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최석진 _ 도예가
지난 봄, 버지니아 주의 깊은 산속에 위치한 도예가 케빈 크로우의 작업실을 방문했다. 산길을 넘어 영화 속에서 본 듯한, 시골 풍경을 상기시키는 가옥들을 지나니 시선 멀리 나무로 지은, 색을 입히지 않아 자연스런 갈색을 띄는 인상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두꺼운 나무문을 열고 작업실 실내로 들어서자 깔끔하게 청소된 3대의 물레와 그 뒤로 커다란 유리창이 눈에 띄었다. 시선을 창으로 돌리는 순간, 건물보다 낮은 곳에서 자라고 있는 나무들, 바람, 흙이 호흡하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의 작업실에서 필자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기차 여행을 하면서 창밖을 바라보듯, 복잡한 도시와는 꽤 떨어진 그만의 공간을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다.
크로우는 월리엄스버그의 윌리엄 앤 메리 대학에서 영문학을 공부했다. 대학을 졸업한 후 한동안 팝 음악 작곡가로 생활했다고 한다. 음악과 스포츠를 사랑하였고, 모든 것에 의욕적이며 혈기 왕성했던 그에게 어느 날 일어난 사고는 모든 것을 정지시켰다. 오토바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트럭과 충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그는 오랜 시간 병원에서 투병했으며 퇴원 후 석고 붕대를 감고 휠체어에 의지하며 지냈다. 회복을 기다리던 중 우연히 그의 부인이 취미 삼아 작업하던 도예 작업실에 갔다. 오래 앉아있기도 고통스러웠었던 그는 한동안 그의 부인이 물레에 앉아 무언가 만드는 것을 응시하였다. 부인의 손은 흙덩이에서 기물을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었고 그도 그것에 빨려 들어갔다. 그는 짧은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흥분을 맛보았다고 한다. 크로우는 회복 후 다시 그 도예작업실에 갔다. 전기 물레에 혼자 앉아 오랜 시간 반복해서 무언가 만들었고 수없이 실패했다.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던 그는 우연히 버나드 리치Bernard Howell Leach의 ‘도예가의 책Potter’s book’을 보게 되었고 탐독했다. 그는 도예에 대한 열정, 심오한 신념을 가진 리치로 부터 깊은 감동을 받았고, 곧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서 무엇을 할 것인지 결정 했다고 한다. 그 후 그는 지금까지 29년간 도예가로 살아왔다. 도자예술의 길에서 항상 미지의 세계에 도전하는 스릴이 있었고 때로는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결과에 감동하는 기쁨을 맛보았다고 한다.
1976년, 그는 지금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의 엠허스트로 이주했다. 처음 2년 동안은 텐트를 치고 살았었다는 그는 시내의 오래된 건물이 철거되어, 그 나무를 가져다 지금 살고 있는 집과 작업실을 지었다. 1980년 작업실 옆에 2칸짜리 장작가마를 짓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했다. 4년전, 2001년 8월에는 그 동안 사용하던 가마를 헐고 지금 사용하고 있는, 4미터 정도되는 통가마와 2m 80cm정도의 2개의 방으로 된 3칸짜리 가마를 다시 지었다.
