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환 흑도전 2003. 5. 14 ~5. 27 이화익갤러리
상생과 상극의 다이나미즘
글/후루카와 미카 전 주한 일본대사관 문화담당관
조용한 공간에 여러형태의 검은 오브제들이 다리가 긴 좌대 위에서 호흡하고 있다. 처음의 무기적인 차가운 인상은 곧 온기있는 유기적인 감각과 일체가 된다. 무언가 묘한 느낌의 이 오브제들은 ‘흙’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형태라는 것을 가까이 가면서 확인활 수 있다.
더욱이 ‘나무’와 ‘금속’이 같이 공존하면서 토생금(土生金), 목극토(木剋土)라는 제목의 의미가 완결된다. 만물을 이루는 다섯가지 요소(五行)가 우주의 운행에 따라 생성되어 가는 과정에 관여하는 듯한 모습으로 결합되어 관람자의 눈 앞에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나무는 흙에 뿌리를 두고, 흙은 금속을 만든다’는 것을 동시에 나타내는 것으로 흙이 갖고 있는 힘의 모습 보다 크게 울리는 흙의 음성이다. 그리고 여기에 음양오행 사상인 상생과 상극의 다이나미즘이 흐르고 있는 것을 관람자들은 나중에야 알게 된다.
“흙과 함께 나무나 금속 등 다른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흙의 특성이 강조된다고 생각한다. 다른 소재를 결합하거나 병치하여 흙의 이미지가 대비되고 흙의 물성이 효과적으로 강조되는 것이 아닐까. 흙 혹은 나무, 금속은 그 자체로서 스스로를 모두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서로가 감추고 있는 ‘무엇’을 대비시킴으로서 더욱 드러나게 하려는 시도이다.”─원경환
위와 같이 원경환은 처음부터 음향오행설에 테마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자신이 흙을 만지는 일 그자체가 ‘金·水·木·火·土’의 오행이 포함되어 있는 만물의 요소를 다루고 있다는 것을 알게된 것이다. 이것에 촉발되어 사상적인 면에도 관심을 갖게 되나 오히려 재료와의 관계에 더 집착한다. 철로 제작된 좌대에 놓여진 응축된 조형. 되돌아보면 현대 미술은 모든 좌대를 철거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나 원경환은 그간의 작업으로 이미 이를 돌파한 뒤 ‘조각적’인 조형이 되어서 좌대와 나란히 존재하는 흙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도예’가 놓여진 애매한 상황을 뒤로하고 흙이 갖고 있는 제약을 넘어서려 하면서도 역설적으로 흙의 가능성을 찾아내 흙으로서의 목소리를 울리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연과 인위의 통합적인 연출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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