 만나 구체적인 의논 끝에 새로운 한일작가 교류전인 을 탄생시켰다. 현대도자 중에서도 주로 조형작업을 하는 작가들로 구성된 은 2002년, 2003년 시가滋賀현립도자미술관에서 1, 2회 전시를 개최하고 2004년 8월 서울과 경기도 광주에서 전시회를 가졌다. 이 전시는 <아넥스 시가라키전>의 두 스승의 뜻을 잇는다는 의미 외에도 현재 가장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과 일본의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서 과거와 달라진 한일 간의 문화와 예술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2004 CONTACT전>을 통해 본 한일도예교류전의 진단 <2004 CONTACT전>은 최근 기물器物을 주제로 하는 전시가 성행하는 가운데 한일 양국간의 조형도자를 한자리에서 비교, 감상할 수 있는 흔치않은 기회였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한국의 도예가들이나 관계자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 전시가 주변의 기대와 관심에 부응할 만큼의 파장을 만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좀 더 찬찬히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의 한일도예교류전을 답습하고 있지는 않은지, 문제점이 보인다면 무엇이 문제인지를 살펴 앞으로의 한일도예교류전의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기 때문이다. <2004 CONTACT전> 이전에도 많은 교류전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통해서 외국의 독특한 문화와 다양한 제작기법, 그리고 우리와는 다른 생각들을 볼 수 있었다. 교류전의 큰 특징이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혜택인 것이다.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 역시 뚜렷한 각 나라만의 성품들을 보여주고 있다. 추상적이고 개념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는 일본 작품들과 구상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한국 작품은 현재 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현대도자조형의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들로서 특히 교류전이라는 취지에 걸맞게 자국의 전통적인 요소를 포함한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었다. 하지만 젊고 혈기 왕성한 작가들이 모인 전시치고는 어딘가 아쉬운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그동안의 많은 교류전들이 보여주었던 대체적인 문제들이 이 전시에서도 똑같이 지적되었기 때문이다. 우선 작품의 크기에 있어서 교류전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조형작품에 있어서 크기가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주는 감동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임을 고려할 때, 소규모의 일본 출품작들은 다소 편의주의적인 발상이 다분해 보이는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자조형작품을 중심으로 하는 전시여서 이 문제가 더욱 부각되어 보이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한국 작가들이 일본에서 전시를 할 경우,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렇지만 왜 이러한 상황이 나오게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면 작품을 출품한 작가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이 전시는 총 6개 기관의 후원을 받아 이루어졌다. 경기문화재단과 시가라키현滋賀縣. 시가라키 전통산업회관에서 운영비 일부를 지원 받았고, 한국공예문화진흥원과 영은미술관에서 장소를 제공받았다. 또한 주한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의 후원으로 명실상부한 한일국제교류전의 위상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결국 그들의 주장을 대변하는 작품들을 아낌없이 보여주기에는 조금 부족한 전시로 비춰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외국을 넘나들어야 하는 엄청난 비용의 부담이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전시의 기획단계에 있다. 기획에는 전시의 주제와 참여작가 선정뿐만 아니라 예산수립, 집행 및 홍보까지 포함된다. 이 기획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전시의 성패가 갈린다. 특히 운영예산은 전시 진행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예산에 따라 전시의 규모는 천차만별이 되지만 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작가들이 마련한 술잔세트 판매전략은 자력으로 운영비를 확보할 수 있는 루트를 마련한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측이 중심이 되어 기획되었다. 특히 한국 측 기획자는 일본 측과 달리 1인 2역을 해야하는 작가로서 작품과 전시를 모두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종종 지적되는 부분이지만 전문적인 기획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개최되는 교류전은 그 어느 전시보다도 전문성을 갖추기가 어렵다. 벌써 3회를 맞이하는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조형작업을 한다는 것 외에 서로가 공유할 수 있는 그 어떤 공통점도 찾지 못했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 여기에는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도 한 몫을 한다. 의사소통은 전시의 응집력을 높이는데 매우 중요하지만 기획기간 중에 작가 전체가 모여 토론을 한다거나 양국 대표자들이 종종 만나 의견을 나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래서 원래의 의도와는 다르게 일이 진행되는 경우도 가끔 볼 수 있다. 이 전시 프로그램에는 <한일현대도예교류전의 자유와 책임>이라는 주제의 세미나가 포함되어 있었으나 일본작가들과 몇몇 한국작가들의 작품 프리젠테이션으로 그치고 말았다. 매끄럽지 못한 운영 외에도 세미나 주제에 대한 이해와 충분한 사전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라고 보여진다. 맺음말 역사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고 지리상으로 가까운 곳이라 하더라고 결국 일본은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외국이다. 따라서 양국이 보여주는 문화적 차이는 비단 작가들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그것을 지켜보는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4 CONTACT전>은 그간의 한일도예교류전들이 갖고 있던 문제들을 하나하나 되짚어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짧으면 2년, 길면 약10년 정도의 수명을 갖고 있는 교류전의 특성상 2005년 일본에서 열리는 네번째 에서는 이러한 지적들을 거울삼아 더욱 활발한 의견교환과 함께 거침없는 작품의 교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필자약력 1978 제주 生 2001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도예과 졸업 2003 <利器·異器>, <好·昊·壺>展 기획 2004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 졸업 현, 홍익대학교 도예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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