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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가 김상만
  • 편집부
  • 등록 2003-07-05 14:38:21
  • 수정 2016-04-16 01: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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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고 하찮은 것의 존엄성에 대해 관심을 갖는 도예가 분청의 소박한 아름다움과 상통하는 작업관 지난 2001세계도자비엔날레 한국전통도예전에 초대돼 전시한 작가들은 대부분 한국 근대도예의 선두에 섰던 원로들을 비롯해 도예계에서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진 중견작가들이었다. 이 전시는 한국전승도자에 뜻을 두는 작가들과 한국 전통도자의 정신을 계승,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는 작가들로 나뉘어 전시됐고 그 중 후자의 부류에는 30대의 젊은 작가 대여섯이 중견작가들과 함께 했다. 도예가 김상만(38)은 그 젊은 작가 중 한사람이다. 전통의 기법을 이용해 ‘한국적인 미감을 살린 현대작품을 만든다’는 것은 ‘아름다움에 대한 개인적 견해’만큼이나 모호하다. 그 분류를 나눌만한 정확한 잣대도 없고 기준도 없으니 말이다. 2003년 5월 전시 물레성형 조각 결합한 분청작품과 소박한 풀꽃 그려진 분청작품 선보여 지난 5월초 인사동 통인화랑에서 열린 2인전에서 김상만씨는 전통의 분청기법에 현대와 어울리는 감각으로 자신의 철학을 담아냈다는 평을 들었다. 특히 이번에 선보인 작품 중에는 조각보처럼 여러개의 흙조각을 붙여 만든 사각화병이 눈길을 끌었다.<사진1> 이는 물레성형시에 생기는 손자국-흙의 무른 정도와 손가락의 가압력, 기물 외벽을 따라 움직이는 손의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을 조형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물레에서 빚은 기물의 조각을 판으로 결합해 제작한 작품이다. ‘담’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들은 손자국을 따라 흰 화장토가 고이기도 하고 잿빛 속살이 드러나 회화적인 맛을 낸다. 이밖에 민들레나 이름 모를 풀포기가 그려진 다기와 식기들을 선보였다. 2001년 일본 다케오지역 국제예술문화교류사업 초청 체류 작가 ‘침묵을 듣는 이여...'설치전 열기도 김상만씨는 지난 2001년에 일본 다케오 지역에서 국제예술문화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한 오픈스튜디오에 참여했다. 작업공간과 재료를 제공받아 작업할 수 있는 초청예술가로 다케오시 문화회관에 체류하며 작업했다. 3개월간 일반에 작업과정을 공개하며, 같은 기간 체류하는 다른 작가들과 함께 친분도 쌓으며 작업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작업한 작품들을 이용한 설치전 ‘침묵을 듣는 이여…’로 마쳤다. 그는 20여평 규모의 전시장 바닥에 트럭 한 대 분량의 흙을 깔고 키가 작은 불상(혹은 사람)을 전시장 둘레에, 석탑 들을 전시장 중심부에 배치하고 잡초를 심었다. 불상과 석탑들은 잘 다듬어지지 않은 듯한 모습으로 그가 관심을 가져온 운주사 석불이나 벅수와 닮았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 사람과 자연과의 관계를 순환이라는 동양적인 사고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눈에 띠거나 소리를 내지 않지만 그런 것들에 귀기울일 수 있는 여유로운 관심을 상기시키고 싶었습니다.” 설치한 작품들은 대부분 무릎 높이 이하의 것들로 관람자들이 관심을 갖고 허리를 숙이거나 쪼그리고 앉아야 자세히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호주 시드니예술대학 도예과 졸업 국민대 도예과 대학원 석사학위 논문 ‘간과되어진 미물에 대한 조형적 고찰’ 그는 국민대 도예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다니던 도중에 호주 시드니대학교 예술대학 도예과에 입학해 졸업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학원을 마쳤다. 시드니예술대학에 다니는 동안 한국에서와는 다른 방향으로 작품에 접근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한국에 있는 동안 전통 도자와 한국의 미감에 대한 관심이 많았습니다. 시드니 예술대학에서 공부하는 동안 작업의 기법이나 기교보다는 철학을 갖고 작업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들은 그릇이면서 그릇에 머무르려 하지 않는다. 조형작업이 직접적인 언어의 표현이라면 그릇에 의미를 담는 것은 은유적이며 시적인 표현이다. 그는 유학을 마치고 다시 국민대 대학원에 복학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석사 학위 논문은 ‘간과(看過)되어진 미물(微物)에 대한 조형적 고찰’이다. 여기에는 그가 추구하는 작업의 철학적 모토가 잘 드러나 있다. 그는 한국 옛도자기에 그려진 풀과 벌레, 못생긴 돌맹이, 정교하지 않지만 기원이 담긴 운주사 석불들,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는 벅수 등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또한 그러한 관심은 빛이 없는 곳에서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한다. “관계는 사람과 사람의 ‘사이’를 의미합니다. 건물과 건물을 경계짓는 담처럼 사람간의 사이에도 담이 있습니다. 그 담이 사납지 않은 아름다운 담이 되어야 관계도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추상적인 이런 말들이 그의 작품에서 작게는 풀꽃문양으로 드러나기도 하고 인간형상의 군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물레성형기물 자르고 펼쳐 재조합 옛 기법에 현대 문명을 조화시켜낸 가능성 평가 김상만씨는 물레 성형한 원통형 기물을 펼치고 자르는 해체 과정을 거쳐 다시 조합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기물은 회화적인 화면으로 재구성돼 원통형태나 각면체의 새로운 기물이 된다. 이런 작업과정은 작가 자신이 조형작업에서 말하고자 했던 ‘관계’를 기(器)라는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 흙이 되고 흙에서 풀이 나고 사람이 다시 식물을 먹는 순환의 과정과 상통한다. 그의 작품을 두고 국민대 도예과 노경조 교수는 “마치 400여년전 우리 옛 사기장이 21세기 현대의 모습으로 재현된 듯하다. 과거의 박제된 조형이 아닌, 옛 기법과 오늘의 문명을 조화시켜낸 가능성 있는 새로운 한국도자작품”이라고 평했다. 5월답지 않은 뜨거운 기운의 바깥날씨와 달리 서늘함이 감도는 작업장에서 작가는 적당히 마른 머그의 면을 다듬고 있었다. 그가 쥐고 있는 무쇠칼은 분명 볼록해야 할 배 부분이 홀쭉하게 달아있다. 둥근 원통형 컵의 표면을 적당한 두께로 깍아 면을 만들어내는 손놀림이 정확하다. 작가의 작업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이야기하는 동안 참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구나 싶었다. 그 깊은 사색은 현대를 살아가는 한사람으로서 크고 복잡한 것들에 가려져 있는 작은 것들의 아름다움과 분청이 갖고 있는 소박함 사이에 공통된 지향점을 찾아낸다. 작가에게는 사질의 붉은 흙으로 성형하고 흰화장토를 분장하고 긁고 시문하고 초벌하고 산화철로 그림을 그리고 재유로 시유해 본불을 떼는 것만이 분청제작의 과정이 아니다. 작가는 흙으로 사람의 형상을 빚고 탑을 쌓는 작업이나 그릇을 만드는 작업 중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릇이든 그릇이 아니든 그가 작품에 담아내려는 메시지는 같다. 옛 그릇이 당대의 미감과 철학을 담고 있듯이 작가는 소박한 아름다움에 대한 사색으로 전통의 미감을 가진 현대 도자기를 만들어 가고 있다. 서희영기자 rikkii77@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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