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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 Eye View Blossom전
  • 편집부
  • 등록 2005-10-12 13:3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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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정
2005.7.20 - 2005.7.26 갤러리 스타일 큐브 잔다리

존재存在의 꽃

글 홍성희 _ (재)세계도자기엑스포 도자연구팀 연구원

 

꽃은 아름답다. 꽃이 우리에게 행하는 기능은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고, 좋은 향기를 내뿜고 부드러운 촉감을 제공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많은 작가들이 꽃을 그리고 아름다움을 탐하는 일은 단지 꽃이 제공하는 이로운 기능 때문만이 아니다. 꽃이 가지고 있는 조형성, 색채의 매력, 기쁨과 심미적 만족을 암시하는 사회적 의미를 염두에 두고 많은 작가들이 인간의 정신성 내지 현실세계의 질서를 닮은 또 다른 세계를 그 안에서 찾는다.

자연과 생명을 주제로 작업하는 대부분의 한국작가들이 조용하고 순응적인 자연을 선호하는 데 반하여 조수정의 작업들은 매우 화려한 색채와 과감한 생략을 통한 형태가 특징이다. 조수정은 거친 흙의 표정과 두툼하고 다소 부피감이 느껴지는 포름에 주목하는 작가다. 자연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작품세계를 열어가는 작가의 힘찬 시선이 작품 곳곳에서 배어 나온다. 마지막 순간에는 흙으로 돌아가고야 마는 꽃, 잎, 줄기들을 흙으로 살을 입하고 불을 더해 영원한 생명으로 환원하는 것은 도예만의 역설적인 장치이며 조수정은 이것을 잘 아는 작가다.
조수정은 자연그대로를 받아들이고 자연과의 교감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자신 안에서 걸러지고 다시 태어나는 자기 이상향 속의 자연을 그린다. 그러나 조수정이 진정 주목하고 있는 것은 자연이 아니다. 그녀는 족히 1미터가 넘는 갈색 패널 위에 거대한 꽃을 과감히 배치했다. 붉게 때로는 과도히 번쩍이는 꽃들의 생식기 너머로 여성 특유의 섬세하고 정적인 감성 이면에 감춰진 열정이 움틀거린다. 그러나 그 열정을 달래는 것은 패널 가득히 메워진 집합적 형상들이다. 이 형상들은 일종의 드로잉으로서 거대한 꽃이 내뿜는 강렬한 욕망과 열정을 조정하는 기능을 다할 뿐 아니라 그 열정 뒤에 숨은 작가내면을 흐르는 사유의 강을 암시한다. 곧 그녀의 주된 관심은 화려함 이면에 감춰진 조용한 내면을 소유한 그녀 자신이다.
조수정 특유의 화려함은 그의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마치 꿈틀거리듯 표면을 메우는 다양한 텍스타일 문양 - 꽃잎을 가득 메운 당초무늬와 꽃, 나비문양들은 장식을 넘어 형태가 뒤엉키는 순간 이글거리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다. 결국 그 순간 문양패턴들은 감정이입의 수단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조수정은 꽃이 주는 심미적 행위를 넘어서 그 안에 담긴 자신만의 우주 즉, 실존적 공간에서 철저한 자기탐색을 통한 본질적 자아를 마주한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화려하고 전면적인 꽃들이 뿜어내는 탐욕적이며 에로틱한 시선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자연오브제로서의 꽃이 아닌 바로 그녀 안에서 걸러진 또 다른 그녀가 거기에 서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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