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로고

Top
기사 메일전송
작가를 닮은 흙, 흙을 닮은 작가
  • 편집부
  • 등록 2003-07-05 16:53:16
  • 수정 2016-04-15 23:08:16
기사수정
제12회 이규선 개인전(홍익대학교 미술학 박사학위청구전) 2003. 4. 18 ~4. 24 서울 잠실롯데월드 화랑 글/전성수 부천대학 교수 한국 멋, 또는 한국미가 자연스러움과 소박함, 소탈함, 천진스러움 등으로 표현된다면, 이 말들은 이규선이라는 작가에게나, 그가 만드는 작품에게나 아주 잘 어울린다. 사람이 흙을 닮아갔는지, 흙이 사람을 닮아갔는지, 작가가 작품을 닮아갔는지 이규선과 흙과 그의 작품은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이규선의 작품에는 한국미와 한국 멋이 살아 있는 것이다. 그런 멋과 아름다움은 작가가 가지고 있는 인간성이 흙이라는 매체를 만나 형상화되는 것이다. 그 속에는 한국 역사 속에 꿈틀거리는 도예역사가 들어 있다. 광복 이후 우리 도예의 가장 치열한 화두 중 하나는 전통의 현대화였다. 현재 한국 도예가들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찬란한 한국도예의 정신을 이어받으면서도 현대적인 도예 작품을 창작해내는 일이다. 한국 멋의 조형적 형상화. 이 말이 이규선의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이규선은 한국도예의 얼과 정신을 살리면서도 현대적인 작업을 하는 대표적인 작가 중 하나이다. 그는 그것의 방법적 측면을 옹기와 상감에서 찾는다. 옹기는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을 간직한 채 현대적 형태와 질감으로 조형화 된다. 그 형태는 하늘 어딘가를 향해 외치고 있는 사람들(군상)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문양은 상감기법이다. 한국 도예만의 독특한 전통이라 할 수 있는 상감을 의도적인 문양이 아닌, 어렸을 때 무심코 낙서하면서 잠재되었던 자유롭고 세상을 초월한 도인의 선처럼 꿈틀거린다. 모두 같은 흙인데도 다른 색을 내는 것은 다른 발색재료를 넣거나 유약 재료를 넣은 것이 아니라 불을 때는 방법을 달리하여 다양한 색을 만들고 있다. 그것은 태토인 옹기토의 발색과 어울려 아주 자연스러운 흙 맛을 내고 있다. 빗살무늬토기의 아주 자연스러운 무늬들처럼, 그 동안의 작품에서 주로 직선으로 나타나고, 여러 문양으로 나타났던 것들이 추상적인 곡선 형태로 변화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전체 주제는 ‘천년의 메아리’이다. 수 천년 동안 이어온 한국도예의 메아리를 지금, 현 시점에서 현대에 맞게 작품화시키고 있다. 메아리는 직접적으로 오는 것이 아니다. 울리고, 울리고, 또 울려서 우리에게 다가온다. 수 천년의 도예 역사가 작품 속에서 메아리 되어 외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작가의 작품 특성들은 작가 개인의 내면에서 온다. 작가가 흙과 함께, 불과 함께 치열하게 살아가는 그 모습 전체가 작품에 녹아나고, 모든 삶의 경험들이 투영된다. 이규선의 이번 개인전은 그야 말로 박사학위청구전이다. 서울의 국립대학의 교수로서 남들이 보기에 전혀 의미 없어 보이는 박사과정 진학을 그는 지명(知命)을 넘어 이순(耳順)을 바라보면서 시도했다. 대학 후배들에게 강의를 듣고, 그 바쁜 와중에 박사과정에 간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그것은 아마도 한국도예에 대한 진지한 탐구의 연장일 터이다. 성경에는 여러 차례 토기장이, 즉 도예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도예가를 하나님에, 인간을 흙에 비유하여 여러 차례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흙을 만지는 것은 어쩌면 흙으로 인간을 창조한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하고, 흙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에 대해 본질적으로 생각하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교육자이자 도예가인 작가에게 흙을 만지면서 모든 것을 초월하여 하늘에서 땅을 보고, 산 위에서 인간을 보고, 신의 가슴을 만질 수 있기를, 그래서 작품이 영원히 남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주변의 모든 연결된 끈들을, 집착들을, 고리들을 끊어버리고 하늘을 향해 비상하기를 바란다. 천년의 메아리 속에 나타난 하늘을 향한 외침이 어쩌면 그동안 억울함과 분노와 철저한 고독의 외침이었다면, 이제 웅비와 감사와 어울림의 화음이어야 할 것이다. 도예에 깃든 한국의 멋, 천년의 메아리 오늘에 울리게 하라. 「천년의 메아리」 「천년의 메아리Ⅰ」(부분)

 

기사를 사용하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s://www.cerazine.net

 

0
회원로그인

댓글 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세로형 미코
이영세라켐
02이삭이앤씨 large
03미코하이테크 large
오리엔트
미노
삼원종합기계
진산아이티
케이텍
해륭
대호CC_240905
01지난호보기
월간도예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