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주 환상인간전 2003. 5. 13 ~5. 24 서미아트갤러리
표정─유쾌한 상상력의 징표
글/김영민 한전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개인적인 편차는 있겠으나, 박경주의 작품은 늘 사람을 유쾌하게 한다. 여기저기 지나다가 보게되는 -‘빨강색 하트’로 각인되는- 그녀의 작은 컵이나 접시를 볼 때마다 나는 기분이 좋아지곤 한다. 아마도, 의외의 모양이나 색채에 허를 찔린 듯한 즐거움 정도일 것이라고 여겨지는데, 도예라는 ‘말’이 갖는 통상적인 미감에서 한치이상 빗겨서 있는 일종의 도발같은 것에서 기인하는게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그녀의 작품들이 너무 앞서나가서 사람을 곤혹스럽게 하거나 정서적 과잉으로 보여지지는 않는다. 형태와 색채를 일정정도로 제한하는 절충적인 미덕이 그녀의 작품을 즐거울 정도의 것으로 만든다. 도발적이지만 그다지 거슬리지는 않는다고나 할까?
박경주가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것은 단순하고 상징적인 기호로 조성한 인간들이다. 전시장에서 그 ‘인간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곳은 그들의 표정이었다. 세모나 네모 십자가 그리고 예의 하트나 그것의 변형들로 조성된 그녀의 인간들은 비슷한 프로세스와 모양을 갖지만 각각 다른 표정을 하고 있다. 흡사, 그녀가 세모나 네모 같은 기본적인 형태들로 사람의 얼굴들을 만들고 몸체를 구성하는 목적이 ‘표정’들을 만들려고 하는 것처럼 보일 만큼 각각의 인간들이 나름의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개성은 그것이 표정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손거울이 눈물방울을 단 커다란 눈으로 바꾸는 재기발랄함 같이, 물체가 가지고 있는 형태의 유사성에서 연상한 섬세한 상상력들이 단순하고 강한 색채와 형태를 애매모호한 표정으로 만들고 그녀의 작품들을 ‘서정적’이게 한다. 여기서 단순한 형태의 조합들은 표정을 획득하고 풍부해진다.
기본적인 형태들로 조합된 그녀의 인형들은 미술에서 형태와 색채의 구성 그리고 그것을 구성하는 작가의 상상력이 내용을 담지하는 것, 말하자면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다고, 혹은 무엇을 말하고 있다고 외치는 것 이상으로 크게 감동적일 수 있거나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녀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도예가로서 박경주의 매력은 가장 도예적이라는 것이다. 나는 도예의 재료적 장점이 풍부한 색채표현의 가능성이라고 생각한다. 자화(磁化)를 통해서 만들어 내는 색들은 여타의 재료들이 만들어 내는 색보다 복합적이고 깊다. 도예는 매우 풍부한 색을 만들 수 있는 프로세스를 가지고 있다. 그것을 흙으로 만들어졌다고 내보이려 노력하지 않는다는 전제아래, 도예는 견고하고 안정된 색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따라서 가장 도예적인 특장(特長)은 색채표현의 가능성에 있으며, 박경주의 작품들에서 그것을 확인한다. 아마도, ‘그 색’ 그녀의 작품에서 보이는 ‘도발성’의 근거가 되는 듯 싶다. 불행하게도, 도예에 대한 우리의 통상적인 미감은 ‘흙’이며 그래서 재료의 장점들을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는 것 같다.
못내 아쉬웠던 것 하나.
자신의 표징들을 인쇄한 벽지를 전시장에 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이 유기적인 전체로 보여지지는 않았다. 작품들간의 관계설정을 통해서 서사구조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전시장을 나오면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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