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흥 초대기획전 <자연과 인간to my sweet partner NATURE…>
2005.7.26 - 2005.8.29 갤러리 몬티첼로
자연의 본성에 호소하는 감성을 흔드는 잔잔한 메아리
글 김진숙 _ 갤러리 몬티첼로 대표, 미술사

미술가 이태흥은 그동안 주로 인체 조형작업을 통해 현대인의 초상을 담은 영웅만들기 작업으로 알려진 작가다. 또한 국내에서 수영과 체육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10여년 동안 도예를 전공하며 2000 Student NICHE Awards Winner의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10여회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등 남다른 이력을 가진 작가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흥미와 재능을 가졌고, 흙을 만지고 있을 때 자신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미국 유학 중 도예가의 길을 택했다. 미국에서의 도예수업은 재료나 기술적 방법의 모든 것이 공개되어 있고, 흙과 가마 등 물질적 지원 또한 풍부해 다양한 실험을 통한 많은 경험을 축적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의 작품에서는 국내 도예계 영향권 외의 또 다른 신선한 흐름을 느낄 수 있다. 예술성과 기능성이라는 소모적 논란의 잔재가 없고, 흙은 작가의 생각과 감성을 표현하는 매개체 본연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해 있다. 또한 비교적 도자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자유로운 조형을 다양하게 표출하는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이번 초대 기획전을 제의 받고 이태흥은 양평의 아름다운 남한강변 오름 언덕에 자리한 갤러리를 오가면서 자연에 대한 남다른 감상을 느끼며 내재된 자신의 본성에 편안히 다가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전시된 그의 작품들은 따뜻하고 부드러운 잔잔한 콧노래처럼 다가온다. <to my sweet partner NATURE…>라는 전시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타인을 향한 젊음의 어리석은 방황을 뒤로하고 자신을 포함한 인간과 생명, 자연의 본성 자체에 몰입하면서 또 다른 경지에 들어선 것 같다. 지극한 외로움과 고독을 이겨내고 존재 자체의 아름다움을 느끼며 인간은 현존의 실체를 깨달아 가는 것일 게다. 외롭지만 그다지 쓸쓸하지만은 않은 삶의 이치,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고 서있는 나무들이 거대한 숲을 이루는 자연의 이치를 알고 행하는 것이 잘 살아가는 길일 것이다. 자연과 인간문명의 조화를 염원하는 작업인 「City Girl & Tree 2 1/2」은 전면에 도시화된 현대여인의 모습이 프린팅되어 있고 이를 지지하는 두 그루의 나무가 병치되어 있다. 언덕을 오르는 인간 형상의 손잡이가 있는
「Golden Tree를 찾아서」 합 등, 부분적 인체 형상을 투영한 조형과 부드러운 색채의 사용, 회화적 드로잉이 살아있어 전체적 그의 작품에 대한 느낌은 소박하고 간결한 한편의 동화 같다. 기존의 그의 작업에서는 제도화된 인간사회의 조직과 소모적 인간 존재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파편화된 인체의 부분들로 표현되어 있어 작가의 강한 경고성의 목소리를 읽을 수 있었다. 한편, 자연의 본성에 호소하는 감성을 흔드는 잔잔한 메아리도 느껴져 앞으로 그는 작품 내용면에서 자기만의 끝없는 동화를 엮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그가 한국 도예계의 대표적 작가로서 부족함 없기를 기대하며 쓴 소리를 보탠다면, 도예가로서의 출발이 세계적이었던 만큼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으로서 많은 것을 감당해야 할 것이고 또한 그를 아끼는 많은 예술적 동반자들을 만나야할 것이다. 누구나 우리 앞에는 두드리면 열리는 잠재적 가능성들이 많다. 자신의 한계를 스스로 결정짓지 말고 지극한 정성과 노력을 다하며 다가간다면 아름다운 예술적 존재를 외면하는 사회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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