그는 초벌을 하지 않고 기물이 완전히 건조되기전 유약을 바른 후 번조하는데 보통 맨 앞의 통 가마에 재임하는 기물에는 유약을 바르지 않고 자연 재유의 효과를 이용한다. 통가마로 번조할 때 가마 밖에서 낮은 압력의 가스 버너를 이용해서 24시간 동안 예열한다. 그 후 불을 가마 안에 넣고 약 500도 정도까지 올린 다음 나무를 넣기 시작한다. 통 가마 입구의 약 70cm크기의 주 투입구를 통해 매번 엇갈리는 방향으로 나무를 던져 넣어 가마 안의 온도를 1300도 정도까지 올린다. 댐퍼와 나무를 넣는 시간을 조정하며 1300도에서 1330도 사이를 24시간 동안 유지하는데 가마방안의 불길이 천장의 아취를 통해 골고루 배분되도록 한다. 이때 통 가마의 양 옆면 30cm 정도의 공간으로도 나무를 넣어 준다. 처음 방의 번조가 끝나기 전, 두 번째 방은 1280도 정도에 이르게 되는데 한동안 첫 번째 방과 두 번째 방에 동시에 나무를 넣어 준다. 두 번째 방은 1315도 정도까지 올린 후 2시간에서 4시간 정도 유지시킨다. 두 번째 방과 세 번째 방에는 180cm 정도되는 나무 막대 4개~6개정도를 매 3분에서 5분 간격으로 넣는다. 두 번째 방의 번조가 완성되면 세 번째 방은 1240도 정도 된다. 세 번째 방에는 소금 번조를 위한 기물을 재임한다. 약 3kg의 소금을 여러 나무판에 나누어 부은 후 가마 안으로 나무와 번갈아 투입한다.
장작 가마 번조는 생략할 과정이 없는 노동력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이 모든 과정에 자신이 속해 있다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는 크로우는 밤새 소나무를 사르면서 도예가로서의 일을 되돌아보며 조용한 묵상에 잠기곤 한다고 한다.
그에게 혼자서 불을 지필 수 없는 가마를 번조한다는 것은 규칙적으로 새로운 사람이 자신의 인생에 들어오는 것을 뜻한다고 한다. 워싱턴, 윌리엄스 버그, 리치몬드 등에서 작업하는 8명의 도예가들이 모여 같이 번조한다. 일 년에 두 번 모여 6시간이나 8시간 교대로 일하며 살아온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시간은 그에게 다른 사람의 인생 경험, 삶의 열정을 엿보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크로우는 주로 워크샵을 통해 가르친다. 주로 장작 가마 건축법과 번조법, 그리고 큰 기물의 성형에 대한 작업 시범을 한다. 그는 워크샵에서 참석자들과의 교류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하는데 워크샵을 시작하기 앞서 모든 사람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시를 가져와서 읽게 한다. 참가자들은 각자 가져온 시를 읽는 동안 서로 어떤 사람인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게 되어 서로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만든다고 한다.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는 그의 작업실에서 작품을 전시, 판매한다. 또한 그는 노스케롤라이나의 하이랜드 길드Highland Craft Guild의 멤버로 활동하며 두 곳의 갤러리에서 그의 작품을 판매하고, 여름과 가을 두 번의 특별전을 한다. 올해는 그에게 유난히 바쁜 해이다. 6월에는 볼티모어 클레이워크에서 2칸 장작가마를 지을 예정이며, 이어서 메릴랜드주의 후드 컬리지Hood College에서 워크샵이 있고, 7월에는 영국의 웨일즈에서 ‘큰 기물 성형’ 워크샵을 열 계획이다.
그는 도자예술의 과정에서 마음과 손이 같이 움직여 창작하는 것, 작업의 전 과정에 신체적 움직임이 포함되는 것 그리고 작업의 완성이라고 할 수 있는 번조과정 중, 가마 안의 인간의 힘이 닿지 않는 마술과 같은 시간들을 사랑한다고 표현한다. 좋은 작품이란 작업의 과정과 점토라는 재료의 특성이 나타나야 하고, 만드는 사람의 감정이 깃든 것이라고 설명하며, 도예가로 살게 된 것은 축복이고, 인생의 선물이라는 그에게서 사랑하는 가족을 보듬고 살 듯, 도자 예술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엿보았다.
케빈 크로우 Kevin Crow
BA 윌리엄 앤 메리대학 영문학
20여회 워크샵
2004 스미소니언 크래프트 쇼
2004 “장작가마소성 도자기 초대전”, 테네시 주립대학,
2003 “미국과 캐나다의 21세기 도예전”, 컬럼버스 대학
1976~현재, Tye River Pottery 운영
필자약력
이화여자 대학교 졸업, 동 대학원 졸업
개인전 국내외 7회
버지니아 박물관 초청 레지던시 아티스트
이화여대, 버지니아 커먼웰스 대학 강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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