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정연택 _ 명지전문대 공예디자인과 교수
얼마 전 노무현 대통령은 교육문제와 관련해 대학이 시민양성을 위한 의무교육의 영역에 이미 속하지 않으며, 따라서 오늘날 대학은 사회가 요구하는 다양한 지식산업에 부응하기 위한 체제로의 변환과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하였다. 대통령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의 변화와 그동안 출산률 저하에 따른 대학입학지원자수의 감소현상은 대학운영에 점차 부담이 되고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체제변화의 경향은 앞으로 더욱 가세화 될 전망이다. 대학의 구조조정 문제도 여기에서 비롯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구조조정은 대학 간 또는 대학 내에 학과나 전공 간의 차원에서 시도되어지고 있다. 경쟁력 제고를 위해 대학은 이제 시대의 주류에 맞아 떨어질 수만 있다면 언제든 새로운 간판을 내 걸 준비가 되어 있는 듯이 보인다. 백화점의 매장이 순익률에 따라 하루아침에 있던 것이 없어지고 새 것이 들어서는 것처럼, 대학의 교육 메뉴판도 마찬가지로 만들어 질 수 있다. 자본주의의 첨예한 경쟁논리는 교육에도 예외는 없다. 대학도 이제 기업화가 되어가고 있으며, 사회적, 경제적 효용가치가 없으면 당연히 뒷전에 밀려나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도예교육의 미래를 전망하는 문제도 이같은 상황의 흐름 속에서 바라 볼 수밖에 없다.
일반적인 차원에서 도예교육은 제조기술 중심의 교육영역에 속한다. 또한 도예교육은 전통적인 생산기술방식-수작업手作嶪에 기본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때문에 도예교육은 산업사회를 거쳐 오늘날 정보사회에 이르는 동안 사회의 주된 생산기술영역으로 부터 밀려나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도자기 산업이 첨단 기술 산업에 속하면서 동서양간에 문화교류에 첨병역할을 했던 것은 먼 시절의 이야기이고, 지금은 다양한 첨단 미디어 문화산업의 등장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대학이 상아탑의 그늘에 안주하던 시절은 이미 마감했고, 대학에 대한 교육 수요자의 의식 또한 학문의 전당으로서 대학이기 보다는 자신의 직업을 선택하기 위한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다. 취업률이 대학의 순위를 매기는 기준이 되고, 교수의 업적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작금의 상황에서 대학은 취업전선의 최전방 고수가 지상목표가 되어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오늘날 대학의 도예교육은 새로운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도예교육과 관련한 일부 대학에서는 전공의 정원을 줄이거나 유사 관련 전공분야로 바꾸어 운영하고 있다. 구조조정의 결과이다. 그동안 ‘알아서 식’의 인력배출은 더 이상 실효를 기대할 수 없으며, 나름대로 시대적 상황에 맞춘 개혁의 결과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의 구조조정의 과정 속에서 도예교육의 정체성이 위협 받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앞으로도 출생률 저하에 따른 입학지원자수의 감소와 도예분야의 현실적인 인력수요의 시장을 고려할 때, 정원의 축소, 또는 전공분야의 폐지를 극단적으로 선택해야 할 대학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수요공급의 원리에서 보면 이는 어쩔 수 없는 것으로도 보인다. 문제는 숫적인 감소가 아니라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위기 속에서 도예교육의 정체성을 어떻게 유지시켜 나갈 것이냐 하는 것이다.
한 때 입시지원률을 높이기 위해 학과나 전공에 대한 새로운 작명作名이 유난히 요구되었던 적이 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교육에 대한 새로운 수요가 발생하고, 이에 따른 변화를 받아들이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다. 전문대학은 ‘전문’자를 없앰으로서 ‘대학’으로 승격 아닌 승격을 했고, 일부 대학의 학과나 전공명칭도 교육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개칭을 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대학도 이 같은 상황에서 무관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문대학’이 ‘대학’으로 바뀌는 것으로 문제 근원이 해결되지는 않는 것처럼 ‘도예과’를 ‘도예산업정보시스템경영과’ 아니면 ‘울트라슈퍼마징가도예과’로 개칭하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오히려 정체성에 대한 자기부정적 요소를 도출시킴으로서 그것에 의한 역효과가 우려된다. 도예교육의 현실적 개혁의 대안으로 디지털 교육화를 무작정 시도한다든지, 장르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산업디자인화를 유도한다든지 하는 것은 부작용이 예상된다. 엄밀히 말하자면 그것은 도예교육의 정체성 확립의 연장에서 평가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그것은 아날로그가 아닌 디지털 장르이며, 공예가 아닌 산업디자인 분야이기 때문이다. 물론 상호 접목시킬 수 있는 경계는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이 부전공의 차원이 아니라 전과의 차원이라면 재고의 여지가 있다. 새로운 도약의 길 앞엔 반드시 딜레마의 막다른 골목이 도사리고 있게 마련이다. 대내외적으로 도예교육의 현실은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딜레마에 빠졌을 때 자기 내면화의 힘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고, 이를 통해 새로운 방법을 모색할 수 있는 능력도 시험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도예가 주류가 아닌 주변문화로 남게 될지언정 아웃사이더만의 문화적 진정성을 획득하고 이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수요자를 만난다면 이 보다 더 좋은 도예교육의 미래가 어디 있겠는가?
필자약력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응용미술학과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졸업
개인전 3회
논문, 현대산업사회에 있어서 공예의 문화적 의의(1986, 서울대), 현대공예의 탈도구성에 대한 비판적 소고(1992, 명지전문대), 공예의 역사적 개념에 관한 연구(1995, 명지전문대), 공예유통 활성화를 위한 전문교육(2003), 한국도자학회 학술대회 연구논문 발표(2004, 논문제목 : 현대공예의 노동의 의미) 등
현, 명지전문대학 공예디자인과 부교수, 한국미술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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