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혜경 도예전
2005.8.10 - 2005.8.16 통인화랑
흙의 효율성과 편안함
글 민윤주 _ 통인화랑 큐레이터
현대의 도자예술을 ‘도자의 영역’과 ‘조소의 영역’으로 구분 짓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는 많은 도예가들의 도자조형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가고 있는 반면, 많은 조소가들은 재료 선택과 혼합의 폭이 넓어지면서 흙Clay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도자기 작업을 시작했지만, 그 작업에 생각과 내용을 담아낸 작품들을 접할 때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하나는 ‘도자예술의 영역의 확대’라는 긍정적인 생각과, 조형작업에 있어서 흙Clay이라는 ‘재료의 효율성’에 대한 의문이다.”
강혜경의 작품은 도자조형으로 구분지을 수 있다. 강혜경의 작품들은 반드시 흙을 재료로 했어야만 하는 충분한 이유를 갖고 있다. 다시말해서, 흙을 사용했기 때문에 다른 재료들이 표현하기 어려운 작고 세밀한 부분을 자연스럽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여겨진다. 일정한 크기로 흙을 떼어낸 후 손끝으로 밀고 편 자연스런 꽃잎은 재질이 단단한 금속이나, 목재 등으로 표현하기 어려운 작업 들이다. 강혜경은 흙이 갖고 있는 성질-부드러움, 변형성, 점성 등을 잘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작가이다. 강혜경은 다른 재료들이 갖지 못한 흙의 자연스런 질감을 그대로 살려 냈기 때문에, 작가가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던 작품의 친근감을 전할 수 있었다. 흙은 작가의 작품에 가장 적합하고 효과적인 재료일 수 밖에 없다.
강혜경의 작품을 간단하게 표현하자면 ‘쉽고 예쁘다’고 할 수 있다. 현대미술에 있어서 많은 작가들이 단순한 형태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 작가는 그 반대로 정교하고 세밀한 형태에 아주 단순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무엇을 만들었는가? 무엇을 의미하는가? 무엇을 의도하였는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누가 보아도 알 수 있는, 산과 꽃이며, 즐거운 놀이이며, 익숙한 문양들이다. 그래서 처음 그의 작품을 접한 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고 모두 친숙하며, 깊은 생각 없이 ‘참 예쁘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온다.
현대미술은 그 장르의 구분없이 많은 의미를 함축하려는 추세다. 그것은 이 시대의 변화하는 사회와, 다양한 생활과, 복잡한 생각들을 미술이 자연스럽게 반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한번쯤은 생각을 멈추고 보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는 전시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 따뜻한 웃음을 지을 수 있고, 즐거운 기억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이 강혜경이 작업을 하는 이유이며, 작품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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